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의 그 책| 5·18 광주, 그날의 이야기
|소문의 그 책| 5·18 광주, 그날의 이야기
  • 박세현 기자
  • 승인 2019.05.0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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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한강, 창비, 2014)
출처 = 창비
출처 = 창비

지금으로부터 39년 전인 1980년 5월 18일, 광주는 총성 소리로 가득했다. 군사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외치던 용감한 시민들이 계엄군의 총알받이가 돼 처참히 죽어간, 바로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난 날이다. 

 책 『소년이 온다』 (한강, 창비, 2014)는 오늘날 아픈 역사가 된 광주의 참혹한 학살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장편소설이다. 이 책은 비주류의 눈과 목소리를 빌려 광주민주화운동의 기억을 더욱 실감나게 재해석하며 우리를 5·18 현장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한강은 광주민주화운동 속 국가가 저지른 잔혹한 학살로 인간의 폭력성과 욕망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특히 비주류 중에서도 비주류인 순수한 열다섯 살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그와 주변 인물들의 심리를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이 소설은 5·18 당시 고통받았던 인물들의 숨겨진 이야기와 그들의 못다 한 말들을 대신 전하며 그 시대를 증언한다. 
 저자 한강이 바라본 비주류 인간은 바로 중학생 '동호'다. 동호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에 친구 정대와 함께 거리로 나가 시위에 참여했다. 순수하고 맑은 소년 동호는 시위 중 정대가 군인들이 쏜 총에 맞아 처참히 죽어가는 모습을 목격한다. 동호는 정대를 잃은 이후로 죄책감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동호는 죄책감을 느낀 나머지 도청에서 시신들을 수습하고 관리하는 일을 하며 죽은 정대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매일같이 합동분향소가 있는 상무관으로 들어오는 시신들을 수습하면서 동호는 '어린 새' 한 마리가 빠져나간 것 같은 주검들의 말 없는 혼을 위로하기 위해 초를 밝힌다. 그리고 동호는 시취를 뿜어내는 시신들 사이에서 친구 정대의 처참한 죽음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P.99)

 죄책감과 그리움으로 매일 구청에서 일하던 동호는 어느 날 도청에 군인들이 몰려온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도청에서 같이 시신을 수습하던 형, 누나, 그리고 동호의 가족은 어린 동호를 집으로 데려가려하지만 동호는 친구 정대를 잃은 죄책감으로 끝까지 도청에 남는다. 결국 도청까지 몰려온 군인들의 무차별적인 폭행으로 동호는 세상을 떠나고, 도청에 남은 사람들 역시 죽거나 구치소에 수감돼 극악무도한 고문으로 죽어간다. 
 이 책은 각 장마다 다른 인물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동호뿐만이 아니라 죽은 정대의 목소리, 출판사 직원 은숙과 그날 도청에 남아있던 교대 복학생 그리고 동호의 어머니까지 여러 화자들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렇게 동호의 죽음을 끝까지 곁에서 지켜봤던 자들의 이야기와 동호가 죽은 이후 살아가는 가족의 이야기로, 미처 설명하지 못했던 그날과 그날 이후의 이야기를 완성해나간다.

 "당신들을 잃은 뒤, 우리들의 시간은 저녁이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집과 거리가 저녁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어두워지지도, 다시 밝아지지도 않는 저녁 속에서 우리들은 밥을 먹고, 걸음을 걷고 잠을 잡니다."  (P.79)

 열다섯 살 소년 동호는 친구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집이 아닌, 도청으로 돌아가 군인들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살아남은 이들 역시 광주의 기억을 가지고, 죽지 못하고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광주의 아픈 역사 10일은 칼로 자르듯 10일이 지난 뒤 끝난 것이 아니다. 광주의 아픈 민주화는 지금도 진행 중이며, 그 후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그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5·18 이후 남겨진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날을 끊임없이 기억하고 그들의 고통을 같이 느끼며 애도하는 것이 남겨진 자의 몫, 이 세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역할이 아닐까?
 따뜻했던 봄날의 오월을 지나 여름을 건너가지 못한 동호, 따스한 아침을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동호를 떠올리며 작가는 이렇게 묻는다. "날마다 만나는 모든 이들이 인간이란 것을 되새기고, 인간으로서의 우리가 이들에게 어떠한 대답을 해줄 수 있는가. 남겨진 우리가 붙들어야 할 역사적 기억은 무엇인가" 

박세현 기자
1809381@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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