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부는 바람, 총장 직선제
대학가에 부는 바람, 총장 직선제
  • 박은행 기자
  • 승인 2018.11.12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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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22일 2,129명이 참석한 학생총회가 열렸다. 당일 중앙운동장(현 뉴턴의 사과나무 공원)에 설치한 간이무대에서 제45대 '반드시' 액션 총학생회가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절을 하고 있다. (본지 1094호 1면 참조)
2012년 3월 22일 2,129명이 참석한 학생총회가 열렸다. 당일 중앙운동장(현 뉴턴의 사과나무 공원)에 설치한 간이무대에서 제45대 '반드시' 액션 총학생회가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절을 하고 있다. (본지 1094호 1면 참조)

현재 대학 사회에서 총장 직선제 요구는 '핫이슈'다. 이 흐름의 도화선이 된 것은 '정유라 이화여대 입학 비리' 사건이다. 2016년 당시 이화여대는 총장의 불명예 퇴임과 함께 총장 직선제를 도입했다. 이후 대학가에 총장 직선제 바람이 불며 지난 4월 전북대 총학생회는 교수회 회의실을 점거하고, 9월에는 고려대 총학생회장이 단식 시위를 벌이는 등 학생 참여 총장 직선제에 대한 학생들의 열망을 드러냈다.

 "학생참여 총장 직선제를 보장하라!"

 최근 수도권 대학가를 중심으로 총장 직선제를 시행하자는 학내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이는 학생에게 주인의식과 권리를 심어주고, 학내 민주화를 이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 3월 20일에는 전국 19개 대학 총학생회와 전국교육대학생연합 등이 참여한 '학생참여 총장직선제를 위한 운동본부'가 꾸려졌다. 이들은 총장 직선제 도입을 주장하며 각 학교의 시위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9월 4일, 고려대 총학생회는 총장직선제를 요구하는 행진 시위와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위가 끝난 후 노숙 단식 농성도 함께했다. 홍익대 또한 지난 5월 전체학생총회를 열어 총장직선제 안건을 가결했지만, 학교 측에서 응답이 없자 8월 총학생회장이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그 외 △동국대 △동덕여대 △카이스트 등 여러 대학에서 총장 직선제 요구가 뜨겁다.

 총장 직선제가 학생의 바람만은 아니다. 지난 2015년 9월, 국공립대 교수들을 대상으로 당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이었던 조정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전국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와 공동으로 전국 국공립대 교수들에게 '총장 직선제 및 대학자치 관련 공동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직선제가 '바람직한 총장 선출 방식'이란 응답이 90.4%에 달했다. 지난 6월 한국사립대교수회연합회에서 전국 사립대 교수 479명을 대상으로 한 '현재 총장 제도 평가'에서도 74.5%(357명)가 현재 총장 선출 제도가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대표성이 없다고 답했다. 같은 달 한국사립대교수회연합회에서는 '왜 민주적 대학 총장 선출이 중요한가'를 주제로 세미나가 열리기도 했다. 

 총장 직선제가 무엇이길래?

 총장 선출 방식은 보통 직선제와 간선제로 나뉜다. 총장 직선제는 학교 구성원들이 직접 투표에 참여해 총장을 선출하는 방식이며, 학생 참여 총장 직선제는 학생이 총장선출 과정에 학내 구성원으로서 일정 권리를 가지는 것이다. 

 대학 총장 선출 방식에 대한 이슈는 1980년대 민주화운동 이후부터 등장했다. 당시 대학들은 민주화 이후 총장 직선제를 시행했으나 직선제가 교수 사이의 파벌 형성과 공약 남발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지자 많은 사립대는 간선제로 전환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국립대에 직선제를 간선제로 전환하라는 교육부의 권고가 있었고 대부분의 국립대가 이를 따랐다. 하지만 부산대만이 유일하게 직선제를 유지했다. 교육부에서 재정 지원 사업을 이용해 간선제를 유도했지만, 2015년 고(故) 고현철 교수가 '직선 총장 사수' 유서를 남기고 투신하며 부산대는 직선제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지난달 7일 교육부 '사립대학 총장 선출 실태 전수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8년 7월 기준으로 현재 대학구성원 참여 없이 법인이 총장을 임명하는 '완전 임명제'가 72%(99곳)나 된다. 구성원 직접선거로 총장 후보 1명 혹은 복수 추천 후 이사회 임명을 하는 대학은 5%(7곳), 총장추천위원회에서 총장 후보 복수 추천 후 이사회 임명을 하는 간선제는 23%(32곳)였다.  

