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의 그 책| 진정한 연민의 방법
소문의 그 책| 진정한 연민의 방법
  • 박은행 기자
  • 승인 2018.05.08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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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삶 속에서 각자의 슬픔과 아픔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리고 때로는 누군가의 슬픔에 공감하고 연민하기도 한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의 아픔을 짐작만 할 뿐 타인의 슬픔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건 힘든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종종 '그저 슬퍼하고, 위로만 하는 것이 진정한 연민일까?'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타인의 삶에 진정으로 공감하지 못한 채 이루어지는 연민은 때때로 타인의 희망을 절망으로 뒤바꿔버린다. 

책 『로기완을 만났다』와 책의 저자 조해진[출처=씨네21]
책 『로기완을 만났다』와 책의 저자 조해진[출처=씨네21]

 책 『로기완을 만났다』(조해진, 창비, 2011)에 등장하는 주인공 '나'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사연을 방송에 내보내 실시간으로 후원을 받는 TV 프로그램의 작가다. 방송의 목적은 시청자의 후원 전화를 더 많이 받아 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극적인 연출은 필수다. 그녀는 여러 어려운 사람을 만나고 스토리를 짜는 동안 한편으로는 진정한 연민이란 무엇인지 고민한다.

 연민이란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중략) 태생적으로 타인과의 관계에서 생성되는 그 감정이 거짓 없는 진심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포기되어야 하는 것일까. p.48

 주인공 '나'는 신경섬유종증을 앓고 있는 여고생 '윤주'를 만난다. 그녀는 윤주에게 남다른 관심을 가지는데, 남에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윤주의 모습이 자신과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윤주가 더 많은 후원을 받게 하고자 욕심을 부린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행동은 오히려 윤주를 더 큰 절망에 빠트리게 된다. '나'는 윤주를 위하는 마음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에 대해 고뇌하며 괴로워한다. 

 그러다 그녀는 자주 찾아 읽던 잡지에서 탈북인 'L'의 고백을 접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그녀는 L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며 무작정 벨기에 브뤼셀로 향한다. 그곳에서 L의 사연을 기사로 쓴 '박'을 만나 L의 일기를 건네받고 그에 대해 알아가게 된다. 탈북인 'L'이 바로 소설 제목 속 '로기완'(이하 로)이라는 인물이다. 소설은 로의 일기를 통해 주인공 '나'가 본인이 윤주에게 갖고 있던 진심이 무엇이었는지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나'는 로의 일기를 읽으며 3년 전 그의 발자취를 그대로 따라가 본다. 로는 탈북한 후 난민신청을 하기 위해 벨기에 브뤼셀에서 한국대사관으로 향하는 여정을 떠난다. 그녀는 로가 그 과정에서 겪었던 외롭고 힘들었던 일상을 똑같이 경험해본다. 많은 사람이 로에게 한국대사관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을 거라고 말했고, 그 또한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소속'이 필요했고, 대사관에 가야만 했다. 그러다 마침내 여정의 끝일 거라고 생각했던 대사관에 도착하지만, 북한에서 온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내쳐지고 만다. '나'는 로가 대사관에서 쫓겨난 후 울었을 그 골목에서 그가 가진 슬픔의 무게를 함께 느낀다. 그러면서 그녀는 윤주의 슬픔을 떠올린다. 

 윤주도 늘 혼자 울고 있었다. 그는 타인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했다. 주인공 앞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걸 떠올린 순간, 그녀는 깨닫는다. 로에게 대사관이 희망이었듯 윤주에게는 그녀가 희망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대사관에서 로를 냉정하게 내쳤을 때, 또 그녀가 윤주를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후원금으로 그를 위로하려 했을 때, 그들에게 대사관과 그녀는 희망에서 절망의 대상으로 바뀌어버렸다.

 동시에 그녀는 한 번도 얼굴을 마주한 적 없는 로의 삶을 연민함으로써 자신이 윤주에게 가졌던 마음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에 대한 답을 발견한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항상 윤주의 아픔에 공감하는 마음과 함께 일이 잘못될 시 그가 자신을 원망할 거라는 두려움이 공존해왔던 것이다. 이를 깨달은 그녀는 자신이 윤주에게 가졌던 이중적이고 이기적인 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것이야말로 그녀가 진정으로 윤주를 이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한다.

 그 진실마저 외면하는 순간, 내 남은 생애는 이가 갈릴 만큼, 지극히 인간적으로 영원히, 언제까지고 영원히, 스스로를 미워하고 또 미워해야 하는 나날뿐일 테니까. p.97

 타인에 대한 연민은 그에게 안도감과 고마움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섣부르게 그를 연민하는 것은 오히려 그가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게 만든다. 지금 당장은 타인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절망하지 않아도 된다. 진정으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고, 언젠가 그들과 유대를 가질 수 있다. 

 소설 속에서 '박'은 '나'에게 이런 말을 한다.

 때로는 미안한 마음만으로도 한 생애는 잘 마무리됩니다. p.183

 이게 바로 작가가 독자들에게 던지려 했던 메시지가 아닐까? 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는 모두 다르고 완벽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말 상대를 진심으로 대하려 노력하고,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정으로 상대를 이해하려고 애쓴다면, 그게 그들에게는 금은보화보다도 더 큰 위안이 될 것이다.

박은행 기자
1600259@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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