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와르| "여행 중입니다. 도와주세요"
|느와르| "여행 중입니다. 도와주세요"
  • 강주희 기자
  • 승인 2018.09.03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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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그패커(begpacker)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광복로 거리는 폭염 탓인지 한산했다. BIFF광장 한편에서 들리는 노랫소리를 따라가 보니 금발의 외국인 남성이 버스킹을 하고 있었다. 그 앞에 놓인 상자에는 서투른 한국어 글씨로 '여행 중입니다. 도와주세요'라고 적혀있었다. 상자 안에는 지폐가 제법 들어있다. 사람들은 익숙한 듯 무심하게 외국인을 지나쳐갔다. 남성은 무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타연주에 집중했다.

 베그패커(begpacker) 

 구걸하다(beg)와 배낭여행자(backpacker)의 합성어로 '구걸하면서 여행경비를 마련하는 배낭여행객'을 말한다. 이들은 여행을 떠나 현지에서 구걸하는 방식으로 경비를 마련한다. 국내에서 관광목적으로 입국한 외국인의 영리활동은 불법행위지만 일일이 단속할 수 없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무작정 돈을 구걸하는 사람(구걸형), 액세서리나 사진엽서 등을 파는 사람(판매형), 버스킹을 하는 사람(공연형) 등 다양한 형태로 거리에 나타나고 있다.
 
 기자가 BIFF광장에서 만난 '베그패커'는 러시아에서 온 'Carpetplane'이라는 밴드의 기타리스트였다. 그는 홍콩,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를 여행하며 거리공연으로 여행 경비를 마련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의 버스킹을 감상한 후 자발적으로 상자에 돈을 넣었다. 그는 눈짓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공연을 관람하던 박소윤(21) 씨에게 '베그패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요새 번화가에서 '베그패커'들을 자주 본다. (경비마련을 위한) 도전정신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실제로 여행경비에 보태는지 알 수 없을뿐더러 점점 과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처럼 변형된 형태의 배낭여행객들은 외국인 여행객들에 대한 인식을 부정적으로 만든다.

 실제로 기자 또한 지난 7월, 피서객들로 붐비는 해운대에서 '베그패커'에게 강매를 당할 뻔한 불쾌한 기억이 있다.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며 다가온 그는 덥석 손에 태극기를 쥐여주며 돈을 요구했다. 당황스러워 얼른 태극기를 돌려주고 그 자리를 피했다. 

 청춘들의 무전여행에 대한 응원과 경비 구걸에 대한 비난, 두 가지 상반된 시선 속에 늘어나는 베그패커가 있다. '베그패커', 그들의 여행은 젊음의 패기일까 무책임일까.

강주희 기자
1714242@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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