 그동안 전국 38개 4년제 국공립대 가운데 부산대가 유일하게 직선제였으나, 지난해 8월 교육부가 국립대 총장 임용의 자율권을 각 대학에 돌려주겠다고 밝힌 이후 △경북대 △제주대 △광주교대 △군산대 △전북대 △서울대 등이 직선제로 전환했다. 

 그러나 아직 많은 대학에서는 간선제로 총장을 선출하고 있다. 전북대는 학생 투표를 반영하지 않는 직선제 때문에 총학생회가 교수회 회의실까지 점거하여 학생 투표를 3.54% 반영하는 결과를 얻어냈다. 그러나 이마저도 국립대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비율이라 여전히 논쟁 중이다. 대부분 대학에서 학생이 대학 구성원으로서 총장 선출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교육공약 중 대학 총장 직선제가 포함돼있고 학내 직선제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고 있어 총장 선출 방식 변화의 바람이 어떻게 불어올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총장 직선제와 우리 대학

 우리 대학은 1989년부터 10년간 총장 직선제였다. 익명을 요청한 우리 대학 A교수는 "직선제가 있을 때는 교수 사이에서 세력싸움이 상당히 치열했으며, 직선제였지만 학생 참여나 의견이 큰 힘이 있는 시절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 총장 직선제는 사립학교법 개정과 충돌하면서 여러 갈등이 생겼고, 결국 1998년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변경됐다. 우리 대학은 '완전 임명제'로 학교법인 동아학숙 정관 규정집 제38조 1항에 '동아대학교 총장은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이사장이 임명하며 그 임기는 4년으로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이를 바꾸려는 시도도 있었다. 2012년 우리 대학 총학생회가 총장직선제를 포함한 4대 요구안 발의를 위한 학생총회를 소집했다. 2,129명의 인원이 모인 학생총회에서는 네 가지 요구안이 발의됐으며, 참여 학생 대부분의 찬성으로 모두 가결됐다. 그러나 당시 학생복지과 최선동 과장은 "학생총회가 학생회 최고의결기구이긴 하지만 행정상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하며 결과는 흐지부지됐다. (본지 1094호 1면 참조) 전국대학생총학생회네트워크에서 진행한 총장 직선제 요구 캠페인 '뽑는 맛'에 우리 대학 제51대 함께그린 총학생회 또한 함께 이름을 올렸다. 김근홍(에너지·자원공학 4)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현재 전국 22개 대학의 총학생회장이 모인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에서 총장 직선제를 함께 논하고 있다. 우리 대학 총학생회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소속이기에 내년에도 활발하게 논의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대학가의 총장 직선제 요구에 대해서는 "좋은 현상 같다"고 짧게 답했다. 올해 함께그린 총학생회가 총장 직선제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논의 및 활동을 한 바는 없다. 

 총장 선출은 학문의 자유를 위해 헌법이 보장하는 대학자치의 핵심 내용 중 하나다. 그러므로 학내 주체를 누구로 보며, 누가 총장으로 임명되고 임명하는가에 따라 학교 운영방식이 달라진다. 민주적인 과정의 총장 선출은 대학 운영에 투명성이 보장됨을 의미한다. 정현진(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2) 학생은 "사립학교가 재단 소유인 건 인정하지만, 총장이 학교를 대표하는 자리인 만큼 학생이 구성원으로서 총장을 뽑을 때 의견을 낼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처음 학생 투표 8.5%를 포함한 구성원 전체 투표로 총장을 선출한 이화여대의 경우, △정책토론 △후보자 인터뷰 등 학교 운영 계획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또한 이번달 9일 총장 후보 정책평가를 앞두고 서울대 학부 총학생회와 대학원 총학생회는 총장 예비후보자를 대상으로 정책간담회를 진행했으며, 서울대 총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간담회 질문을 받고 간담회 과정이 담긴 영상을 제공했다. 

 직선제를 강하게 요구했던 고려대는 이번 총장 선거의 총장후보자 추천위원회에 총학생회장이 학생대표로 참여한다. 또 페이스북을 통해 총장후보자 정보 및 인터뷰 영상을 게시하고 다음달 11일에 총장후보자 정책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이후 학생 전체 투표에 부쳐 그 결과 상위 1~3위 후보에게 총학생회장이 대표로 투표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9월 4일 고려대 총학생회가 고려대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총장 직선제를 요구하고 있다.(출처 = 뉴스핌)
지난 9월 4일 고려대 총학생회가 고려대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총장 직선제를 요구하고 있다.(출처 = 뉴스핌)

 

박은행 기자
1600259@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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