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제관계에서의 원칙과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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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승인 2019.05.0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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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교수
국제전문대학원
김현정(국제전문대학원) 교수
김현정(국제전문대학원) 교수

누구나 하루에도 몇 차례씩 협상을 한다. 점심메뉴 고르기, 재래시장 물건값 흥정 등 우리는 일상의 거래를 매일같이 처리하고 있다. 어떤 때는 내 입장을 고수하기도 하고, 어느 때는 상대방의 사정을 고려하기도 하며, 개인의 협상 과정도 꽤 다이내믹하다. 하지만 국가가 행위주체가 될 때면 상황은 많이 달라진다. 국가는 기분에 따라 타국의 사정을 들어줄 수 없으며, 국제 정치·경제의 복잡다단한 함수관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국가 간 외교 관계에서는 원칙과 입장이 대단히 중요하며, 이를 실제 테이블 위에서 관철할 임무를 띤 협상자의 기술 또한 주요시된다.

 최근 정부는 안보와 통상 두 가지 영역에서 주요 외교 난제에 부딪혔다. 하나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서의 예외인정 협상이다. 지난해 5월 미국은 이란 핵 합의(JCPOA) 탈퇴를 선언하고, 대이란 제재 복원을 공식화했다. 제재에 동참하는 국가들은 이란과의 원유 및 금융 거래를 중단해야 한다. 단계별 유예기간을 거쳐 최종적으로 지난해 11월 이란 핵 협상을 합의 이전 상태로 복귀시킬 즈음 각국은 딜레마에 빠졌다. 미국과의 동맹 혹은 안보협력 관계를 고려하여 제재에 동참은 해야겠으나, 이란은 원유 등 주요 자원의 수입처로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또한 이란과의 교역 중단으로 석유화학 업계 필수자원인 컨덴세이트의 수급에 막대한 지장이 우려됐다. 약 6개월간 이어진 협상 끝에 우리 정부는 한시적 제재 예외를 인정받은 바 있다. 당시 협상 전략은 명확한 원칙과 논거였다. 대미협상단은 첫째, 동맹국인 한국이 제재에 동참하면 생길 결과적 불이익이 비동맹국의 이익으로 전환될 우려에 대해 명확한 자료를 제시했으며, 둘째, 우리 정부가 제시한 원화결제시스템, 즉 교역은 하되 결제대금이 한국 내 개설된 이란 계좌에 입금됨으로써 이란의 수출이익이 자금화 되지 못함을 강조한 것이다. 만약 대표단이 한국경제 경쟁력 상실을 이유로 협상에 임했다면 결과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한시적 예외 기간이 5월로 다가와 다시 한 번 협상에 임해야 할 우리 정부는 더욱 치밀한 논거를 준비해야 할 상황이다. 

 또 다른 외교문제는 통상 부분이다. 한국이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내린데 대해 일본이 우리 정부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사건이다. 무려 50여 개국이 유사한 수입금지 조치를 발동하고 있으나, 일본은 유독 한국만을 대상으로 제소를 진행했다. WTO 분쟁기구의 패널판정은 총 2심제로 구성된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이미 1심에서 패소하여 2심 과정은 사실상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WTO 분쟁기구가 각국이 검역이라는 비관세장벽을 통해 자유무역 흐름을 왜곡시키지는 않는가를 관리·감독 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WTO 위생 및 식물위생(SPS) 분쟁 사례 중 피소국이 이긴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는 경험적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측 대표단은 명확한 한국의 입장을 패널 상소위원들에게 전달했다. 한국은 일본과의 인접성으로 인해 타국과는 다른 환경에 처해 있으며, 일본의 원전사고는 대단히 특수한 사항이라 한국의 수입금지 조치가 일반적인 통상 흐름을 저해하는 일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처럼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협상과 일방의 승리를 이끌어 내야하는 법리다툼은 임하는 자세가 달라야 한다. 협상에는 명확한 원칙과 기준을 전달할 필요가 있으며, 법리에는 입장을 관철해야 한다. 근대까지의 국가들은 전쟁 및 분쟁을 통한 국방력에 의존해 국가의 이익을 실현해 왔으나, 현대 국가는 협상과 법리로 국익을 추구한다. 위 외교 결실을 토대로 한국의 외교력이 한층 향상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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