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진되는 삶에서 '나' 구출하기
소진되는 삶에서 '나' 구출하기
  • 조은아 기자
  • 승인 2018.09.03 14: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는 오늘도 소진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 교보문고
사진출처 = 교보문고

  "분명 하고 싶어 했고 좋아했던 일이었는데···. 이제는 너무 싫어요. 예전처럼 잘하지도 못하겠고, 제 적성에 맞긴 한 건지도 모르겠어요." -p.83

 책 『나는 오늘도 소진되고 있습니다』(이진희, 대림북스, 2017)는 한방신경정신과 의사인 필자가 치료한 '번아웃 증후군' 환자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책에서 언급된 사례들은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도덕적이지 못한 조직에 회의를 느낀 주희 씨도,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혜민 씨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다. 이처럼 번아웃은 우리와 아주 먼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다면 어쩌다 우리는 소진되고 말았을까? 필자는 사람들이 번아웃을 겪는 원인을 △신념에 어긋나는 일을 해야 할 때 △착한 사람이 돼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을 때 △좋아하는 일이라는 핑계로 과한 업무를 소화해냈을 때 △정서적으로 부정적인 환경에 놓였을 때 △이루고자 하던 목표를 상실했을 때 등으로 나누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번아웃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은 사회와 조직이 가진 문제를 개인이 떠맡는 사회 시스템에 있다고 지적한다. 탈출구가 없는 피로사회에서 조직은 개인에게 끊임없이 '과로'를 요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은 '힘든 건 어쩔 수 없고 버텨야 한다', '버티지 못하면 나약한 사람이 된다'는 생각 때문에 지쳐가는 자신의 몸을 제때 돌보지 못하고 별 수 없이 소진되고 만다. '슈퍼맨·슈퍼우먼'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개인은 자신만의 삶의 밸런스를 무시당한 채 쫓기듯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번아웃 증후군을 방치하면 심각한 경우 '과로 자살'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된 걸까? 필자는 우리 사회에서 자신이 번아웃 증후군을 겪고 있음을 인정하는 사람보다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한다. 책에서는 그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하는데, 자신의 증상이 번아웃에서 비롯됨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자신이 번아웃임을 인정할 수 없어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필자의 병원을 찾는 이들은 대개 자신이 겪은 증상이 '번아웃 증후군'인지 알지 못한 채 "요즘 많이 피곤한가보다"며 병의 초기 증상을 단순한 수면부족으로 넘겨짚는다. 그런데 자신의 증상을 잘 모르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자신의 번아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사회는 '열정'과 '성실', '희생'을 사람들에게 요구한다. '우리 때는~'이라고 시작하는 기성세대의 말들과, 평균 이상의 것을 '평균'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이 기형적인 현실이 이상한 당연함을 만들어 냈다." -p.115

 개인이 번아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두려움 때문이다. '열정'과 '성실'의 기준을 한껏 높인 채 소수의 '초능력적인 삶'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개인은 사회의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실패자가 되거나 기회조차 얻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이러한 여건이 개인에게 자신의 번아웃을 인정하지 않고 계속해서 스스로를 채찍질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필자는 번아웃 증후군과 '우울증'을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 번아웃 극복의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번아웃과 우울증은 불면증이나 과다수면, 우울감, 의욕상실, 심신불안 등 증상이 비슷하다. 이에 번아웃 증후군 환자가 자신이 우울증에 걸렸다고 생각해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둘은 병의 원인도 다르고 해결책도 다르다. 우울증은 일과 무관하게 우울감과 부정적 정서를 느끼는 반면, 번아웃은 일에 대한 거부감 또는 일에 대한 냉소를 느끼는 증상으로 주로 '해야 할 일'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자신의 신체적인 증상이 번아웃으로 인해 야기된 것인지 아닌지를 알아야 정확한 치료가 가능하다.

 번아웃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번아웃이 찾아왔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일교차가 큰 환경에 노출되면 감기에 걸리는 것처럼, 번아웃 역시 스트레스가 심한 환경이 지속돼 생긴 자연스러운 질병이다. 결코 개인의 능력이 부족하거나 성실하지 않아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자신에게 나타나는 번아웃 증상을 받아들이고 그 원인을 살펴볼 때 비로소 번아웃을 극복할 준비를 할 수 있다. 

 필자는 자신의 번아웃을 받아들였다면 지금까지 소진되느라 수고한 스스로를 소중히 대해줄 것을 조언한다. '해야 할 일'에서 잠시 벗어나 '온전히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을 해야 한다. 혹여 지금 당신에게 번아웃이 찾아왔다면 주변의 시선이나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예를 들면 충분한 휴식을 위한 수면 시간 확보하기, 거울속의 나 자신을 보며 위로의 말 건네기 등이 있다. 필자의 말처럼 우리는 일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기 때문에 일을 하는 것이며,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자격이 충분하다. 

 "달라이 라마는 삶의 목표를 '행복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일은 행복을 위한 수단이지, 행복의 상위 목표가 아니다. 일 때문에 더 소중한 것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삶의 목표를 잊어버린 채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놓치지 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실천함으로써 일과 건강, 행복사이의 균형을 잡길 바란다." -p.215

조은아 기자
1709605@donga.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부산광역시 사하구 낙동대로550번길 37 (하단동) 동아대학교 교수회관 지하 1층
  • 대표전화 : 051)200-6230~1
  • 팩스 : 051)200-62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영성
  • 명칭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제호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0
  • 등록일 : 2017-04-05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이해우
  • 편집인 : 권영성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