禁止를 금지하라
禁止를 금지하라
  • 안다현 기자
  • 승인 2018.05.08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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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지(禁止)'라는 단어를 인터넷 검색창에 입력하면 여러 금지 조항들을 살펴볼 수 있다. 버스 내 음료 반입 금지, 콘서트 중 소란 금지 등의 조항들이다. 이러한 금지조항에 대해 우리는 묘한 반발심을 품거나 부당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여기서 말하는 '금지'라는 것이 사회적으로 통용될 만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내버스 내에서 식사를 하거나 콘서트를 관람하던 도중 튀는 행동으로 관람을 방해하는 사람을 보고 '자유롭다'고 느끼지 않는다. 때문에 이 같은 상황이 '개인의 자유'가 금지된 상황이라고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한때는 정말로 '자유'를 금지하던 과거가 있었다. 2018년 현재에도 여전히 많은 일들을 놓고 '개인의 자유인가 혹은 금지돼야 마땅한 것인가'에 대해 사람들의 의견이 갈리지만, 우리는 이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나 과거에는 이러한 발언의 자유마저 금지 당하던 시절이 있었다.

금지국가였던 1970년대

1961년 8월, 재건 운동 본부가 주최한 '실생활 간소복 패션쇼'에서 한 여성이 간소복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국가기록원]
1961년 8월, 재건 운동 본부가 주최한 '실생활 간소복 패션쇼'에서 한 여성이 간소복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국가기록원]

 1967년, 미국에서 활동 중이던 가수 윤복희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귀국한다. 당시 젊은이들에게 미니스커트의 등장은 굉장히 파격적이었고, 이는 여성들 사이에서 빠르게 유행했다. 1961년에 박정희 정권은 국민들에게 표준 간소복을 입을 것을 권고했지만, 젊은이들은 미니스커트 혹은 '빽바지'라 불리는 바지를 입고 다녔다.

 간소복·재건복을 운운하며 국민들의 옷차림을 통제하려 했던 박정희 정권은 젊은이들의 저항을 두고 보지만은 않았다. 박정희 정권은 미풍양속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행인들의 두발과 복장을 검사하며 제약을 가했다. 경찰들은 자를 들고 다니며 여성들이 입은 미니스커트의 길이를 쟀다. 이때 미니스커트 착용의 처벌 기준은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무릎 위 20cm 미만이었다. 경찰들은 장발도 단속했으며 기준을 벗어나는 이의 머리를 가위로 직접 자르기도 했다. 단속 대상은 옆머리가 귀를 덮거나 뒷머리가 옷깃을 덮은 경우, 또는 파마를 한 경우였다. 또한 토요일에 기타를 메고 교외로 나가는 젊은이들을 단속해 '풍기문란'이라는 죄목 아래 기타를 청량리역에 맡겨놓게 하기도 했다.

 71학년도에 입학한 우리 대학교 이상룡(법학 '89년 졸) 동문은 장발 풍속에 대해 "체제에 대한 저항의 표시"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상룡 동문은 "당시 남포동이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었는데 장발인 사람이 골목을 지날 때는 주위를 살피고 지나가야 했다. 특히 주말에는 경찰들이 사복을 입고 곳곳에서 잠복하고 있었다"며 "단속 대상이 되면 바리깡으로 귀 옆을 깎아 머리를 흉하게 만들어 놨다. 머리가 흉해져 어쩔 수 없이 이발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젊은이들의 복장과 두발을 법으로 통제하려는 정부의 조치는 좋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주기적으로 강력한 단속을 실시했지만 장발과 미니스커트의 유행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급기야 1980년 9월 6일, 정부는 장발 단속이 잘못됐음을 인정했고 내무부 장관은 단속 중지를 지시하게 된다. 우리 대학 윤상우(사회학) 교수는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의 복장과 두발은 기본권에 해당한다. 그러나 개인의 자유 혹은 선택권이 권위주의 정치체제하에서는 저항 요소가 될 수 있다"며 "정부는 이를 약화시키기 위해 개인의 기본권에 해당하는 복장, 두발 등을 제한한 것"이라고 전했다.

