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 대체한 로스쿨, 이대로 괜찮은가
사시 대체한 로스쿨, 이대로 괜찮은가
  • 김장윤 기자
  • 승인 2019.05.07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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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학교 부민캠퍼스에 있는 법학전문대학원 전경
우리 대학교 부민캠퍼스에 있는 법학전문대학원 전경

"변호사란 사람이 국가가 뭔지 몰라?" 
"압니다. 너무 잘 알지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는 국민입니다"

 한 변호사가 법정에서 목청껏 외친다. 이는 바로 영화 <변호인>(감독 양우석, 2013)의 한 장면이다. 영화 속 송우석 변호사처럼, 사회적 약자를 돕는 정의로운 법조인이 되기 위한 방법은 두 가지였다. 사법시험 합격 혹은 법학전문대학원 입학 후 변호사 자격시험에 합격하는 것이다.

 하지만 2007년 법조인 양성을 법학전문대학원에 맡기는 '법학전문대학원 설치ㆍ운영에 관한 법률(법학전문대학원법)'이 통과되면서 사법시험 폐지가 결정됐다. 전통의 법조인 검정 선발 방식이었던 사법시험이 지난 2017년 시험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변호사가 되기 위한 길은 하나로 좁혀졌다.

 로스쿨로 대체된 법조인 양성제도

 2008년도까지 법조인은 사법시험제도에 의해서 양성됐다. 사법시험은 응시 횟수에 아무런 제한이 없고, 응시자격에도 실질적으로 제한이 없다. 그러다 보니 법학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사법시험에만 합격하면 법조인이 될 수 있었다. 결국 법조인이 되기를 원하는 학생들은 대학에서의 법학 교육에 집중하지 못하고 법학 고시학원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들은 충분한 인문 교양이나 체계적인 법학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시험합격이 목적인 법률 지식만을 습득하게 됐다. 또한 과다하게 많은 응시생이 장기간 사법시험에 빠져있는 폐해가 나타났다. 응시자격에 제한이 없다 보니, 법학 이외의 인문사회 계열은 물론 이공 계열과 의학 계열 학생들도 전공학과 공부보다는 사법시험에 매달리게 되는 문제도 드러났다.

 2009년, 정부가 △대학교육 정상화 △다방면 국가인재 배치를 목적으로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제도를 도입했다. 로스쿨은 변호사를 양성하기 위한 3년제 이상의 전문대학원을 말한다. 로스쿨 제도에 따르면 학생들은 전공학부에 상관없이 정상적이고 체계적으로 대학교육을 마치게 된다. 이후 본인의 희망에 따라 로스쿨에 진학한 뒤 석사학위를 취득해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이는 로스쿨 제도가 생기기 전에 있었던 △법학 고시학원 과열화 △시험 합격에 최적화된 법률지식만 습득 △과도하게 많은 장기 응시생 등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학생들의 고시학원행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로스쿨의 취지는 바래진 지 오래다. 지난해 치러졌던 제7회 변호사시험(이하 변시) 합격률은 역대 최저치인 49.4%였다. 변시의 경우 매년 합격자가 1,500명 내외로 고정돼 있으며, 올해 제8회 변호사시험에서는 3,617명이 응시했다. 이처럼 합격자는 고정된 마당에 응시생은 매년 늘고 있어 변시에 대한 응시생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다양한 법 지식과 법조실무를 배우기보다 변시 합격에 매진할 수밖에 없는 환경 때문에, 로스쿨 자체가 고시학원화 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우리 대학교 로스쿨 출신 A 변호사는 제도의 긍정적인 면이 많다고 했다. "과거에 법조계는 소위 말하는 'SKY 출신'과 '사법연수원 졸업 기수'가 더해져 법조 서열화 등의 문제가 있었다"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로스쿨 제도가 도입됐고, 실제로 각 지방대학에 로스쿨을 설치함으로써 법조인들의 출신 대학과 출신 지역, 전공 분야가 다양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초기 제도 정착과정에서 몇몇 문제점이 드러난 것도 사실이지만, 안정기에 접어들게 되면 점차 로스쿨을 도입한 취지가 보다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로스쿨의 늘어만 가는 걱정

 최근 방영하고 있는 예능인 채널A <굿피플>(2019)은 8명의 로스쿨 학생들이 '꿈의 로펌'이라고 불리는 로펌에서 인턴 생활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인턴들을 도와주는 멘토 변호사들은 모두 서울권 로스쿨 출신으로 지방 로스쿨 변호사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한국일보가 2015~2018년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대형로펌 5곳(김앤장ㆍ광장ㆍ태평양ㆍ세종ㆍ화우)에 취업한 변호사 322명 중 지방대 로스쿨 졸업자는 9명(2.8%)에 불과했다. 서울대ㆍ고려대ㆍ연세대 등 이른바 SKY 로스쿨 출신이 249명(77.3%)으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나머지 64명(19.9%)은 서울시 내 로스쿨 졸업자들로 채워졌다. 

 지난해 4월, 법무부에서 발표한 각 대학 로스쿨 변시 합격률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변시 합격률 1위는 서울대 로스쿨(78.65%)이었다. 연세대와 고려대 로스쿨 또한 합격률 70%를 넘겼다. 이는 24.63%에 그친 원광대 로스쿨의 3배를 넘는 수치다. 로스쿨 제도가 10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사법시험 시절과 마찬가지로 서울권 대학의 우세는 여전했다. 

