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여기가 어디지? 잠시 한눈팔던 사이에 엄마를 놓쳐버렸다. 지나가던 인간의 발걸음이 내 쪽으로 오는 것 같아서, 잠시 경계하느라 쓰레기 사이에 숨어있었는데. 큰 소리로 울어 봐도 엄마가 오지 않는다. 오히려 내 우는 소리에 우리 엄마가 아닌 인간들이 온다.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나를 동정하는 것 같다. 나에게 물과 밥을 주며 내 곁을 계속 지켰다. 이러면 우리 엄마가 못 오는데…
드디어 갔다. 그래도 엄마는 오지 않는다. 누군가가 나를 박스에 넣어 데려간다. 이대로 엄마를 영영 못 보는 건가?
우리의 일상 속 숨어있는 '길냥이'
페이스북 페이지 '동아대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학교 앞에서 새끼 고양이를 주웠다는 제보가 종종 게시된다. 인간이 키우다가 내다 버린 반려묘보단 길고양이인 경우가 많다. 마음씨 고운 학생은 어린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재워주고, 더 좋은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SNS에 글을 올린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학생도 더러 있다. 길고양이가 자주 출몰하는 우리 대학교 승학캠퍼스 앞 큰 소나무가 있는 길(경대컵밥 건너편 길)에는 누군가가 남겨놓은 고양이 사료와 물이 있다. 허겁지겁 사료를 먹던 길고양이는 사람의 발소리에 잽싸게 자취를 감춘다.
우리 대학 캠퍼스를 중심으로 배회하는 '캠냥이'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동아리도 있다. '고양이를 아끼고 치료하자'는 의미인 동아리 냥아치는 도심 속 고양이와 인간의 공존을 위해 힘쓰고 있다. (본지 1136호 8면 참조)
그러나 학교 앞에서 자취하는 학생에게 길고양이는 마냥 반가운 존재만은 아니다. 승학캠퍼스 근처에서 자취하고 있는 A 학생은 고양이가 주거 지역에 침범해 당황스러운 경험을 겪었다. A 학생은 "(원룸 건물) 현관문 닫는 것을 깜빡하면 고양이가 가끔 건물에 들어올 때가 있다"며 "(고양이가) 쓰레기 봉지를 뜯어놓거나 재활용 쓰레기통을 뒤져놓으면 쓰레기를 다시 치워놔야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몇몇 협회나 봉사단체에서는 길고양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성화 수술(TNR)을 시행하고 있다. 이런 문제 해결법에 대해 A 학생은 "옳은 행위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길고양이가 번식하지 못하게 중성화 수술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그것도 고양이를 위해서라기보단 인간을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닌가요? 무작정 고양이 개체 수를 줄이는 게 길고양이를 위한 행위라고 보진 않습니다."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은 △공격성 감소 △스트레스 감소 △수명 연장 등의 장점이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제각각이다. 인간과 길고양이가 공존하기 위해서 앞으로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안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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