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의 그 책| 내 마음을 옭아매는 영혼의 감옥
|소문의 그 책| 내 마음을 옭아매는 영혼의 감옥
  • 김장윤 기자
  • 승인 2018.10.10 17: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서적 협박에서 벗어나라』
사진출처 = Yes24
사진출처 = Yes24

타인에게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어떻게 하면 될까. 방법은 간단하다. "부탁 좀 들어줄래?"라는 말 뒤에 "우리가 어떤 사이인데…"라고 덧붙이는 것이다. 이로써 상대방은 알 수 없는 죄책감과 미안함을 느끼게 된다. 부탁을 거절할 때 자신이 뭔가 잘못한 것 같다면 정서적 협박자의 협박은 대성공이다.

 '정서적 협박'이란 단어가 생소할 수도 있지만 그 뜻은 간단하다. 바로 상대방에게 죄책감, 불안감, 두려움 등의 부정적 감정을 유발해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도록 만드는 행동이다. 책 『정서적 협박에서 벗어나라』(저우무쯔, 쌤앤파커스, 2017)는 이러한 정서적 협박에서 벗어나 주위 사람들과 건강한 관계를 다시 세우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할 것을 말하고 있다.

 이 책은 대만에서 출간 직후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정서적 협박' 이라는 생소한 개념을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다. 이 책의 저자인 저우무쯔(周慕姿)는 타이완의 타이베이에서 '마음햇살심리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는 심리상담사다. 저자는 심리상담사로 일하며 많은 사람이 '정서적 협박'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을 봤다. 그래서 직접 상담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이 책을 쓰게 됐다.

 저자는 '정서적 협박'에 6개의 단계가 있다고 말한다. 가장 첫 번째 단계는 요구(demand) 다. 예를 들어 "너 이번에 과제 좀 도와줄 수 있어?"라고 정서적 협박자가 요구하는 것이다. 물론, 정서적 협박과 부탁의 차이는 상대방에게 심적 부담을 주는가에 달렸다. 책은 상대방에게 심리적 스트레스를 준다면 그것은 정서적 협박이라고 말하고 있다.

 두 번째 단계는 저항(resistance)이다. 정서적 협박자에게 과제를 도와달라는 요구를 받은 당신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 이번 학기 복수 전공해서 바쁜데…" 요구를 별로 들어주고 싶지 않은 당신은 직접 거절을 표하지는 않고 소극적인 저항을 한다.

 세 번째와 네 번째는 압박(pressure)과 위협(threat)이다. 정서적 협박자는 당신이 자신의 요구에 저항하자 압박과 위협을 한다. "이정도는 괜찮지 않아? 내가 저번에 도와줬는데 정말 실망이다…" 정서적 협박자는 이를 통해 당신이 죄책감을 느끼도록 만든다. 당신은 정서적 협박자의 협박에 휘말려 '내가 너무 내 생각만 했나? 만약 안 들어주면 얘랑 끝장나는 거 아냐?'와 같은 생각이 든다.

 다섯 번째 단계는 굴복(compliance)이다. 정서적 협박자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상대방과의 관계가 틀어지는 게 두려운 당신은 부탁을 들어주기로 마음먹는다. 그다음 마지막 단계는 반복(repetition)이다. 정서적 협박자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다음에도 당신의 약한 부분을 건드려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도록 만들 것이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p.77)

 정서적 협박자는 "내 말대로 해야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항상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거절하면 나쁜 사람이 된다'는 죄책감을 느끼게 한다. 결국,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은 정서적 협박자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된다. 부탁을 거절하는 것이 마치 죄를 짓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호의가 오히려 정서적 협박의 발판을 마련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상대방의 요구를 거절했을 때 그가 쏟아내는 분노와 실망, 비난 등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상대의 감정만을 고려한다면 자신의 감정은 누가 보살펴주는가? 다른 사람의 감정은 내 책임이 아니다. 저자는 이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서적 협박'은 우리의 삶과 절대 무관하지 않다. 우리는 무심코 협박자 또는 피협박자가 될 수 있다. 상대방의 요구를 받아들일 때 판단의 기준은 타인의 감정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이다. 우리는 그들의 감정을 먼저 생각하기보다 자신의 감정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자신의 감정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타인 또한 우리의 감정을 존중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인생의 목적은 타인의 바람을 들어주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일을 하려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만약, 당신이 자신의 감정을 생각하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거나 '정서적 협박'을 자주 당한다면 『정서적 협박에서 벗어나라』가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김장윤 기자
1801406@donga.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부산광역시 사하구 낙동대로550번길 37 (하단동) 동아대학교 교수회관 지하 1층
  • 대표전화 : 051)200-6230~1
  • 팩스 : 051)200-62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영성
  • 명칭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제호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0
  • 등록일 : 2017-04-05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이해우
  • 편집인 : 권영성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