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희 기자
기자는 AB형이다. 과학적 근거는 없으나, AB형의 대표적인 특징은 비밀이 많다고 한다. 실제로 말 못 할 비밀이 많다기보다는 자신을 드러내기 꺼리는 특징에 빗댄 것이다. 인스타그램에 음식 사진 한 장 올리는 것도 부끄러워 시작한 지 2년이 되도록 게시물 수가 썰렁하다. 그런 기자가 생애 첫 브이로그를 찍었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동영상으로 촬영해야 한다는 것을 자주 까먹는다는 것이다. 촬영 중에도 신경 쓸 부분이 많았다. 어떤 구도가 풍경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지 고민해야 했다. 영상 편집도 난감했다. 그래서 스마트폰으로도 가능한 무료 편집 앱을 사용했는데, 전문 편집 기능은 없었지만, 자막과 음악 넣기 등은 간편하게 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유튜브에 조회수가 높은 브이로그 영상과 비교하면 확실히 질이 떨어졌다.
사실 기자는 종종 브이로그 영상을 보며 생각했다. '나도 한 번 해볼까?' 일상을 영상으로 기록한다는 본래의 목적에 충실한 만큼 다른 사람들의 콘텐츠 또한 딱히 특별한 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상을 사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영상으로 생생하게 기록되는 일기장인 만큼, 하루를 무의미하게 흘려보내기엔 아까웠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 일상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니 더 선명한 영상으로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고 싶었다. 일상에서 무기력한 모습보다 활동적인 모습을 담으려 노력하는 중에 피곤함을 느끼기도 했다. 결국 기자에게 브이로그는 일상에 대한 애정과 부지런함이 없다면 보여줄 수 없는 일기장임이 분명했다.
허지민 인턴기자
기자는 브이로그 영상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특정 행사와 관련된 브이로그는 사람들에게 여러 정보를 알려 줄 수 있지만, 단지 자신의 일상을 찍어 올리는 것은 요즘 말로 'TMI (Too Much Information)' 즉 알 필요 없는 정보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라 생각했다. '왜 자신의 일상을 찍어 다른 사람에게 알릴까'라는 의문을 안고 브이로그 촬영을 시작하게 됐다.
지난달 19일에 열린 '다이아몬드 브릿지 걷기 대회'에 참여하게 된 기자는 대회를 브이로그에 담기로 했다. 광안대교에 걸어서 올라간 영상을 찍을 기회는 흔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촬영이 익숙하지 않아 영상을 찍는 것을 깜빡하기도 했고,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여 제대로 촬영을 못 한 경우도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촬영을 마쳤지만, 찍은 영상을 보니 '어떻게 만들지'라는 생각이 들어 편집을 하기도 전에 진이 빠졌다. 쓸만한 영상을 고르는 것부터 고른 영상을 매끄럽게 이어 붙이는 것도 막막하기만 했다.
기자는 새삼 유튜버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촬영하며 구독자들을 위한 질 좋은 영상을 만들기 위해 몇 배의 노력을 쏟는 그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영상을 찍은 후에도 일상 브이로그에 많은 'TMI'가 포함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지만, 브이로거가 일상을 맛깔나게 잘 살려 구독자들이 영상을 통해 웃음과 재미를 얻을 수 있다면 'TMI'라도 괜찮지 않을까.
강주희 기자· 허지민 인턴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