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학생사회, 변화의 바람은 불 수 있을까
위기의 학생사회, 변화의 바람은 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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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0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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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TV
출처 = 연합뉴스TV

 "총학생회조차도 이제는 학생들의 지지를 받는 탄탄한 조직이 아니다"

대학 내 학생공동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위기론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화비평가 최태섭 씨는 기성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위와 같은 말로 대학 내 학생자치기구의 좌초를 언급했다('취재 후, 총여학생회의 퇴장… 그 속에서 우리가 본 것들'(KBS, 2018.12.04) 참고). 이는 학내 특정 자치기구의 몰락이 아닌 전체 학생사회의 부진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학생들의 지지와 관심을 도통 받지 못하며 고전 중인 학생공동체가 위기를 맞다 못해 붕괴 수순으로 들어서고 있다. 학생사회가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은 대학사회 곳곳에서 이상 징후처럼 나타나고 있다.

 계속되는 위기 속 어쩔 수 없는 축소, 학생의 권익도 축소?

 최근 학생공동체의 붕괴를 가장 실감케 한 것이 '서울권 총여학생회(이하 총여) 전멸' 사태다. 총여는 지난해부터 △동국대 △성균관대 등 서울권 각지에서 차례차례 폐지돼 왔다. 그러던 지난 1월 4일, 서울권 대학에서 유일하게 명맥을 이어오던 연세대 총여마저 그 흐름이 끊겼다. 이로써 서울권 대학의 모든 총여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그 자리는 '여성위원회', '성폭력 담당위원회' 등의 이름을 가진 총학생회(이하 총학) 산하 기구가 대신하게 됐다. 

 우리 대학교도 사정이 다르지는 않다. 우리 대학은 지난해 4월 30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열린 여학생총회에서 총여의 폐지가 결정됐다(본지 1147호 1면 참고). 처음으로 정족수를 넘겨 진행된 여학생총회는 총여 측이 우리 대학 여학생의 권익보호와 입장대변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 총여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여학생의 입장을 대변하기에는 너무나도 미숙하다는 지적만 받은 채 끝났다.

 부산에서는 △고신대 △경성대 △부경대가 총여의 이름을 지키고 있긴 하지만 3개 대학 모두 입후보자가 없어 공석인 상태다. 우리 대학과 마찬가지로 총여를 폐지한 △부산대 △한국해양대의 경우 총학 산하 기구인 '성평등 위원회'와 '여성국'이 총여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잇따른 '총여 폐지 사태'에 일각에서는 총여의 역할을 대신하는 총학 산하 기구가 여학생의 권익 보호와 입장 대변을 온전히 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세대 제30대 총여학생회장 이민선 씨는 성명문을 통해 "총여의 후속 기구로 제안된 성폭력 담당위원회는 사건의 사후 처리만을 담당하는 기구다. 예방을 위한 학생자치기구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우리 대학의 경우 총학 산하에 신설된 학생권익위원회가 여자 화장실 몰카 부실검사로 인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본지 1147호 1면 참고). 이에 이규진(한국어문학 3) 학생은 "신설된 학생권익위원회가 학생의 권익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라며 "여학생의 불안을 무시한 학생권익위원회의 태도가 상당히 불쾌했다"라고 당시 심정을 밝혔다. 그는 "학생 공동체의 축소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만 받아들이기엔 어렵다. 학생자치기구는 체계적인 틀을 갖추고 학생의 의견을 대변해야 하는 대의기구다. 이런 방식으로 자꾸 축소된다면 결국 학내에서 학생의 의견이 점점 밀려날 것"이라고 우려의 말을 덧붙였다.

학생 공동체의 붕괴, 누구에게 책임 있나

 대학사회의 학생 공동체 붕괴 원인으로는 '학생자치기구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이 가장 많이 꼽힌다. 연대 의식을 잃은 학생들이 대학을 더는 공동체의 개념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무관심은 최근 '선거' 부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저조한 선거 참여율 때문에 개표도 하지 못하고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는 캠퍼스 및 단과대학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신대의 경우 지난해 12월 6일 '72대 총학생회 선거 무산'을 발표했다. 규정상 투표율이 절반을 넘어야 개표가 이뤄질 수 있는데 최종 투표율이 45.35%(2,172명)에 그쳤기 때문이다. 현재 한신대는 총학이 없는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번 달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다. 

