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유학생은 처음이지?'
'어서와, 유학생은 처음이지?'
  • 강주희 기자
  • 승인 2018.09.03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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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외국인 유학생… 인식은 제자리걸음

 외국인 유학생 10만 명 시대, 현재 우리 대학교에는 총 35개국 711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재학 중이다. 국내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별 국내 학생 수가 줄어든 반면 외국인 유학생 비율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런 현상의 원인 중 하나는 외국인 유학생의 경우 대학 입시모집에서 정원 외로 분류돼 줄어드는 학생 수 충원과 학교 운영자금 마련 등이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늘어나는 유학생 수에 비해 캠퍼스 내 분위기는 아직 외국인 유학생을 수용하기에 미흡해 보인다.

 특정 외국인 학생들을 향한 도가 지나친 비하 발언과 편견이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익명으로 글 작성이 가능한 시간표 앱 '에브리타임' 등에서 '짱깨', '개슬람' 표현이 종종 사용되고 있다. 이 같은 표현은 주로 '외국인 학생들이 기숙사 및 강의실에서 시끄럽게 떠든다'고 지적하는 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시끄러우면 무조건 짱깨들', '타이완 넘버원(중국인을 조롱하는 표현)' 등의 댓글이 아무런 제재 없이 게시된다. 이는 온라인뿐만이 아니다. 부민캠퍼스 강의실 책상에는 '짱깨xxx', '짱깨 돼지' 등 비하하는 표현이 유학생들도 함께 듣는 강의실에 버젓이 적혀있다.

 외국인 유학생들의 기숙사 소음문제에 대해 부민캠퍼스 남자기숙사 층장을 맡고 있는 강성민(국제무역학 2) 학생은 "심야에 소음문제가 종종 발생하지만, 외국인 학생들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기숙사에) 입사하기 전, 사전교육을 통해 미리 주의를 줘서 국적과 관계없이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당부해야 한다"고 전했다.
 
 매 학기 갈등을 빚는 수강신청 문제도 유학생과의 갈등 원인이 된다. 익명을 요구한 A 학생은 "수업시간에 한 교수님이 '한국인 학생들도 수강신청 탈락으로 이 강의를 듣지 못하는데, 중국인 학생들은 학점도 상관없을 텐데 굳이 (이 강의를) 들어야 하냐'고 말했다"며 "중국인 학생들도 학비를 내고 다니는 건데 수강신청에 자유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원도 예외는 아니다. 베트남 국적인 레응옥카이(무역학 석사과정수료) 학생은 작년에 베트남에서 대학 졸업 후 우리 대학 대학원에 입학했다. 그는 "한국인 교수님과 학생들이 종종 베트남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일 때면 외국인이라 배제되는 느낌을 받는다"며 "'베트남에도 이런 게 있어요?', '베트남은 가난하니까 돈 때문에 한국 왔죠?'라는 말을 들으면 무시 받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본지는 학내 이슬람문화실 마련에 대한 학생들 간의 대립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동안 홈페이지 '논란 분분한 캠퍼스 내 이슬람문화실, 당신의 생각은?' 참고) 이슬람문화실의 설치를 알린 페이스북 페이지 '동아대학교 대나무숲'의 해당 글에는 학생들의 부정적인 댓글이 다수였다. '비이슬람 국가에 와서 권리와 문화를 모두 누리려고 하는 것은 이기적이다', '이슬람문화실을 만들 거면 불교·힌두교·유대교문화실도 만들어야 한다' 등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이는 당시 논란이 분분했던 제주도의 예멘 난민 수용문제와 시기적으로 겹치면서 더욱 부정적인 반응을 낳은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 학생들과의 협의 없이 미화원휴게실을 없애고 이를 설치한 학교의 일방적 행정도 비판을 받았으며, 현재는 이 같은 논란을 뒤로하고 부민캠퍼스 종합강의동 2층에는 이슬람문화실이 설치된 상태다. 

 현재 우리나라의 이슬람교도는 약 20만 명으로 추정되며 우리 대학에 재학 중인 이슬람 국가 출신 유학생은 총 86명이다. 이슬람 경전인 코란에 의하면 무슬림은 하루에 다섯 번 기도해야 한다. 기도 전에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하기 때문에 기도실에는 세족실이 마련돼야 한다. 급/배수 시설이 필수임에 따라 이슬람문화실로 사용 가능한 공간이 제한적이다. 그 때문에 급/배수 시설이 설치된 미화원대기실을 이슬람문화실로 사용하고 기존의 미화원대기실은 이슬람문화실 바로 옆으로 이전했다. 국제교류처는 "증가하는 무슬림 유학생 수와 이슬람 문화에 대한 교내 구성원의 이해 제고를 위한 것"이라고 설립배경을 밝혔다. 또 유학생 유치, 관리 관련 사업 신청 시 캠퍼스 내 기도실 설치 유무에 따라 가산점을 부여받게 된다. 

 본지 1114호 3면은 '외국인 유학생 적응·교류 프로그램 강화 필요'에 대해 다룬 바 있다. 당시 유학생들은 학교에 바라는 점으로 △한국 학생들과의 교류 확대 △유학생 학생회 설립 △장학금 제도 개선을 꼽았다. 기사가 보도된 2014년에 비해 외국인 학생에 대한 제도적인 지원은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지만 외국인들을 향한 배타적인 시각으로 인해 외국인 학생들과 한국인 학생들 간의 벽은 여전히 높아 보인다.

넘기 어려운 언어장벽 

 학생들이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는 것에는 의사소통 문제도 있다. 특히 학과 특성상 조별과제가 잦은 경우, 외국인 유학생들의 미숙한 한국어 실력은 한국인 학생과의 소통에 걸림돌이 된다. 윤채민(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2) 학생은 "지난 학기에 중국인 유학생들과 총 4번의 발표를 진행해야 했는데 한국어에 서툰 중국인 학생들은 발표주제 및 강의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결국 한국인 학생끼리 모여 조별과제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외국인 유학생이 우리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TOPIK(한국어 능력 시험) 3급 취득이 필수다. TOPIK(한국어 능력 시험) 3급은 짧은 문장의 듣기와 말하기가 가능한 수준으로 간단한 의사소통에는 무리가 없지만 전공에 대한 전문용어, 발음, 구어체 사용을 극복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이에 정다영(글로벌비즈니스학 2) 학생은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들이 전공강의에 집중하고 과제를 제출하기 벅차 보였다"며 "무턱대고 유학생들을 받기보다 어느 정도 한국어 실력을 갖춘 학생들을 선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외국인 유학생의 한국 생활 적응을 돕는 '데일리' 서포터즈로 활동 중인 변현주(경영학 3) 학생은 "(데일리 활동으로) 많은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면서 그들도 우리와 친해지고 싶어 한다는 걸 알았다. 한국인 학생들이 외국인과는 언어 때문에 친해지기 어렵다는 편견이 있는데, 부족한 외국어 실력이나 문화 차이와 상관없이 그들과 대화하려고 노력하면 좋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온 트리스탄 힉스(Talking English) 교수는 "나라마다 문화는 매우 다르다. 그렇지만 우리는 '사람'이라는 점이 같다"며 "우리는 모두 친구들과 시간 보내기를 좋아하고 행복해지길 원하기에 문화 차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덧붙여 "외국인에 대한 특별한 시선을 거두고 거리낌 없이 다가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난 3월, 송도에서 문화체험 중인 외국인 유학생들
지난 3월, 송도에서 문화체험 중인 외국인 유학생들

 

강주희 기자
1714242@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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