영화로 보는 禁止

 80년대 초반의 부산을 배경으로 삼은 영화 <변호인>(감독 양우석, 2013)은 지난 2014년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 영화는 1981년에 일어난 부림 사건을 다루고 있다. 야학에서 공장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수업하던 진우(임시완 분)는 금서를 읽었다는 이유로 영장 없이 체포 및 불법 감금돼 구타와 고문을 당한다. 1974년 1월 1일부터 1982년 9월 30일까지 효력을 발휘한 '배포 중지 국내 도서 목록'에 따르면 배포 중지 도서에는 △공산주의 도서 △음란 저속 도서 △폭력을 정당화하는 유해 도서 △현실을 왜곡하고 부정하는 사회 안정 저해 도서가 있었다. 영화가 다루고 있는 부림 사건의 피해자들은 금서로 지정됐던 공산주의 도서를 읽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들은 재판 결과, 유죄 판결을 받아 옥살이를 했으나 이후 전원 형 집행 정지로 풀려났으며, 여러 번의 재심 청구를 통해 2014년에는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영화 <와즈다>(감독 하이파 알만수르, 2012)에 등장하는 금지 항목은 '자전거'다. 주인공 '와즈다'가 사는 나라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에서는 여성은 자전거를 탈 수 없다. 사우디에서 여성에게 금지하는 것은 자전거뿐만이 아니다. 영화에서 웃고 떠들며 등교하는 여학생들에게 선생님은 '여자의 목소리는 벗은 몸과 같다'는 말을 한다. 여자는 큰소리로 떠들지도, 검은 신이 아닌 신발을 신지도, 남자와 함께 일을 하지도 못한다. 

 이 영화는 사우디 최초의 영화다. 사우디에서는 영화 공개 상영을 '우상 숭배'로 여겨 금지하고 있었다. 때문에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이 최초의 영화는 여성 감독에 의해 만들어졌다. 감독은 영화를 촬영할 때 여성이라는 이유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영화 촬영 초반에는 살해 협박을 받기도 했고, 남성과 함께 작업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됐기 때문에 자동차 안에서 무전기로 일을 지시해야 했다. 

 부산외대 윤용수(아랍지역학) 교수는 "사우디를 포함한 무슬림들은 종교적 계율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며 "그들은 남성과 여성의 관계를 차별이 아닌 구분으로 이해한다. 남성의 공간은 집 밖, 여성의 공간은 집 안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이에 관련된 많은 금기가 생겨났다"고 전했다. 이어 윤용수 교수는 "7세기에 기록된 쿠란이 21세기를 여전히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불합리와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영화 <제니, 주노>(감독 김호준, 2005)는 청소년의 임신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주인공 제니(박민지 분)와 주노(김혜성 분)는 학교에서 유명한 닭살 커플이다. 15살인 그들에게 어느 날 다소 감당하기 힘든 일이 생긴다. 둘 사이에 아이가 생긴 것이다. 제니와 주노는 아이를 부모님께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결국 들통나고 만다. 둘은 학교에서 퇴학 조치를 당하고, 주노는 부모님의 감시 하에 집 안에 가둬진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청소년의 성이 얼마나 보수적으로 받아들여지는지를 시사하고 있다.

 2016년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의 성관계 시작 연령은 13.1세다. 현행법상으로는 만 13세 이상이며, 합의하에 이뤄지는 성관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청소년의 피임 실천율이 51.9%로 절반을 조금 넘는 정도에 불과한 것은 문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청소년의 성에 대해 폐쇄성을 띠고 있다. 때문에 청소년들은 콘돔을 살 때도 따가운 시선을 감내해야 한다. 이에 서울시는 학교 또는 보건소와 같은 공공기관에 청소년 전용 콘돔 자판기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청소년의 성관계를 조장한다는 반대의 목소리도 나온다.

 1991년 미국 시애틀시는 10개 학교를 대상으로 교내에 콘돔 자판기를 설치했다. 처음에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콘돔 때문에 무분별한 성관계가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콘돔 자판기 설치 후 3년간 성관계의 빈도수는 변하지 않았고, 피임률은 되려 크게 상승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Il est interdit d'interdire."

 1968년 봄, 프랑스 파리 근교의 낭테르 대학교 학생들은 파업을 일으켰다. 학내 문제로 인해 시작된 이 시위는 기성세대와 국가 권력에 저항하는 혁명으로 발전했다. "금지하는 것을 금지한다(Il est interdit d'interdire)"는 구호와 함께였다. 당시 동·서양 진영은 냉전을 핑계 삼아 국민들의 일상을 감시하고 통제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불만을 품은 학생들은 록 음악을 통해 저항의지를 표명하거나, 방랑이나 마약 흡입, 프리섹스 같은 도발적 행위로 기성세대의 가치관에 저항했다. 또한, 여성들은 △낙태의 권리 △자유연애 △자유로운 이혼 등을 주장함으로써 사회적 평등을 위한 페미니즘의 신호탄 역할을 했다.

 68혁명, 5월 혁명이라고도 불리는 이 혁명은 세계 각지로 퍼져 나가 전 세계 젊은이들의 체제 저항 운동으로 이어졌다. 책 『인류이야기 2』(헨드릭 빌렘 반 룬, 아이필드, 2002)에서는 '68혁명이 유럽의 정치권을 완전히 뒤바꾸지는 못했지만 이는 기존의 정치문화에 커다란 자극제가 되었다. 또 자본주의 소비사회의 일상에서 소외되어 살아가던 평범한 시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 삶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후 68혁명의 이념은 △노동 운동 △언론 운동 △여성 해방 운동 등이 성장하는 데 발판이 됐다.

