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투표해주신 학우분들께 감사하지 않습니다
|데스크 칼럼| 투표해주신 학우분들께 감사하지 않습니다
  • 박현주 기자
  • 승인 2018.12.03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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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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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끝났다. 당선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같이 말한다. "투표해주신 학우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글쎄, 필자는 투표해주신 학우분들께 별로 감사하지 않다.

 학생회 선거철을 맞아 각 대학의 언론이 매년 뽑아내는 기사도 하나같이 거기서 거기다. 위기를 맞다 못해 붕괴 수순으로 들어선 학생사회가 학생회를 선출해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각 대학마다 다르지만 보통 일정 투표율을 넘어야만 개표를 할 수 있는데, 이를 넘지 못해 투표함조차 열어보지 못하는 대학이 허다하다. 갑자기 모든 대학생들이 무정부주의자가 되기라도 했나싶을 정도다.

 우리 대학교는 어떨까? 총학생회와 단과대 학생회의 평균 투표율은 74.06%다. 투표율이 가장 높은 자연대는 96.89%에 달하고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의대도  58.32%를 기록했다. 우리 대학이 타 대학에 비해 유달리 시민의식이 높거나 학생회에 우호적이라 그런 걸까? 아니면 학생사회 붕괴의 바람이 우리 대학만 피해가고 있는 걸까? 학생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익명 커뮤니티의 힘을 빌려 '학생회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거나 '투표를 하지 않으려 피해 다닌다', '후보자나 공약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글이 판을 친다. 그러나 경선이었던 경영대와 공대를 제외한 총학생회와 단과대 학생회 선거의 평균 득표율은 82.73%다. 후보자와 공약에 대해 분석하고 고심한 후 표를 행사한 학생도 많겠지만, 생각 없이 '찬성'표만 던진 학생의 수도 만만찮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학생회의 공약은 매년 비슷하다. 물론 '건물 노후화 해결'이나 '학교의 일방적인 행정 반대'와 같은 공약이 매년 등장하는 것은 같은 문제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표류중이라는 이야기다. 이는 학생회의 탓만이 아니라 민주적이지 못한 학교 당국의 책임도 막중하다. 하지만 더 큰 책임은 학생의 무관심에 있다.

 고대 그리스극에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기계장치를 타고 내려온 신)'가 자주 사용됐다. 갑작스러운 결말을 맺기 위해 개연성 없이 전지전능한 신이 등장해 사건을 마무리하는 식의 연출을 말한다. 시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서사의 개연성이 없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비판한 바 있다.

 학내 민주화는 고대 그리스 연극이 아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없다. 학교 당국의 비민주성이나 같은 공약을 남발하는 학생회가 매년 등장하는 것에도 원인이 있다. 학교와 학생사회의 주인인 학생들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주체가 되는 것이 학내 민주화로 가는 개연성의 초석이다.

 그래서 말한다. 이번 해에도 생각 없이 투표율만 높여주신 일부 학우분들께 별로 감사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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