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인에게 '떡순이'라 불릴 정도로 떡볶이를 좋아한다. 얼마 전, 그런 '떡순이' 필자의 눈길을 끈 책이 있었다. 책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백세희, 흔, 2018)다. 이 책은 지난해 6월에 발간된 후로 현재까지 베스트셀러 목록 한자리를 꿰차고 있다.
재밌는 건 베스트셀러 목록 대부분이 이 책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는 것이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하완, 웅진지식하우스, 2018), 『인생이 적성에 안 맞는걸요』(임재영, 아르테, 2018), 『사실은 괜찮지 않았어』(앵그리애나, 채륜서, 2019) 등의 책은 <힐링 에세이>라는 카테고리로 분류해 서점에서 가판대를 따로 만들어 둘 정도다. 주목할 점은 이 책들이 모두 지난 1년간 발행됐으며, 후에도 꾸준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같은 책들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현실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언제부턴가 '소확행', '욜로', '대충살자'라는 말이 유행하며 '큰 꿈은 사치니 작게나마 위로받자'라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에 SNS에서 유행하던 '대충살자' 시리즈는 무민(無+mean) 세대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무민세대'는 특별하지 않은 것에서 의미를 찾고, 현재의 가벼운 일상에 만족하는 현재의 20~30대들을 지칭한다. 현실을 담보 삼아 미래의 꿈을 그려나가던 과거 청년들과는 꽤나 대조적이다.
이런 청년들의 태도는 청년 취업난, 청년 빈곤, 청년 우울증 등의 사회 풍조와 무관하지 않다. 대의를 추구할 환경이 조성될 수 없으니 개인의 작은 행복을 지키려는 청년들의 모습은 애잔하다 못해 안쓰럽다.
책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경우도 그렇다. 필자는 책의 내용보다 제목에 시선이 갔다. 만약 세계 3대 진미 중 하나인 캐비어가 '떡볶이' 자리에 제목으로 쓰였다면 청년들은 공감하지 못했을 것이다. 삶을 포기하고 싶다고 말하는 순간에도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는 간식인 '떡볶이'를 앞세우는 청년들의 태도를 기성세대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너만 힘든 게 아니야'라는 말이 위로로 쓰일 때가 있었다. 모두 다 힘드니까 힘들어하지 말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말이었지만 '남이 힘들다고 해서 내가 안 힘든 것도 아니고'라는 말이 나오자 그 말은 쏙 사라졌다.
혼자 힘든 게 아니긴 하다. 다 같이 힘들다. 모두가 힘든 이 사회에서 대체 행복한 사람은 누구일까. 필자는 우리 사회가 떡볶이도 좋지만 캐비어도 꿈꿔 볼 수 있는 사회가 되길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