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국의 노동자여, 노동절입니다!
만국의 노동자여, 노동절입니다!
  • 강주희 기자
  • 승인 2018.05.08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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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1일 '근로자의 날'. 매년 이날에는 각국의 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연대의식을 다진다. '근로자의 날'은 '노동절', '메이데이'(May-day)를 뜻한다. '메이데이'는 1886년 5월 1일, 미국 노동자들이 8시간 노동제를 쟁취하기 위해, 또 유혈탄압을 가한 경찰에 대항해 투쟁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1889년 지정됐다. 이후 1890년 5월 1일에 첫 '메이데이' 대회가 개최됐고, 이를 계기로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날을 기념하고 있다.

 지난 4월,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로 시작하는 헌법 제31조의 '근로' 및 '근로자' 용어가 '노동' 및 '노동자'로 수정된 개헌안이 발의됐다. '근로'는 근대국가의 이념적 의미가 담긴 용어이며, 일제강점기에 도입된 식민잔재 용어이므로 이를 청산할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헌법 개정안의 용어 수정과는 달리 '근로자의 날'은 '노동절'로 변경되지 않았다. 이는 1963년 군사정권 시절, 공산 진영에서 노동절을 정치적으로 역이용한다며 '근로자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제정 법안을 채택한 것이 오늘날로까지 이어진 결과다. 노동은 남북 이념적 체제 대결 하에서 원래의 사전적 의미와 달리 사회적으로 불순하게 여겨졌다. 이는 '노동 경시 문화'로까지 번졌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근로와 노동은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한 육체적, 정신적 활동'을 의미한다. 그러나 근로는 사용자에게 종속되어 일한다는 의미이며, 노동은 사용자와 동등한 위치에서 일한다는 뜻을 내포한다. 이처럼 노동과 근로의 뜻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고 노동이 근로보다 보편적·포괄적 용어이기 때문에 근로보다는 '노동'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우리도 노동자입니다
 '대학 가서 미팅할래, 공장 가서 미싱할래?' 이는 몇 년 전 화제를 모았던 한 학교의 급훈이다. 이는 공장에서 하는 노동을 비하하는 듯한 어조를 담고 있는데, 앞서 말했듯 '노동'이란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해 육체적·정신적인 노력을 들이는 행위를 의미하므로 대학을 가서 미팅을 하더라도 결국 사람은 차후 노동 행위를 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 어떤 일을 하든지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사람은 다 '노동자'라는 뜻이다. 위 급훈은 이 사실을 간과한 채 쓰였다.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달려드는 것처럼 보일지는 모르나, 이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노동'이란 단어에 대한 편견이 곳곳에 숨어있음을 암시한다.

#1 장애인 노동자
 대부분의 사람은 '노동자'라고 하면 신체가 건장한 성인 남성을 떠올린다. 근대산업혁명 이후, 고용인들은 더 높은 생산력과 최대한의 이윤을 뽑아내기 위해 생산력을 높일 수 있는 노동자를 필요로 했다. 자본주의는 일 처리 속도를 빠르게 따라가지 못하거나 이윤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장애인을 노동에서 배제했다. 이후 장애인은 일 할 수 없고 노동을 원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널리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는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제28조에 따라 장애인 고용 안정을 위해 공공부문은 3% 이상, 기업은 2.7% 이상 의무적으로 장애인을 고용해야 한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통계조사결과 의무고용 대상인 50인 이상 사업장 2만 8천여 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52%가 의무 고용률을 위반했다. 

제공=동아위드
제공=동아위드

 기업은 장애인 의무고용을 위반하면 장애인고용부담금이라는 세금을 내야 한다. 이때, 부담금을 내는 기업이 장애인을 많이 고용하는 회사와 거래하면 거래금액의 일정액을 고용부담금에서 감면해주는 제도가 있다. 우리 대학교 인근에 있는 '동아기획'은 자매회사인 (주)동아위드를 통해 기업과 거래하며 기업의 장애인고용부담금을 감면해주고 있다. 

