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담]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다
[기획대담]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다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승인 2019.05.07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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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학교 구성원들은 여성인권 및 페미니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이에 본지는 지난달 28일 다우미디어센터에서 <여성들은 왜 분노했나>라는 제목으로 좌담회를 실시했다. 좌담회 참여자는 우리 대학 학생 4명으로 구성했으며 아래 이름은 각 참여자들이 정한 가명이다. 

<참여자> 꽃둥, 공사녀, 꿈별, 겨울이

Q1.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 남성 약물 카르텔 규탄 시위 그리고 임신중절 합법화 시위 등 많은 여성인권과 관련된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또한,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상에서도 여성들은 꾸준히 소리높이고 있다. 이러한 여성들의 분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공사녀: 우선 약물 카르텔과 불법촬영은 애초에 법률을 위반하는 행윈데도 불구하고 많은 남성이 행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남성의 성적 욕망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치부해 처벌의 강도는 너무 약하다. 똑같은 행위를 해도 처벌은 여자가 더 무거운 경우도 많다. 최근 한 판사도 불법촬영을 했으나 벌금형만 받고 다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들의 분노는 당연하다. 분노해야 마땅하다.

꽃둥: 불법촬영 범죄 가해자 99%가 남자다. 드물게 가해자가 여자인 사건이 이번 사건이다. 사람들은 여기에 시선이 쏠리기 마련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여성들이 분노하는 대상은 남자다. 분노는 당연하지만 그 대상은 남자가 아니라 법으로 향해야 한다. 법이 조금 더 강했더라면 범죄가 줄지 않았을까. 아니면 이번 사건이 희소성이 있어도 기존처럼 똑같이 처벌했다면 어땠을까. 

꿈별: 일련의 사건들에 여성들이 분노한 이유는 무엇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폭력을 당했음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시에 그 사건들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의 민낯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 이상 피해를 당할 만했으니 당해도 싸다는 논리는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여성들은 이 세계에서 자신들의 위치와 권력의 흐름을 읽으며 분노를 공유하고 그것을 사회에 표출하는 페미니즘 정치를 하고 있다.

겨울이: 이제껏 여성이 일상에서 겪는 억압과 차별은 당연한 것이었고, 누구도 의문을 품지 않았다. 그러나 사회는 변화했고 여성들의 목소리도 하나둘씩 커지기 시작했다. 불법촬영 편파수사나, 남성 약물 카르텔 같은 경우는 국가적으로 여성을 차별한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이러한 사건에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회와 알고도 방관하는 수많은 사람, 여성들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국가까지 아무리 외쳐도 묵묵부답인 이 사회의 답답함이 여성들을 분노하게 했다.


Q2. 페미니즘이 확산되면서 자극적인 혐오표현이 미러링이라는 명목 하에 만연해지고 있다.  미러링이란 여성 혐오 표현을 남성에게 적용한 사례를 말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꽃둥: 부정적이다. 미러링을 왜 하게 됐는지는 존중한다. 하지만 결국 눈에는 눈 이에는 이와 같이 여성혐오를 남성혐오로 그대로 돌려준다는 것은 여성 인권 신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다 같이 노력해 여성인권을 상승시켜야 하는데 이러한 방법은 남성들의 반감만 산다. 때문에 서로 공격하기보다는 공감을 이끌 수 있는 더 좋은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공사녀: 부정적이지도 긍정적이지도 않다. 걷기와 뛰기를 예로 들어보자. 걷기 운동으로 살이 빠지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걸리고 성공하는 사람도 드물다. 반면에 뛰기를 한 사람들은 효과도 좋고 대부분 살이 빠진다. 이처럼 운동은 격해야 효과가 있다. '재기해', '한남충'과 같은 표현을 통한 사상운동이 좋진 않고 자극적이다. 하지만 남자들도 그런 일반적인 여성들의 입장을 한번 겪어봐야 무엇이 잘못됐는지, 여성들이 왜 그렇게 예민한 것처럼 보였는지를 알게 된다. 사상운동은 급진적이고 강력해야 전파가 빠르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어져야 할 것은 아니다. 어린아이들은 아직까지 사상이 바로 잡히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런 자극적인 말을 반복해서 접하게 되면 올바른 사상을 가지기 힘들어진다. 일시적으로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나 계속 이어지는 것에는 반대하겠다. 

꿈별: 미러링을 지적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남성 혐오 발언을 '여성'이 한다는 것에 분노해 지적하는 데는 그들의 무지와 권력상의 현실을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는 태도가 반영돼 있다. 미러링 표현은 분명히 혐오의 정서를 담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남성이 차지하는 젠더 권력을 분명하게 읽어내고 지적한 표현이기도 하다. 그래서 미러링 표현이 무엇을 지적하고 있는지를 먼저 알아야 하며, 표현이 향하는 곳이 아니라 표현 자체를 지적함으로써 그 언어가 (대상을 불문하고) 혐오의 정서를 띄고 있음을 사람들이 인지해야 한다.

겨울이: 긍정적이다. 미러링의 등장은 김치녀, 김여사 등의 숱한 여성혐오적인 말들에 대항할 수 있는 언어가 생겼음을 뜻한다. 미러링은 여성을 규정하고 낙인찍고자 하는 이분법적인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미러링과 원본은 확실히 구별해야 한다. 미러링은 원본을 뛰어넘을 수 없다. 원본이 약자에 대한 구조적인 억압, 차별, 멸시를 담고 있다면 미러링은 그를 전복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일부 미러링이 자극적이라고 생각하기는 하나, 그런 미러링은  소위 말하는 '어그로'를 끌려는 측면에서 하나의 전략으로 볼 수 있다.