후드 교복·여자 아나운서의 안경…
금지에 저항하자

 청바지 입고서 회사에 가도 깔끔하기만 하면 괜찮을 텐데 
 여름 교복이 반바지라면 깔끔하고 시원해 괜찮을 텐데 

 이는 DJ DOC의 노래 'DOC와 춤을'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이 노래는 1997년 발매된 곡으로 벌써 20년 전의 이야기이지만, 요즘도 교복은 여전히 불편함의 대명사로 꼽히곤 한다. 김해중앙여고에 재학 중인 우승연 학생은 교복 규정에 대해 "교복 치마가 통이 넓은 편이라 바람이 불 때 너무 쉽게 올라가서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어 "(교복 규정에 따르면) 와이셔츠 단추를 모두 잠그고 그 위에 조끼를 또 입어야 한다. 와이셔츠도 불편한데 그 위에 조끼를 입으면 답답한 느낌이 든다"며 "그래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체육복을 입고 학교생활을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체육시간에만 체육복을 입을 수 있다는 교칙 때문에 그럴 수 없어서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최근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자는 시도 아래 교복 착용 규정을 완화했다. 서울시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한가람고는 6년 전부터 '후드 교복'을 도입해 대중의 눈길을 끌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학생들의 교복 치마를 반바지로 교체하기도 했다. '후드티가 교복이라니!'…학교에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스브스뉴스, 2018.4.5.)에서 백성호 한가람고 교장은 후드티를 교복으로 채택한 이유에 대해 "편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임현주 아나운서가 안경을 착용한 채 'MBC 뉴스 투데이'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MBC]
임현주 아나운서가 안경을 착용한 채 'MBC 뉴스 투데이'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MBC]

 임현주 아나운서는 지난달 12일 아침 MBC <뉴스투데이>에 안경을 착용하고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남자 아나운서는 안경을 착용한 채 방송에 출연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제껏 여자 아나운서의 안경 착용은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여자 아나운서가 안경을 착용한 경우는 세 차례 밖에 되지 않았다. JTBC 강지영 아나운서(2016년), KBS 유애리 아나운서(2017년)에 이어 MBC 임현주 아나운서(2018년)가 세 번째로 방송에 안경을 착용하고 나왔다.

 임현주 아나운서는 MBC <섹션TV통신>(2002)과의 인터뷰를 통해 "마음 편하게 안경을 쓰고 싶을 때 쓰고, (안구) 컨디션이 좋을 때는 굳이 착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우리 대학 하승태(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교수는 여자 아나운서의 안경 착용이 화제가 된 이유에 대해 "지금까지 해당 사례가 극히 드물었고, 관행적으로 이어져 오던 여성의 외모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도전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승태 교수는 "많은 미디어 콘텐츠에서 안경 쓴 여성은 아름답지 못하다거나 어리숙한 인물로 그려졌다"며 "이러한 우리 사회의 왜곡된 인식이 여성들로 하여금 안경 착용을 두렵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21세기의 금지는?

 20세기 초 영국을 배경으로 한 <서프러제트>(감독 사라 가브론, 2015)는 여성참정권을 주제로 한 영화다. 오늘날 여성들이 참정권을 갖고 행사할 수 있는 건 서프러제트(suffragette, 20세기 초 영국과 미국에서 여성의 참정권을 주장하던 여성들)들의 노력 때문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은 '여성의 투표권'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성인 여성의 투표권 행사는 당연하다. 그러나 20세기 초에는 여성은 물론이고 부동산을 소유하지 못한 근로자 계층 남성에게도 투표권이 없었다. 1918년에 국민투표법(Representation of the People Act)이 통과된 후에야 모든 21세 이상 남성과 30세 이상의 여성이 투표권을 얻게 됐다.

 21세기 대한민국의 모습은 어떤가? 지난 4월 19일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소속 청소년들은 참정권을 주장하며 국립4·19민주묘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그들은 "4·19 혁명도 고교생이 시작했다. 청소년 참정권은 꼭 필요한 권리"라고 외쳤다.

 오는 6월 13일이면 전국적으로 지방 선거가 열린다. 선거일을 기준으로 만 19세 이상(1999년 6월 14일 이전 출생자)인 국민은 투표권을 가진다. 그러나 만 19세 미만은 성인과 똑같이 정치의 영향을 받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투표할 수 없다.

 이 문제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은 각각 다르겠지만, 한때는 여성도, 일부 남성도, 그리고 국민 대다수가 당연한 권리를 침해받는 대상이기도 했다. 계층, 생물학적 성 또는 사회적 위치에 따른 금기가 남아있는지 생각해보자. 그리고 한 시대를 살아가는 주체로서 적극적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금지를 금지하라.

안다현 기자
 1600353@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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