 공개된 변시 합격률에 지방 로스쿨은 웃을 수 없었다. 로스쿨 입시 포털사이트와 커뮤니티(서로연, 오르비)에서는 '강제동원령'과 '전원제동충' 이라는 속어가 생기기도 했다. '강제동원령'은 변시 합격률이 저조한 △강원대 △제주대 △동아대 △원광대 △영남대를 말한다. 지난해 제7회 변시 후부터는 영남대 로스쿨이 빠지고 △충북대 로스쿨이 포함되며 '전원제동충'이 되었다.

 올해부터 의무화되는 '지역인재 할당제'에 지방로스쿨의 낯빛은 어둡기만 하다. 이에 따르면 충청·호남·대구·경북·부산·경남지역 로스쿨은 정원의 20% 이상을 지역대학 출신으로 선발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가 돌연 생긴 것은 아니다. 법무부는 10년 동안 '입학자 중 해당 지역 지방대학을 졸업한 사람의 수가 학생모집 전체 인원의 일정비율 이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로스쿨에 권고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지역인재 할당제를 의무화하게 되면 지방 로스쿨과 서울·수도권 로스쿨 간 합격률 격차가 더 심해질 것이라며 우려했다. 김순석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회장은 "지역인재 전형이 취지는 좋지만 이 제도로 입학한 학생들의 학력수준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장학금 혜택까지 받고 교육과정을 이수하지만 정작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변호사자격시험 취지살리려면 합격률 최소 50% 넘어야(아주경제, 2019.04.03) 참고)

 또한, 지방로스쿨 재학생들이 지나치게 '패배주의'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로스쿨 입시 준비생 및 재학생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지방로스쿨에 입학했지만 수도권을 가기 위해 다시 입시를 치를까 고민하거나 이러다가 자신이 다니는 로스쿨이 통폐합될까 걱정하는 재학생들도 있었다.

 하지만, 지방로스쿨 중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곳도 있다. △아주대 △영남대는 제7회 변시 결과, 전국 25개 로스쿨 중 10위 안에 들었다. 아주대는 개원 때부터 젊은 교수진을 꾸려 교수 한 명이 두 명의 학생을 맡아 학교생활, 진로 상담 등 학생들에게 맞춤형 밀착지도를 실시했다. 또한 판례와 조문을 해석하고 이를 응용하는 차별화된 교수법을 실시했다. 또한, 철저한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입학생을 뽑아 다양한 경험을 한 학생들이 로스쿨로 유입되도록 유도했다.

 영남대 로스쿨 또한 최근 5년간 누적 정원 대비 합격률 90%를 달성하는 등 경쟁력 강화에 성공했다. 신입생 선발 시 '블라인드 테스트'를 적용하고, 재학생 간 멘토링 프로그램을 실시해 재학생들이 서로 동료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비법학 전공 학생들을 위해 '수준별 기본 3법 커리큘럼'을 제시해 비법학 전공 출신 학생도 로스쿨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다. 

 A 변호사는 지방로스쿨의 변시 합격률이 수도권에 비해 저조한 점에 대해 "상위권 로스쿨의 합격률이 높은 것은 입학 자원의 차이에서 빚어진 것"이라며 "최근에는 대다수 로스쿨의 합격률은 대동소이하다"고 말했다. 또한 "수도권의 소규모 로스쿨 같은 경우,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졸업사정을 통해 변시에 합격하기 어려운 학생들의 시험응시 제한 등으로 인위적으로 합격률을 높였던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즉 학력미달인 학생들을 유급시키는 등의 방법을 통해 합격률을 높였다는 것이다.

 A 변호사는 "로스쿨 수업과정 중에서 가장 중요한 실무과목인 민사재판실무와 형사재판실무 및 검찰실무 과목의 경우, 전국적으로 교육 내용을 통일시키기 위해 사법연수원 교수님이 직접 학교로 방문해 강의를 진행한다"며 "때문에 각 로스쿨 간 교육수준이 크게 차이 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리 대학 로스쿨 이대로 괜찮을까?

 2008년, 우리 대학은 로스쿨 설치 최종인가를 받았다. 그리고 지난 2012년, 제1회 변호사시험에서 우리 대학 로스쿨 변시 응시자 72명 중 53명이 합격해 73.61%의 높은 합격률을 보였다. 그러나 제2회 변호사시험에서 합격률이 50%로 떨어졌으며, 제3회 변호사시험에서 35.83% 기록한 뒤로 현재까지 3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 대학 로스쿨은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작년부터 개선에 들어갔다. 1, 2학년들을 대상으로 진급시험제도를 도입해 재학생들의 성적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법학 지식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않는 학생이 충분한 법학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재학생의 목소리도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 '동아대학교 대나무숲'에서  익명의 B 학생은 우리 대학 로스쿨 현황에 대한 글을 게시했다. B 학생은 "전국 로스쿨 중 유급 제도가 있는 학교는 거의 없다"며 "작년에 유급 제도가 생긴 덕분에 법 공부가 처음인 분들은 법학사, 사법고시 출신자들에게 밀려 유급 압박에 시달리게 됐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유급을 당하면 등록금을 다시 내야 하기 때문에 학비 부담이 더욱 가중된다.

 우리 대학 로스쿨뿐만 아니라 부산대 로스쿨 또한 유급제도가 존재하지만 부산대의 경우, 평점(4.3만점)을 기준으로 2.2 이하인 학생들을 유급시키기 때문에 진급시험을 통해 유급자를 선정하는 우리 대학과는 약간 다르다.

김장윤 기자
1801406@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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