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덜트샵? 뭐 어때!
어덜트샵? 뭐 어때!
  • 우수현 기자
  • 승인 2019.04.01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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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현 기자의 어덜트샵 탐방기
부산 서면에 있는 어덜트샵 'XOXO'의 입구 모습
부산 서면에 있는 어덜트샵 'XOXO'의 입구 모습

꿀꺽. 침을 한번 삼키고 서면에 위치한 어느 성인용품점 입구 계단에 첫발을 내디뎠다. 분명 분홍색의 번쩍이는 간판이 보이기 전까지 '뭐 어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는데 그 호기로움은 어느샌가 저 멀리 날아버리고 긴장만이 남았다. 첫 방문이 아니었기에 더욱 아무렇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큰 착각이었다. 친구들과 재미 삼아 우르르 몰려왔다 꺅 소리를 내며 대충 한 바퀴 돌아보고 나간 적은 있었지만 혼자 이곳을 방문해 잘 알지 못했던 성인용품 하나하나를 꼭꼭 씹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녕하세요! 딩동입니다" 이곳에 발을 내딛은 후 처음 기자의 눈을 '번쩍'하고 뜨이게 한 것은 우렁찬 인사 소리다. 화장품 매장에서나 들릴 법한 직원들의 밝은 인사와 매장을 가득 채우는 최신 음악이 이곳에서는 조금 어색하게 들려 사방을 두리번거리게 한다. 하지만 낯선 성인용품들에 금세 호기심이 생겨 기자는 눈을 반짝이며 매장 안을 활보했다. 

 팔짱을 끼고 콘돔코너를 구경하는 한 커플이 눈에 띈다. 전시된 콘돔을 만져보기도 콘돔 냄새를 맡아보기도 하며 한참을 구경한다. 편의점 한쪽에 자리한 콘돔을 떠올렸던 기자에게 이곳의 콘돔 코너는 '콘돔 백화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양과 길이, 재질, 그리고 향까지 가지각색으로 특성을 띤 콘돔들이 즐비해 있다. 호기심에 살짝 만져본 '돌기형 콘돔'에 소름이 돋기도 했고 '야광 콘돔'이 있는 진열대에 적힌 '자기꺼 어딨어?'라는 문구를 보곤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 나온다. 이렇게 많은 콘돔을 소비자들은 어떻게 구별하고 선택할까? 직원에게 직접 물었다. "이 중에서 제일 잘 나가는 콘돔이 뭐에요?" 직원은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기자의 오른쪽 벽면에 있는 콘돔을 가리켰다. "콘돔 중에서 제일 얇아 가장 잘나가는 제품이에요. 바로 옆 제품도 유기농 성분으로 돼 있어 여성분들한테 인기가 많아요." 직원은 자신 있게 말하며 콘돔을 직접 만져보길 권유했다.

매장에 진열된 바이브레이터
매장에 진열된 바이브레이터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여성 자위기구가 눈길을 끈다. 각양각색의 자위기구들이 당당하게 가판대 위에 자리하고 있다. 엄지손가락만 한 것부터 손바닥 길이만 한 것까지 크기와 길이도 다양하다. 실제 남성의 성기 모양의 커다란 삽입형 자위 기구도 보이고 자위 기구인지 모를 만큼 작고 귀여운 오리 모양의 기구도 있다. 특히 기자의 눈에 띈 것은 두 갈래로 나뉜 여성 자위 기구다. 나뭇가지를 연상시키는 모양의 기구 앞에는 '20대 여성 인기'라는 스티커가 붙어있다. 이리저리 살피는 기자가 신경 쓰였는지 옆에서 지켜보던 직원이 다가와 제품을 설명해준다. "대부분의 여성 자위기구는 삽입형이에요. 여기 큰 부분이 삽입하는 쪽이고 밑에 작게 튀어나온 부분은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는 부분이에요." 조금 당황한 기자와 달리 직원은 부끄러워하는 기색 없이 자신 있게 답해주며 다른 제품을 추천해주기도 했다. 

 그렇게 매장을 사오십 분 정도 구경했다. 신기하게도 처음에는 낯설고 민망해 눈으로만 구경했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자 장난감처럼 느껴져 만져보기도 작동해보기도 했다. 그 사이에 기자는 성인용품을 부끄러운 것이라 여겼던 것이 무색할 만큼 그것들에 익숙해져 있었다. 기자가 평소 자주 방문하는 '키덜트 소품샵'이 생각났다. 번화가에 위치해 항상 사람이 북적거리며, 궁금증을 일으키는 물건들이 넘쳐나고 다양한 상품을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점이 무척 닮아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여태껏 숨어있었던 어덜트샵은 지금 검은 옷을 벗고 나와 우리에게 '성 문화'를 알리는 중이다. 성인용품은 꽁꽁 숨길 만큼 부끄러운 것도 아니며 반대로 그렇게 특별한 것도 아니다. 성문화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이곳 '어덜트샵'으로 들어가 보자. 

지하 SM코너에 마련된 포토존
지하 SM코너에 마련된 포토존

우수현 기자
1700185@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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