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의 그 책] 우리는 순수함을 지킬 수 있을까
[소문의 그 책] 우리는 순수함을 지킬 수 있을까
  • 이세정 기자
  • 승인 2019.04.01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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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민음사, 1951)
『호밀밭의 파수꾼』의 작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삶을 담아낸 영화'호밀밭의 반항아' 포스터 출처 = 씨네21
『호밀밭의 파수꾼』의 작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삶을 담아낸 영화'호밀밭의 반항아' 포스터 출처 = 씨네21

당신은 십대 시절을 어떻게 보냈는가? 그 시기의 우리는 스스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들을 겪으며 성장한다. 오십 년 전의 누군가에게도, 오백 년 전의 누군가에게도 스쳐갔을 그 시기는 사춘기, 중2병, 질풍노도의 시기 등 시대에 따라 가지각색으로 표현된다. 약 70년 전에 출간된 책 속의 주인공도 예외는 아니었다. 1951년에 출간된 책 『호밀밭의 파수꾼』(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민음사, 1951)은 사춘기를 요란하게 겪는 홀든의 방랑기를 담아냈다. 

 문장의 끝마다 비속어를 덧붙이고 모든 이를 멍청이로 생각하는 홀든에게 이 세상은 불만투성이다. 하지만 동시에 겨울이 되면, 센트럴파크 연못의 오리들이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 하는 순수한 모습을 가진 소년이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훌쩍 커버린 청소년의 모습을 한 채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을 가진 그를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를 먹으며 사회의 허위허식과 부조리에 익숙해지며 순수한 홀든을 그저 '사회 부적응자', '생각을 알 수 없는 이상한 친구'라고 여긴다. 

 이 책은 홀든이 고등학교에서 퇴학당한 후 3일 동안 홀로 뉴욕시를 떠도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의 방랑기는 "잘들 퍼자라. 이 바보들아!" 라는 말로 시작된다. 

 무작정 학교를 나왔지만 갈 곳이 없었던 홀든은 기차를 탄다. 별 목적지가 없었던 탓에 금방 기차에서 내린 홀든은 이번엔 택시를 탄다. 택시를 타고 택시 기사와 겨울의 센트럴파크의 오리가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하고 싶어 말을 걸지만, 기사는 그를 무시한다. 어느 호텔에 도착한 홀든은 호텔 클럽에 간다. 그곳에서 만난 여자들에게 말을 걸지만 그들은 어리숙해 보이는 홀든에겐 관심이 없고, 홀든 또한 연예인이 왔다는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 좋아하는 그들의 바보 같은 행동에 염증을 느낀다.

 홀든은 숙소에서 창녀와 밤을 보내려다 실패하고, 충동적으로 생각나는 친구에게 연락해 약속을 만들고, 또 다시 저를 멍청이라 생각하는 친구들 사이에 있는 자신을 욕하는 의미 없는 일들을 반복하며 방황한다. 마음 둘 데 없는 그의 심리가 물리적인 방황으로 표출된 것은 아무런 소득도 없이 끊임없이 감정을 소모하기만 했던 우리의 사춘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나지 않는 어느 순간 사춘기를 끝맺듯이, 마침내 홀든에게도 그런 때가 찾아온다. 여동생 피비의 도움으로 그는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된다. 피비는 세속의 가치를 추구해 헐리우드로 가버린 그의 친형 D.B와 다르다. 그에게 피비는 변하지 않는 순수한 사랑스러움을 가진 동생이다.

출처 = 민음사
출처 = 민음사

 홀든의 퇴학 소식은 아직 집에 전해지지 않았지만, 영특한 피비는 그가 퇴학당했다는 사실을 대화를 통해 바로 알아차린다. 피비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그를 답답하게 여기며, 오빠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건 있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홀든은 그 물음에 고민하다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그에게 있어 '호밀밭의 파수꾼'은 큰 의미를 가진다. 호밀밭이라는 낙원에서 순수하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다치지 않게 보호하는 사람이며, 순수함을 간직하고 싶었던 홀든에게 필요했던 존재다.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 -230p

 홀든은 마지막으로 "내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이게 전부다"라고 말한다. 긴 시간의 방황은 이렇게 시시하게 끝난다. 하지만 책의 말미에서는 선연하게 달라진 그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쭉 불만을 내뱉던 그가 행복함을 느꼈다고 서술하며, 멍청한 친구들이 보고 싶다고 말한다. 주변과 융화될 수 없음에 힘들어했지만,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꿈을 그리게 되고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찾았다. 방황의 종결점을 맞이한 것이다.

 홀든은 몇 번이고 이방인이 됐다. 그의 돈을 노리는 사기꾼, 연애와 관계밖에 관심이 없는 친구들, 그리고 신뢰할 수 없는 교사까지 많은 사람들이 홀든을 세상의 외부인으로 만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제 때에 맞춰 사회에 적응했기에 그를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이렇듯 홀든의 순수함은 그가 살아가는 환경 속에서는 독에 불과했다. 그러나 홀든은 자신의 정체성을 간직하고 세계로의 편입을 시도한다. 방랑하는 동안 그의 마음은 회색이었다. 검정과 흰색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존재. 3일간의 여정이 끝나고 깨달음을 얻은 홀든은 검정이든 흰색이든 명확한 정체성을 가진 성숙한 인간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한다.

이세정 기자
1626871@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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