 동아기획은 책자, 포스터, 현수막 등의 인쇄물을 기획 및 제작하는 회사로, 현재 이곳에서는 23명의 장애인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동아기획은 평균적으로 월매출이 300만 원 증가할 때마다 ㈜동아위드를 통해 중증장애인을 1명씩 고용하고,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 또한 직원을 업무에 맞추지 않고, 직무과정을 쉽게 재구성하고 작업과정을 세밀하게 나눠 장애인들이 좀 더 손쉽게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동아기획과 ㈜동아위드의 이경숙 대표는 "장애인 근로자의 특성상 반복훈련을 많이 받아야 하지만, 서두르거나 조급해 하지 않고 꾸준히 반복해서 연습하고 훈련시킨다"며 "그렇게 1년 정도 지나니 장애인 근로자들도 웬만한 업무에는 익숙해진 상태"라고 말했다. 자폐성 장애를 가진 이승우 사원은 "동아위드에서 일을 열심히 하고, 평생 일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2 성노동자 
 "성노동에 대해 무조건 반대하는 입장이다. 현실에는 남성보다 여성의 성매매가 더 많은데 성을 사고판다는 것 자체가 여성의 인권을 떨어뜨리는 행위인 것 같다. 하나의 직업으로 생각하기보다 국가가 이를 제재하는 법률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희진(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1) 학생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성노동을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부정적이다. 성매매에 대해서는 네덜란드처럼 성매매를 합법화하는 것이 옳을지, 스웨덴처럼 성구매자만 처벌하는 것이 옳을지, 성매매 여성을 성노동자라고 불러야 할지, 성매매특별법은 보완할 점이 없는지 등 여전히 다양한 논쟁거리가 있다.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성매매특별법을 시행해 성구매자와 성판매자를 모두 처벌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성매매 종사자를 보호하려는 방안으로 시행된 성매매 특별법이 오히려 종사자들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입장이다. 성노동자 권리모임(GG)에서 활동하고 있는 밀사(가명) 씨는 "성노동자를 나약하고 가련한 피해자, 혹은 돈을 위해 몸을 파는 파렴치한 범죄자로 나누는 이분법이 문제"라고 말했다. 더하여 "제일 중요한 물음은 성노동자를 포함한 노동자가 돈을 버는 과정 중에 '특정 성별이 다른 성별을 착취하고, 혐오하고, 억압하고, 차별하며 수익을 창출해 내고 있는가?'이다. 그러나, "성노동자만 이 논의의 범주에서 제외된다"고 말했다.

 국제연합(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성노동자의 대다수가 여성인 상황에서 성노동자에 대해 범죄자의 낙인을 찍는 것은 성차별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 성노동을 합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일찍이 성매매 합법화를 통해 성노동자를 직업인으로 인정했으며 성노동자의 인권, 세금 등 여러 분야에서 지원책을 마련했다.

 성노동 문제는 성관념, 인권, 노동권, 자본주의 등의 문제들이 뒤엉켜 있다. 성노동자 권리모임의 활동가 연희(가명) 씨는 "성노동자는 피해자도 아니고 죄인도 아니라는 점, 열악한 현실에서 오늘도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고 있는 성노동자들이 바로 나와 같은 평범한 인간이라는 점을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3 알바 노동자 
 '알바생'이란 단어는 아르바이트와 학생을 합쳐 부르는 말이다. 이 단어는 시간제 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고 임시로 용돈벌이를 하는 사람이라고 단정 짓는다. 이 같은 시선과 함께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준다거나, 마음대로 해고통보를 하는 등 '알바생은 그래도 된다'는 생각으로 시간제 노동자를 대하는 고용주들 때문에 많은 알바 노동자들이 눈물짓고 있다.

 지난 2월, 아르바이트 포털사이트 알바몬에서 알바노동자 1,51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응답자 중 75.7%가 자신을 감정노동자로 규정했다. 응답자 대부분(92.7%)이 근무 중 자신의 감정을 감춘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주로 분노·억울함 등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려고 애쓴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32.3%가 '함부로 대하며 비인격적 대우를 받는다고 느낄 때'를 가장 서러운 순간으로 꼽았다. 이건(경영학 1) 학생은 "모든 일에는 시간과 보수, 고난이 따른다. 그게 알바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라며 "쉽게 구할 수 있고 전문직종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시를 받는 것이 (알바생의) 현실이다. 상황에 따라 갑과 을의 위치가 바뀐다는 점을 인식하고 알바 노동자를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3년 8월, 우리나라 최초로 알바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 탄생했다. 알바노조는 '알바생도 노동자'임을 주장하며 알바 노동자를 비롯한 저임금 노동자들의 억울한 제보를 받아 고용주와의 교섭, SNS·언론을 통한 여론화, 시위, 제도개선 등을 통해 알바들의 권리를 찾아가고 있다. 특히 알바노조는 알바생이라는 단어가 알바노동의 노동자성을 은폐한다고 주장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아르바이트'는 본래의 직업이 아닌 임시로 하는 일로 표기되어 있지만 이는 아르바이트가 임시수단이 아닌 생계의 수단이 되어버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알바노조 이가현 위원장은 "주에 1시간을 일하든 40시간을 일하든 모두가 필요한 곳에 돈을 쓰기 위해 노동을 하는 것"이라며 "어떤 목적으로 돈을 버는지 지레짐작하고 그 짐작으로 노동의 가치, 조건을 깎아내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당신의 노동권리입니다

