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학스포츠, 혹 떼려다 혹 붙일라
위기의 대학스포츠, 혹 떼려다 혹 붙일라
  • 김봉주 기자
  • 승인 2018.12.03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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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주말리그에서 우리 대학과 고려대 야구부 선수들이 시합 전 인사하는 모습출처 = 인스타그램 @_pray_for_players
지난 7월 주말리그에서 우리 대학과 고려대 야구부 선수들이 시합 전 인사하는 모습
출처 = 인스타그램 @_pray_for_players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중들. 투수가 마지막 공을 던지고 경기를 마무리하자 고막을 찢을 듯한 함성이 터져 나온다. 얼마 전 막을 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활약한 SK와이번스 김광현 선수의 이야기다. 김광현 선수는 이번 시즌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이며 사랑받았다. 이처럼 우리가 좋아하는 대부분의 국내 스포츠 스타들은 '엘리트 체육'을 통해 육성됐다.

 '엘리트 체육'의 사전적 의미는 '특정 경기종목에 관한 활동과 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되고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선수들이 수행하는 운동경기'다. 다수가 아닌 소수를 위한 스포츠 정책인 셈이다. 엘리트 체육의 성과는 지난 88년 '제24회 서울올림픽'에서 정점을 찍었다. 이후 엘리트 체육의 영향력은 자연스레 우리나라 스포츠계 전반에 확대됐고, 지금까지도 우리나라 스포츠계는 '엘리트 체육인 양성'이란 구호로 가득 차 있다.

 그 중심에는 대학스포츠가 있었다. 프로팀을 압도하며 '연세대 vs 고려대' 라이벌 구도를 만들어 전국을 사로잡은 '농구대잔치'와 실업팀이 아닌 대학팀이 우승을 모두 거머쥐었던 대학배구 '대통령배 슈퍼리그'는 전 국민이 대학스포츠의 매력에 빠지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과거의 영광이 무색해질 정도로 대학스포츠는 관심과 실력 모두를 잃어 가고 있다.

 대학스포츠 이대로 괜찮은가

 난 2016년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는 'C제로 룰'을 실시해 학생선수의 출전에 학점으로 제동을 걸었다. 선수들이 일반 학생과 동떨어져 학교 수업을 제대로 이수하지 못하고 운동에만 집중하게 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올해 평균 학점이 C 미만인 학생선수 약 100여 명이 경기 출전 금지 처분을 받았다. 이에 대해 학부모와 학생 등 현장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제도'라고 불만의 소리를 높였다. 해당 제도는 평일 수업을 모두 이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운동선수로서의 꿈을 우선시하는 학생선수의 훈련 시간과 성과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우리 대학교 야구부 A 학생은 "학창시절부터 공부보다 운동에 집중해왔기 때문에 일반 학생과 함께 공부하기가 힘들다. 아무리 운동을 잘해도 학점을 못 넘으면 시합에 나갈 수 없다는 것이 억울하다"며 "운동에 대한 스트레스보다 학점에 대한 스트레스가 더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대학스포츠 현장에서 이야기하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주말 리그의 도입이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주말 리그는 C제로 룰과 마찬가지로 학생선수의 학업과 운동 병행을 위해 만들어졌다. 도입 목적은 좋아 보이지만 실상은 달랐다. 대학생 선수의 대부분은 고교 시절 프로리그에 선택받지 못한 뒤 대학에서 프로선수의 꿈을 꾸고 있다. 그 때문에 더욱더 많은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지만, 학점관리를 병행하게 되면서 좋은 경기력을 기대하기 힘든 현실이다. 

 고교야구의 경우 학교장이 허가할 시 연간 수업일수의 3분의 1 범위에서 대회 및 훈련 참가가 가능하지만, 대학야구는 주말 리그가 있기 때문에 스포츠협의회의 승인이 내려지지 않아 방학 기간을 제외하면 평일 경기를 진행할 수 없다.

 이는 비단 경기 출전 여부의 문제가 아니다. 선수들이 운동 외 학업에 신경 쓰느라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해 악순환이 계속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영남대 축구부 B 학생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수업을 듣고 그날 저녁 지방 경기장으로 출발한다. 밤에 도착해서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시합을 한 다음 일요일 밤에 다시 학교로 돌아온다. 그러면 월요일 새벽이나 돼서야 학교에 도착한다. 이러한 생활의 반복이다"라고 말했다. 

 경기장 사정 또한 만만치 않다. 현재 대학야구연맹은 고교야구 및 사회인야구에 밀려 경기장 수급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결국 타지에서 시합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경기장 편성이 잘못되면 부산에 위치한 기장이 아닌 여수, 순천, 광주 등으로 가야 한다. 한두 경기를 치르기 위해 왕복 800~900km의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선수들의 부담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운동선수는 운동으로 밥벌이를 하므로 가장 중심이 돼야 할 전문 분야는 공부가 아닌 운동"이라는 것이 다수의 학생과 학부모의 주장이다. 고등학교 시절 프로에 지명을 받고도 대학 진학을 선택한 C 학생은 "생각한 환경과 전혀 다르다. 프로지명을 받고도 대학에 온 이유는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4년 동안 착실히 준비한 후 더 좋은 대우를 받고 프로에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평일엔 각자 다른 수업을 들어야 하므로 함께 훈련하는 시간도 없고, 주말 리그를 하니까 쉴 시간도 없다"며 "대학 진학을 너무 후회한다. 주말 리그는 대학스포츠를 죽이는 정책이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제도를 통해 학생선수들이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고 '제2의 정유라'를 막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일각에서는 자칫 대학스포츠 전체를 죽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대학스포츠가 살아나야 함은 대학, 프로 할 것 없이 모든 스포츠 관계자들이 동의하는 부분이다. '엘리트 체육' 자체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면 이제는 현실과 떨어진 제도가 아닌 대학스포츠 실정에 맞는 대안을 함께 고민해야 할 시기다. 

김봉주 기자
1825008@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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