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따라 개성 따라 독립서점
취향 따라 개성 따라 독립서점
  • 소혜미 기자
  • 승인 2018.05.08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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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문화 향유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이 높아지면서 평균 영화 관람객 수가 크게 늘었고, 음악·책 등을 직접 사서 소비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과도한 마케팅에 의해 유행만을 따라 예술품을 소비하는 사람도 늘었다. 이에 몇몇 사람들은 '획일적이고 보편적인' 문화 소비 기준에서 벗어나고자 상업 예술보다 독립 예술품을 선호한다. 이번 호에서는 그 예술품을 자신만의 색깔로 제작 혹은 판매하고 있는 '독립서점'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독립영화, 독립음악, 독립출판물, 독립서점… '독립'이라는 단어가 붙은 합성어들은 다양하다. '독립'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일반적인 영화, 음악 등과 성격이 달라진다는 점은 알겠지만, 정확히 어떻게 달라지는 걸까? 

 '독립'은 본래 '다른 것에 예속하거나 의존하지 아니하는 상태로 됨'이라는 의미지만, 특히 예술과 관련해서는 '획일적이고 보편적인 기준에서 벗어난'이라는 의미가 있다. 따라서 독립서점 역시 보통의 대형서점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는 서점을 말한다. 보통 대형서점은 판매량이라는 획일적 기준을 가지고 운영한다. 반면 독립서점은 판매량에 얽매이지 않고, 가게 주인의 취향대로 꾸며지고 운영된다. 대체로 독립출판물을 판매하는 서점을 '독립서점'이라 부르며, 특정 분야의 서적을 다루기도 한다.

 독립서점은 대형서점보다 보유하고 있는 전체 도서의 종류는 적지만 그 분야 내에서 여러 도서를 갖고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특정 분야의 도서에 관심이 있거나, 자신만의 출판물(독립 출판물)을 출간하고 싶은 사람, 또 독립출판물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작가 개개인의 이야기를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는 독립서점이 좋은 놀이터가 되고 있다. 

 출판에 관심이 많다는 한승진(산업디자인학 4) 학생은 "쉽게 볼 수 없는 독립출판물이 있고, 친절함과 안락한 분위기 때문에 독립서점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또, 한 달에 한 번 이상 독립서점에 들른다는 송혜경(문예창작학 4) 학생은 "독립출판물은 물론이고 특정 분야를 다루는 독립서점도 좋아한다"며 "독립서점이 일반서점보다 소소하고 다정한 느낌이 들어 자주 찾게 된다"고 밝혔다. 

나도 독립출판 해 볼까?

 누구나 자신만의 책을 출간하는 꿈을 꾼 적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글을 쓰고 교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서점에 책을 출고하기까지의 과정은 두렵기만하다. 그러나 독립출판을 하면 디자인이나 내용, 분량 등의 제한이 없으므로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 된다.

 요즘은 독립서점의 주인이나 편집전문가들이 초보작가를 위해 워크샵 형태로 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는 '인디자인'이라고 하는 편집 프로그램을 사용해 책의 디자인을 편집하는 방법과 완성된 책을 유통하는 방법에 대해 가르쳐준다.

 우리 대학에도 독립출판 잡지를 출판하는 학우들이 있다. 조선태(문예창작학 4) 학생은 선배와의 식사자리에서 '잡지 만들어 볼까?'라는 말을 계기로 지난해부터 친구 4명과 함께 부산의 연극과 희곡을 다루는 계간 잡지 '파이플'을 출간하고 있다. 조선태 학생은 "(처음에는) 잡지를 펴내는 과정에서 전문가가 아니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유통의 경우 주먹구구식으로 직접 서점에 찾아가 배달을 하곤 했다"며 "그러나 금전적인 부분에서는 많은 분들이 후원해주셔서 지금까지 (잡지 발간을) 해올 수 있었다. 그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대형 시장에서 동네서점 구출하기

 도서 시장에서 대형·인터넷서점의 점유율이 높아지며 동네서점은 하나둘씩 문을 닫는 추세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조사한 '2015 한국출판연감'에 따르면 2005년에 전국서점 수는 3,429개였으나, 8년 후인 2013년에는 2,331개로 줄어들었다. 

 그런 와중에 대형서점들은 더욱더 새롭고 좋은 시설과 제도 등을 발달시키며 분점을 늘려가고 있다. 반면에 동네서점은 상대적으로 보유 도서의 규모도 작고 눈에도 잘 띄지 않는다. 그 때문에 편의성으로는 대형·인터넷서점을 상대할 수 없다. 그렇다면 동네서점을 살릴만한 그만의 경쟁력에는 무엇이 있을까? 
동네서점만의 키워드에는 '관계'가 있다. 독립서점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오프라인 공간을 이용하여 그 서점만의 가치를 창출하고 그를 사람들과 공유해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장소다. 한승진 학생은 "(동네서점에서는) 사장님과 인문학과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점이 좋다"는 의견을 전했다. 일부 독립서점은 인문학 강의, 책모임 등을 열어 서점을 예술문화 공간으로 활용하며 인적 관계 형성과 책의 가치 창출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심연우 기자]
[일러스트레이션=심연우 기자]

 대형·온라인서점에 집중된 시장을 분산하기 위해 출판사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출판사 '민음사'는 지난해 도서 『무진기행』(김승옥, 민음사, 2007)과 『인간실격』(다자이 오사무, 민음사, 2004)의 한정판을 전국 130여 개 동네서점에서만 판매했다. 출판사 '문학동네'도 동네서점 살리기에 동참하고 있다. 문학동네는 지난달 전국 동네서점 56곳과 협약을 맺어 『2010-2017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문학동네, 2018) 동네서점 베스트 컬렉션을 발간했다. 민음사는 동네서점 한정판 도서의 출판 의도에 대해 "지역 주민들이 각 지역에 있는 동네서점에서 책을 직접 살펴보고 살 수 있도록 함으로써, 독자들에게 동네서점에 가야 할 이유와 계기를 제공하려는 새로운 시도"라고 밝혔다.

