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여학생회 비대위는 고개를 들 낯이 있는가
총여학생회 비대위는 고개를 들 낯이 있는가
  • 박현주 기자
  • 승인 2018.05.08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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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편집국장
박현주 편집국장

 필자가 총여 폐지에 반대하여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님을 미리 밝힌다. 총여학생회(이하 총여)가 생긴 지 33년 만에 처음 열린 여학생총회(이하 여총)를 난장판으로 만든 것이 주최인 총여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총여 비대위)였음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지금쯤 제발 부끄러워하고 있길 바란다. 도리어 그 상황을 다 지켜본 필자의 낯이 뜨거울 정도이니.

 총여학생회가 총학생회, 단과대 학생회와 별도의 특별자치기구라는 점을 들어 매번 학생들의 질의에 '답할 수 없다'던 총여 비대위는 개회 선언 이후, 각 단과대의 총여학생회 폐지 찬성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해당 입장문들에 대한 질의는 일체 받지 않았다. 이유인 즉, 해당 입장문은 여성국장의 의견이 아니라 단과대 학생회의 입장이므로 여성국 회의를 통해 내용에 대한 질의를 받지 않겠다고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별도의 특별자치기구라서 질문조차 받을 수 없다는 총여의 폐지를 논하는 자리에서, 각 단과대 학생회의 입장문을 발표한 이유는 무엇인가? 총여 비대위는 2시간동안 진행된 여총에서 약 30분, 즉 1/4의 시간을 들여 단과대의 입장을 줄줄 읊을 것이 아니라 이제까지 총여에서 진행해온 사업과 학내 역할, 왜 폐지에 대한 논의가 나왔는지 등에 대해 설명하는 순서를 준비했어야 마땅했다. 총여가 폐지됐을 때의 대안을 묻는 질문이 어째서 답할 수 없는 질문이란 말인가? 정말 답이 없는 것은 '질문에 답할 수 없다'던 총여 비대위임을 알아야 한다. 총여 비대위는 총학생회 산하의 학생권익위원회가 총여의 대안인 것처럼 말했지만, 정작 학생권익위원회는 몰카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모든 캠퍼스 내 화장실에 몰카가 없었다'고 거짓 게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여총에서는 발언권을 얻은 후 마이크를 통해 질의를 해야 한다. 물론 여총을 진행하는 사회자와 총여 비대위원장, 부비대위원장은 발언권을 항시 가진다. 총여가 존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생들의 질의에 '답할 수 없다'거나 '안건과 관련 없는 이야기이니 그만하라' 등으로 대응한 총여 비대위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발언도 잠자코 묵인했다. 학생들의 의견 제시를 가로막고 2차 가해를 방치하라고 마이크를 준 게 아니다. 성폭력 피해 학생에게 "왜 성폭력을 당했을 때 따지지 않고 여기 와서 이러느냐"는 천인공노할 발언을 제지하는 것이 총여의 역할이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마이크의 용도도 모른 채 단상 위에 앉아있을 자격이 있었는지 스스로 반문해보라. 2차 가해에 사과하라는 학생에게는 '발언권을 얻고 말하라'던 총여 비대위는 총여 폐지를 주장하는 학생의 돌발 발언에는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다.

 심지어 사회자는 총여의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내는 학생에게 "그럼 학우분이 직접 출마를 하시지 그랬냐"고 묻기도 했다.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사람은 학생 자치기구에 대한 의견조차 낼 수 없는가? 해당 발언을 한 여성국장 본인은 앞으로 대통령을 비롯한 선거 공직자들의 행태에 단 한 마디의 비판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물론 총여가 공석이 되면서 여성국장들이 갑자기 비대위 체제를 떠맡게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가 총여를 폐지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냐"며 학생들에게 책임을 따져 물은 것에 대한 변명이 되지는 않는다. 

 총여 비대위에게 묻겠다. 총여 비대위는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에 몇 번이나 출석했는가? 중운위는 총학생회장, 단과대 학생회장, 특별자치기구 학생회장, 중앙집행위원장, 학생복지위원장으로 구성된 대의원회의 상설의결기구이며 최고 운영기구다. 학교의 복지, 건설, 행사 등 학생들의 권익을 위한 사항을 다루는 회의다. 중운위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총여 비대위는 제14차 중운위(5월 1일자 개최)에 간만에 출석했다. 그러나 '총여 예산의 잔액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모두 남성으로 구성된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 각 단과대의 회장과 동아리연합회장만이 이에 대해 발언했으며 이미 모든 잔액(약 180만원)은 총학의 예산 통장에 입금된 상태였다. 여총에서 총여의 역할에 대해 질의하는 학생들에게 '왜 비대위에 책임을 묻느냐'고 반문하던 비대위는 정말 책임에 대해 논할 자격이 있는가. 이 또한 '답할 수 없다'고 회피할 것인가 아니면 이미 폐지된 기구이니 '나 몰라라' 외면할 것인가.

 총여 비대위는 이제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 각 단과대의 여성국장 등 주요 요직에서 일할 것이다. 이제 총여가 폐지됐으니 단과대 학생회로 돌아가 부디 열심히 일하길 바란다. 여총에서 보여준 모습으로는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도저히 신뢰할 수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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