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와르| 관리 부실, 외면받는 공공미술
|느와르| 관리 부실, 외면받는 공공미술
  • 박세현 기자
  • 승인 2019.05.0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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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진구 초읍동 시민도서관 삼거리 앞 벤치에 설치된 '럭키치약' 조형물
부산진구 초읍동 시민도서관 삼거리 앞 벤치에 설치된 '럭키치약' 조형물

캠퍼스를 걷다 보면 많은 공공미술을 만난다. 부민캠퍼스 주변에는 커피가 쏟아진 모양의 조각품, 소리를 형상화한 조형물 등 다양한 공공미술이 놓여있다. 승학캠퍼스 일대에도 담배꽁초를 표현한 조형물을 거리에서 볼 수 있다. 등하교를 하며 이런 공공미술을 본 적이 있는가? 거리의 미관을 살려주며 활기를 불어넣는 공공미술. 하지만 많은 작품이 여기저기 얼룩지고 녹슨 채로 방치돼있다. 

 공공미술은 도시의 미관을 살리고, 특정 공간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서 만들어진 미술품을 말한다. 대표적인 장소가 남포동의 BIFF거리다. 이곳은 부산국제영화제를 기념해 영화배우의 손을 본뜬 조형물을 바닥에 설치했고, 슬레이트를 쥔 손을 형상화한 조형물도 설치돼 있다. 정은주(행정학 2) 학생은 "남포동을 돌아다니면 영화제와 관련된 공공미술을 쉽게 볼 수 있다"며 "남포동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은데, 많은 관광객에게 부산국제영화제를 알릴 수 있는 좋은 취지의 공공미술인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에는 이뿐만 아니라 약 1,300여 점 이상의 공공미술이 설치돼있다. 회화, 조각, 공예, 사진, 서예, 벽화, 미디어, 분수대, 상징탑 등 다양한 종류의 미술품이 시민들을 위해 곳곳에 설치돼있다. 공공미술은 특정한 사람들을 위한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공공성이 더해지며 지역의 문화예술 향유와 생태계 조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공공미술이 관리가 되지 않은 채 방치돼, '미관을 살린다'는 본래 목적에 반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김태헌(전자공학 1) 학생은 "학교 주위를 지나가면서 여러 공공미술을 접하는데, 얼룩이 져 있는 것을 많이 봤다"라며 "얼룩지고, 녹이 슬어있어서 전반적으로 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아 지나갈 때 마다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말했다. 

 부산진구에는 안내표시 하나 없이 방치된 치약 모양의 조형물 '럭키치약'이 벤치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다.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물론, 조형물의 크기가 커서 자리를 차지한다는 이유로 시민들의 불만도 많다. 남구 대연동의 UN 조각공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UN 조각공원에는 6·25전쟁에 참전한 21개국의 조각품 34점을 전시하고 있지만, 대다수 조형물이 오래돼 녹슬고 군데군데 벗겨져 부식된 상태로 있다. 

 이처럼 부산의 공공 미술 관리 미흡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부산시는 지난 2012년 공공미술 관리 미흡을 지적받은 바 있다. 그 후 정보시스템·모니터제를 운영하며 그간 방치돼있던 공공조형물을 점검하고 관리 보존 방안을 마련했다. 전문가와 미술 전공자로 조사반을 꾸리고 관리카드를 작성하는 등 체계적인 관리도 행했다.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현재는 어떨까. 공공미술 관리 상황은 예전과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해 해운대구는 세계적 거장 데이비드 오펜하임의 유작 '꽃의 내부'를 고철로 착각해 철거하는 과오를 저지르기도 했다. 이 조형물은 시간이 흐르면서 작품에 녹이 슬었고, 태풍의 영향으로 수차례 파손되기도 했다. 그 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공공미술을 고철로 착각하는 황당한 실수를 저지르게 된 것이다.  

 서울시의 경우 시민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하고 시민 6,000명의 의견을 듣는 등 공공조형물이 우후죽순으로 설치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고 있다. 반면, 부산시의 공공미술 선정방식은 까다롭지 않아 응모만 하면 쉽게 공공 미술로 선정된다. 실제로 부산시는 2017년 응모된 공공미술 설치계획서 4건을 모두 통과시켰다. 공공미술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부산시의 관련 조례 규정과 지속적인 관리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부산시청 관계자는 "부산시 조례에 따라서 1년에 두 번씩 조형물을 점검하고 있다"라며 "점검 결과에 따라 추후 예산이 확정되면 하반기에 조형물 정비를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남포동 BIFF거리에 설치된 슬레이트 조형물
남포동 BIFF거리에 설치된 슬레이트 조형물

박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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