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저임금 논란과 경제민주화의 부침
|사설| 최저임금 논란과 경제민주화의 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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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1.1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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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남북문제 및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변화가 있었던 시기다. 그런데 경제영역으로 눈을 돌리면 최저임금 인상 논란이 전 사회적으로 논쟁을 불러일으킨 핵심 쟁점이 아니었나 싶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한계상황에 몰린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의 실태가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또 공교롭게도 최근 고용 및 분배지표, 주요 경제실적 악화로 최저임금 인상과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이 모든 경제문제의 주범인 것처럼 비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과연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이 그렇게 잘못된 정책인가?

 한국에서 최저임금제는 1987년 민주화 이행의 산물이다. 그것은 민주화 이후 개발독재의 국가 주도적 산업화, 성장우선주의 정책을 성찰하고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와 압력으로 등장한 경제민주화 정책의 일환이었다. 한국에서 경제민주화는 △금융실명제 △토지공개념 △재벌개혁 △최저임금제 △노동법 개정 △사회복지제도 도입 등 형평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는 정책을 지향했다. 

 그러나 역대 정부를 돌아보면 금융실명제나 국민연금처럼 큰 문제없이 비교적 순탄하게 정착된 사례도 있지만, 재벌개혁이나 노동법 개정처럼 커다란 반발과 논란 속에서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는 경우도 있었고, 최저임금제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같이 애초의 정책 취지에 비해 큰 실효성을 보이지 못하는 사례도 나타난다. 경제민주화 정책의 갈지자 행보와 부침은 기득권세력의 강력한 저항과 정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의 실패가 결합한 산물이다. 

 노태우, 김영삼 정부가 집권 초기에 강력하게 추진했던 재벌개혁은 보수언론의 경제위기론 확산과 재벌의 투자 기피 및 자본파업(capital strike)으로 결국 번복됐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개혁정책과 동반성장론은 보수적이고 성장 지향적인 경제관료들에 의해 유명무실해지고 무력화된 바 있다. 역사적으로 한국에서 경제민주화 정책은 제대로 실행된 적 없이 늘 반쪽짜리에 머물렀다. 물론 현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정책이 경제민주화를 지향하는 것이니 무조건 옳다는 것은 아니다. 자영업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한국의 상황에서 충분히 예견될 수 있는 부작용을 고려해 좀 더 세심한 준비와 다각적인 국민설득과 행정 과정이 필요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IMF 위기 이후 비정규직과 양극화의 급증으로 노동소득분배율과 내수시장의 구매력이 하락하고, 수출 부문 호황에도 재벌과 대기업이 천문학적인 현금을 사내유보하고 투자·생산에 극히 소극적인 현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론이 내수시장을 활성화하고 투자·고용의 선순환을 창출하려는 정당한 정책적 선택지였다는 점도 강조될 필요가 있다. 실제로, 2000년대 중반 브라질 룰라(Lula) 정부의 경우처럼 최저임금 인상과 빈곤층 보조프로그램을 통해 소득분배 효과는 물론, 가계소비 및 내수시장을 활성화하는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달성해 고도성장을 끌어냈던 성공사례는 분명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최저임금과 같이 전 사회적으로 논쟁과 관심이 집중되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대학이 학술적 토론과 실천적 대안 모색을 고민하고 공유하는 공론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주문한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사회적 쟁점에 대한 대학의 공론장 역할과 담론형성기능은 현저히 약화되고 있다. 최저임금이 대학과 직접 연계된 문제는 아니지만 전 사회적 파급효과를 지닌 사안이란 점을 고려할 때 보다 많은 대학구성원이 이 문제에 관심을 두고 열린 토론의 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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