 고준우 대학연구 네트워크 대표는 기성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대학에서는 '학생공동체'가 여기 존재한다는 감각이 희미해졌다. 예전에는 대학에서 학생들끼리 공동의 문제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는데, 학교는 더 이상 그런 공간이 아니다. 그저 졸업장 따서 사회로 나가야 하는 중간 단계로밖에 의미 부여가 돼 있지 않다. ···(중략)··· 이런 환경에서 총학생회의 위치는 전락하고 만다. 학생들의 정치적 의견을 주고받고 수렴하는 기구가 아닌, 단순 편의를 위한 기구만 필요하게 된 것이다"라고 현재 상황을 지적했다('취재 후, 총여학생회의 퇴장··· 그 속에서 우리가 본 것들'(KBS, 2018.12.04) 참고).

 이태광(기계공학 3) 학생은 "총학생회의 공약이나 활동에 딱히 관심을 가져본 적은 없다.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나의 학교생활에 직접적인 피해가 오는 일이 없다"라며 "아마 대부분의 학우도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총학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 풍토가 학생사회가 좌초하는 원인의 전부는 아니다. 이태광 학생은 "이러한 사회 분위기도 물론 이유가 되겠지만, 신뢰할 수 없는 학생자치기구의 행보 또한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학생회는 크고 작은 사건들로 학생에게 온전한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우리 대학에서는 당해 학생회가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되는 방식 때문에 학생회가 '짜고 치는 화투 판이 아니냐'는 거센 비난을 받은 바 있다(본지 1124호 1면 참고). 선관위가 특정 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를 밀어주기 식으로 담합하고 있다는 대자보가 붙었고 학생들 사이에서는 선거 과정에서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생겨났다. 당시 인터뷰에 참여한 학생은 "이런 현상은 일반 학생들의 관심이 선거에서 멀어지게 할 수 있으므로 총학생회는 대책을 구하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학생자치기구를 지적했다.

 관련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선관위는 선본의 당선 무효 과정을 유권자로서 표를 행사한 학생들에게 즉각 알리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비판받았다(본지 1132호 8면 참고). 당시 본지와의 인터뷰에 참여한 익명의 학생은 "학생들에게 과정을 알리지 않고 당사자끼리 결정해 통보하는 것은 유권자 의견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당사자끼리 정당하게 결정했는지의 여부를 학생들이 확인할 수 없으니 신뢰가 가지 않는다"라고 밝힌 바 있다.

 계속되는 위기론, 변화의 바람이 필요한 때

 이렇듯 계속되는 위기론 속에서 학생자치기구의 입지가 약해짐을 가장 걱정해야 하는 이유는 단연 학내 민주화의 상실이다. 학내 민주화의 상실은 곧 대학 내 모든 결정에서 학생의 의견이 뒷전으로 밀려남을 의미한다.
현재까지 가장 체계적인 대의기구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학생자치기구가 대안도 없이 소멸·축소된다면 학생의 의견이 대학의 의사결정에 제대로 반영될 수 없다. 학내 민주주의가 가장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기존 학생공동체 방식으로의 연대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학생연대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제언이 나온다. 여성학자 권김현영 씨는 지난해 자신의 SNS에 "총여학생회를 없앤 논리를 보면 이제 더이상 유니언숍 형식의 학생회는 불가능한 상황으로 접어든 듯하다. 보다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학생대표체제에 대한 고민, 이제야말로 본격적으로 되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이는 기존의 방식을 뛰어넘은 새로운 학생 연대의 방식이 위기를 맞은 현재의 학생사회에 필요함을 시사한다.

 한편, 우리 대학 김민지(사회학 2) 학생은 "현재 학생사회의 위기는 대학에 대한 주인의식을 잃은 학생들에게서 오는 것 같다. 오늘날 학생들은 학교 행정 및 운영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지 않는다. 하지만 과거보다 대학의 의미가 퇴색된 요즘 학생들이 주인의식을 잃은 것은 이상한 일은 아니다"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어 그는 "과거 학생사회의 행보가 부당한 사회를 변화시켜왔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로 인해 학생들이 대학의 의미와 주인의식을 되찾길 바란다. 지성인으로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할 때다"라고 덧붙였다.

조은아·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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