 헌법은 노동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하여 세 가지의 중요한 권리를 보장한다. 우선 노동자가 사용자와 대등한 지위에 서서 근로조건의 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 지위와 향상을 도모하기 위하여 단체를 결성할 권리인 '단결권'이 있다. 유럽 선진국들에서는 전체 노동자의 70~80%가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10%만 가입해있다. 이에 전국대학노동조합 동아대 지부장 박넝쿨 씨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직접 참여를 억압해왔던 사회 전반의 흐름과 함께 직장 내에서도 옳은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비난과 불이익 등이 겹쳐 노동조합 결성 또는 가입률이 매우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권리 두 번째는 '단체교섭권'이다. '단체교섭권'은 노동자의 단체인 노동조합이 사용자와 근로조건에 관하여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권리를 말한다. 지난해 강릉에 위치한 포남초등학교에서는 교무행정사, 조리종사원, 방과후강사 등이 노동자의 권리추구를 위해 진행되는 사회적 총파업에 참여했다. 학교는 파업을 알리는 내용을 담은 가정통신문에 다음과 같은 말을 담았다. "모두가 잠시 불편해질 수도 있지만 '불편'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함께 사는 누군가의 권리를 지키는 일이고 그것이 결국 '우리'를 위한 일임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에 누리꾼들은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챙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에 누군가의 권리를 위해 잠시 불편함을 참는 것이 맞다"는 반응을 보였다. 

 세 번째 권리로는 노동쟁의가 발생한 경우에 노동자들이 주장을 관철하기 위하여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권리인 '단체행동권'이 있다. 위의 세 가지 권리는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권리로서 마땅히 행사돼야 옳다. 그러나 이러한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권리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바탕이 돼야 하는데, 이를 배울 기회가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한 초등학교 2학년 국어 교과서에서는 여러 가지 직업을 소개하면서 소방관, 미용사 등에게 아저씨, 아주머니라고 부르는 내용이 등장했다. 반면 의사는 선생님이라고 표현했다. 해당 교과서의 직업 관련 교육페이지에는 '노동'의 의미를 알려주는 내용은 없고, 차별을 조장하는 호칭만이 있었다. 

 이처럼 우리나라 초·중·고 교과서에는 노동과 관련된 내용이 미미하게 등장한다. 반면에 미국과 유럽은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들에게 노동에 대해 가르치고 대부분의 사람이 노동자가 된다는 것을 교육한다. 우리나라 또한 노동교육의 중요성을 외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정작 실질적인 노동교육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경남도의회 교육위원회는 학생들에게 노동의 가치와 중요성을 교육하자는 내용의 '경상남도교육청 학생노동인권 교육 조례안'을 발의했다. 구체적인 내용에는 노동인권 표준 교안 제작 및 제공, 고교생 학생노동인권교육 학년당 1시간 실시 등이 있다. 그러나 조례안은 본회의에 상정도 되지 못한 채 상임위원회에서 부결됐다. 

 한국은 OECD 30개국 중 연간 노동시간 1위를 차지한다. 사람들은 하루의 절반을 노동하는 데 보내지만 정작 위에 명시된 노동권리와 이를 보장받기 위한 방법은 잘 알지 못한다. 박소윤(경영학 2) 학생은 "노동이란 단어 자체도 생소할 뿐만 아니라 노동에 관한 교육을 받아 본 적도 없다"며 "노동 권리, 노동법에 대해 잘 모르지만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노동에 대해 배울 기회가 적은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강주희 기자
1714242@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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