Q3. 최근 페미니즘에서는 '탈코르셋' 바람이 불었다. 탈코르셋이란 사회에서 정의한 '여성스러움'을 탈피하는 움직임으로, 화장이나 긴 머리 또는 과도한 다이어트 등을 거부하는 행위를 말한다. 화장이나 과도한 다이어트를 '꾸밈 노동'이라 부르며 이를 탈피하려는 여성도 여럿 있지만, 겉모습 치장은 자기만족이며 개인의 선택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어떠한가.

겨울이: 어제 본 영상 하나로 답하고 싶다. 유튜버 '정메지'는 탈코르셋을 한 이후 "왜 꾸미고 다니지 않는가?"에 대한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예전에 꾸미고 다닐 때는 왜 꾸미는지에 대해 아무도 묻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꾸밀 자유가 있다면, 꾸미지 않을 자유도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왜 꾸밈 노동이 당연해졌는지에 대해 다들 곰곰이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꾸미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나 또한 그러니까. 다만, 스스로 그런 욕망을 왜 가지게 됐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누구나 꾸미고 싶은 욕구를 타고난 걸까?

꽃둥: '여성스럽다'는 사회적 인식을 탈피하고자 하는 운동의 취지는 좋다. 많은 여성들이 인격체로 존중받지 못하고 여자로만 인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강요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여성과 남성 두 부류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그 사고를 바꿔야 한다. 꾸미는 것은 자기만족이며 여자들은 예뻐지고 싶은 게 본능이다. 때문에 탈코르셋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너무 강요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꿈별: 탈코르셋은 단 하나의 형태로만 나타나는가? 화장을 안 하고, 머리를 자르고, 다이어트를 거부하는 것이 탈코르셋이라 할 수 있을까? 나는 다른 형태의 탈코르셋이 존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탈코르셋의 목적이다. 아무리 머리를 짧게 자르더라도 '남자들이 좋아하는 여자 숏컷'을 검색해 나온 사진을 가지고 미용실에 간다면 그것은 탈코르셋이라 할 수 있는가? 탈코르셋은 사회가 낙인한 여성성을 탈피하는 행위를 한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2세대 페미니즘 진영의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라는 구호에서 드러나듯, 여성의 개인적인 움직임은 사회의 억압 속에서 정치로 변모한다. 
공사녀: 강요하는 탈코르셋에 부정적이다. 여성성이라는 사회적 억압을 거부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의견을 남에게까지 강요하는 것은 취지에 맞지 않다. 주변의 남성들도 화장을 하기 때문에 꾸미는 것은 취미라고 생각한다.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여성스러움을 노력하는 것은 남성의 억압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 때문에 여성들이 페미니즘에 관심 갖지 않는 것이라고 전하고 싶다.

 

Q4. 당신은 페미니스트라고 말할 수 있는가. 이유는 무엇인가.
꿈별: 나는 페미니스트다. 젠더, 계급, 국적, 지역, 학력, 학벌, 장애, 성소수자 등의 여부에 따라 당하는 차별과 폭력들에 반대하며, 인간의 정체성이 현실에서 차별과 폭력의 근거가 되는 현실에서 벗어나 인간이 온전히 한 인간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또 다른 세계를 꿈꾸기 때문이다.

꽃둥: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무엇이 잘못됐고 나아가야 할 방향과 노선은 알지만 현재의 페미니즘은 이해의 틈 없이 너무 급진적으로 변했다. 주변 사람들이 여성을 비하하는 소리에 한마디 할 수 있는 용기는 있다. 하지만 내가 이 사회를 바꿀 만한 큰 존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사녀: 나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나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만큼 여성인권을 주장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여성인권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고, 말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페미니스트이기도 하지만 페미니스트가 아니기도 하다.

겨울이: 나는 페미니스트다. 나 스스로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여성 억압에 맞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하려 한다. 나의 시도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나는 항상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나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말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말할 수 있다. 

 

Q5. 각자가 지향하는 페미니즘의 노선은 어떤 것인가.

꽃둥: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인정하며 서로의 이해가 필요하다. '남자라서', '여자라서'가 아니라 차이에 의한 불리한 조건은 누군가 노력을 해야 하며,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동등하게 인식해야 한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인식이 바뀌어야 여성인권이 상승한다. 즉 페미니즘 운동에서 불합리한 것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을 우기고 강요하는 사회는 되지 않아야 한다. 

겨울이: 나는 의제에 따라서 여러 이야기를 들어보고 판단하는 편이다. 외부에서 생각하듯이 획일화되고 단편적인 페미니즘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페미니즘 내부에서는 논쟁이 활발하다. 누군가는 우리끼리 싸우지 말고 외부의 적에 집중하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런 논쟁 혹은 다툼을 긍정적으로 본다. 다양한 의견이 많아지는 것은 페미니즘의 세력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더 좋은 대답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나는 더 많은 여성이 다투고 논쟁할 수 있기를 바란다.

공사녀: 현재 상황은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다. 기울어진 상태를 평평하게 만들기 위해 현재의 페미니즘 방향대로 가야 한다. 하지만 이후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위치에서 받아들여지고 성에 의해 차별이 없는 세상이 도래한다면 페미니즘은 이퀄리즘으로 전환돼야 한다.

꿈별: 『페미니즘의 도전』(정희진, 교양인, 2013)에서 정희진 선생은 소통, 경합, 횡단의 정치인 페미니즘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낮과 밤의 구분이 모호한 해질녘 황혼과 동트는 여명이 아름다운 것은 경계의 시간이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내가 지향하는 페미니즘의 노선은 이 문구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페미니즘은 경계들이 만나는 지점에서 서로를 인식하고 함께 연대하며 경계를 지워나가야 한다. 

우수현·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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