역사가 담긴 유일한 책방골목

 한편 '책방' 하면 빠질 수 없는 장소가 바로 부산에 있다. 중구에 위치한 '보수동 책방골목'이다. 전국에서 유일한 책방골목인 보수동 책방골목은 6·25전쟁 이후 생겨났다. 부산이 임시정부 수도로 지정되고 한 피난민 부부가 처마 밑에서 상자를 깔고 노점을 시작했던 것이 하나둘씩 모여 책방 골목을 형성하게 됐다.

 하지만 보수동 책방골목이 유명세를 얻기 시작하면서 최근에는 책은 사지 않고 사진만 찍는 관광객의 비율이 확연히 높아졌다. 더군다나 상인들은 임대료 상승으로 인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태다. 결국, 보수동의 몇몇 책방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고, 책방골목에는 위기가 찾아왔다.

 중구는 이러한 현실을 수렴해 지난달 8일 관광명소인 책방골목을 살리고자 부산시 교부금 5억 원을 투자해 환경개선사업을 하기로 했다. 개별 점포의 개성을 담은 마스코트를 각 서점 앞에 설치하고 광장을 조성해 시민들이 책을 읽으며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또한, 입구에 관광안내소를 설치하여 46개 서점에 대한 정보도 제공할 예정이다.


#인디고서원 - 인문학으로 이뤄갈 밝은 미래 

 전돌(내구력이 강한 벽돌)로 쌓아 올린 벽, 바람이 지나가는 길이 있고 그 가운데 심은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띈다. 이는 2004년 문을 연 청소년 인문학 서점 인디고서원의 외관이다.

 다년간 청소년 인문학 수업을 진행해오던 허아람 대표는 인문학 수업을 위한 좋은 서적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교육, 소통 그리고 문화공간으로서의 서점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인디고서원에서는 여러 독서 및 강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월에 네팔 히말라야 산간지대에 도서관을 세웠으며, 격년으로 '인디고 유스 북페어'도 개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는 우리 대학 인문역량강화사업(코어사업단)과 협력해 주최하는 '시민 인문학 프로그램'을 개최 중이다. 이번 달 11일에는 우리 대학 강신준(경제학) 교수의 공개강의가 열리는데, 인디고서원 홈페이지에서 참가신청을 하면 누구나 수강할 수 있다. 

 인디고서원은 "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교육"이라며, " 정원에 씨를 뿌리고 잘 가꾸면 자연스럽게 식물이 자라고 열매를 맺는 것처럼, 양분을 주어 자라난 식물의 그늘에서 사람들이 모여 얘기하고 뜨겁게 토론하는 것이 일상화되는 삶을 꿈꾼다"고 말했다.

 


#샵메이커즈 - 부산 독립출판의 문을 열다

 2010년, 부산에 처음으로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독립서점이 탄생했다. 

 샵메이커즈의 구나연 대표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직무 경험을 살려 미술 작품집을 만드는 디자인스튜디오 '아트랩'과 책방을 함께 운영하기로 마음먹었다. 독립출판의 불모지였던 부산에 더 많은 개인 창작자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구나연 대표의 바람은 서점 이름인 '메이커즈(makers)'에서도 잘 드러난다. 창작자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책방을 연 후 2016년에는 '프롬더북스(現 프롬)'와 함께 '서울 아트북 페어'에서 착안한 '부산 아트북 페어'를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2회를 맞았다.

 구나연 대표는 "독립출판은 작가와 독자의 경계선이 없다. 누구나 독립서점이라는 공간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다른 창작자들의 작업을 보며 영감을 얻을 수 있다"며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쉽게도 올해는 부산 아트북 페어를 개최하지 않지만, 샵메이커즈는 꾸준히 'Hang up Picture Project'를 열어 창작자들의 그림이나 사진을 전시하고 있으며 작가와 만남의 자리도 마련하고 있다.

 

 


#책방봄봄 - 0세부터 100세까지 모두가 보는 그림 책방

 "봄봄을 통해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되고, 그 아이들이 성장하여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사회 구성원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8월 해운대구에 문을 연 책방봄봄에서 직선거리 4km 이내에는 대형서점이 3곳, 대형 중고서점이 2곳 들어서 있다. 김윤진 대표는 이런 환경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그림책을 통해 인문학에 첫걸음을 내디딤으로써 살아가며 필요한 배려, 약속, 평등 등을 배우기 바라는 마음에서 책방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그림책을 읽으면 그림과 글을 쉽게 보고 넘기기 마련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포된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책방봄봄에서는 나이별로 '그림책 깊이 읽기' 수업을 진행해 아이들이 이를 배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예전에는 그림책이 아이들만을 위한 책이었지만, 지금은 세계적으로 그림책도 하나의 문학 장르로 인정받는 추세다. 깊은 생각을 요구하거나, 조금 어두운 분위기를 가진 어른을 위한 그림책도 많이 출간되고 있다. 김윤진 대표는 "손님들이 한 권 한 권 책을 사 갈 때마다 힘을 얻는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소혜미 기자
 1403438@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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