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총여학생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총여학생회
  • 박현주 기자
  • 승인 2018.05.08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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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총회 1986년 개설 이후 처음 개최돼
미숙한 회의 진행에 대한 지적도
여학생총회에서 논의 안건이었던 총여학생회 폐지에 찬성하는 학생들이 손을 들고 있다. 개회 시 참석자는 404명이었으나, 휴회 후 324명이 됐다.
여학생총회에서 논의 안건이었던 총여학생회 폐지에 찬성하는 학생들이 손을 들고 있다. 개회 시 참석자는 404명이었으나, 휴회 후 324명이 됐다.

 

 지난달 30일 부민캠퍼스 다우홀에서 여학생총회가 개최됐다. 여학생총회는 매년 참석인원을 채우지 못해 열리지 못했으나, 이날은 우리 대학 여학생 9,720명 중 342명이 참석해 정족수 1/30을 넘기며 개최됐다.

 이날 핵심안건이었던 총여학생회 폐지를 놓고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302명이 찬성에, 38명이 반대에, 2명이 기권에 표를 던지며 총여학생회는 33년 만에 최종 폐지가 결정됐다. 이로써 이날 열린 여학생총회는 최초이자 마지막이 됐다.

 앞서 진행된 총여학생회 폐지에 대한 찬반 질의와 토론에서는 양측의 의견이 팽팽히 갈렸다. 찬성 측은 "이제까지 총여학생회가 진행했던 퍼스널컬러 진단이나 생리대 지원 등과 같은 사업은 여성의 인권을 향상시키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최근 총학생회가 학내 화장실에 불법촬영 카메라가 설치됐는지 여부를 점검한 것이 여성 인권을 위해 더 도움된 일"이라고 밝혔다. 이에 반대 측은 "총여학생회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은 총여학생회 내부에서 바로 잡거나 여학생총회를 통해 개선해나갈 점이지 폐지를 논할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총여학생회가 여학생의 권익을 보호하고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는 대체로 찬반 양측 모두가 공감했다.

 현재 사회에서 여성의 인권이 낮게 평가받는다는 점에 대해서도 찬반 양측의 의견이 일치했다. 찬성 측은 "여성의 인권이 낮다는 것과 이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에는 적극 동의한다"며 "여성 인권 향상은 남성과 함께 노력해야 이룰 수 있는 일이므로 (이를 위해) 총여학생회보다 남녀 학생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학생권익위원회가 더욱 바람직한 성평등 기구"라고 입장을 밝혔다. 반면 반대 측은 "여성의 인권이 낮은 현 상황에서 이를 대변할 기구가 있다는 것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며 "학내에 남녀 성비는 비슷하지만 학생회의 성비는 남성에 치우쳐있다. 총여학생회가 없다면 학생회 내에서 누가 여성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겠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반대 측 의견에 대해 총여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측은 "학교에 성윤리위원회와 상담센터가 있고 총학생회에서도 학생권익위원회를 두고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에 한 학생이 "성윤리위원회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고 묻자 김혜민(조경학 4) 비대위원장은 "총여학생회와 관련이 없어 답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비대위원장의 말에 다른 반대 측 학생은 "성폭력과 같은 문제들은 총여학생회와 학내 상담센터, 성윤리위원회와 같은 기구들이 함께 협력하여 해결해야 할 일이다. 이에 대해 (총여학생회가)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은 총여학생회가 그동안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총여학생회의 재정 형평성에 대한 토론도 진행됐다. 찬성 측은 "총여학생회는 학생회비의 일부를 지원받아 운영된다. 학생회비는 남녀 학생 모두가 내는 것이므로 총여학생회 사업 혜택을 받지 못하는 남학생들에게 역차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대 측은 "고소득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내지만 사회적 재분배의 원리에 따라 저소득자를 지원한다"며 "상대적으로 사회적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여성을 위해 있는 총여학생회가 학생회비를 통해 재정을 마련하는 것은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인권 향상을 위해 쓰는 돈을 아까워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이에 찬성 측은 다시 "학내에 사회적 약자는 여성뿐 아니라 장애인, 외국인도 포함된다. 그런 이들을 위해 계속해서 다른 기구를 만들고 재정을 재분배할 거냐"며 "지금 학생회비가 점점 줄어들면서 각 단대가 학생들을 위한 복지비로 할당받는 금액도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여학생총회가 끝난 뒤에는 진행이 지나치게 미숙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여학생총회에 참석한 익명의 학생은 "총여학생회의 대표로 참석한 비대위원장이 총여학생회가 어떤 기구인지, 어떠한 일을 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조차 없어보였다"며 "대안으로 제시된 성윤리위원회의 활동을 비롯해 학생들의 질의에 제대로 대답한 게 몇 가지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익명의 학생 또한 "비대위원장과 사회자가 몇몇 학생의 발언을 도중에 끊거나 '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며 "여학생총회가 어렵게 열린 만큼 (총여 비대위가) 학생들이 충분한 토론을 나눌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아쉬웠다"고 전했다.

 

 
박현주 기자
 hyunju009@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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