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학보사를 나와서도 독자위원으로 활동하며 자의적으로 학보사의 굴레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그래서인지 어쩔 수 없이 배부대에 눈길이 간다. 발행 첫날, 배부대에 가득 차 있던 학보가 한 달 동안 조금씩 줄어드는 그 과정을 매일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누군가의 손에 쥐어졌을 학보를 정성스레 만든 기자들의 노고도 짐작해보곤 한다.
학보사 기자라는 것은 참 모호한 존재다. 학생이면서 기자고, 대학의 기관이면서 대학을 견제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에게도, 대학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고독한 존재가 돼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학보사 기자라는 지위 자체가 기자들이 취재하는 데 걸림돌이 됐을 것이다.
또 학업과 학보사 활동을 병행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친구들은 기업에서 진행하는 대외활동으로 바쁜데, 인정받을 만한 스펙도 아닌 학보사 활동 때문에 밤새우는 것이 다반사다. 대외활동을 못 하니 학점이라도 올려야 하는데, 기사 준비로 밤을 새우면 다음 날 수업에 집중이 안 된다.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본질적인 어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기사 아이템을 정하고, 자료를 찾고, 사람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그것들을 모두 취합해 깔끔히 정리하는 한편, 독자가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것. 그 모든 과정이 고통이다. 하물며 1,100자의 짧은 글을 쓰는 이 순간도 고통스러운데, 지면을 가득 채우는 4,000자의 글들은 어떻겠는가.
그러나 독자의 입장에서 글을 읽다 보면 그런 기자의 노고보다는 결과가 먼저 눈에 보인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독자평을 쓰기 위해 처음 학보를 읽으면, 노트북 앞에 가만히 앉아서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기성 언론의 기사 몇 개를 간추려 만든 것 같은 기사와 매끄럽지 않은 문장, 따로 노는 문단과 같이 부족한 부분만 눈에 띄었다. 그러다 다시 찬찬히 읽다 보면 어떻게든 기사를 완성하려 했을 기자들의 노력이 보여 안타까웠다.
학보사 활동은 어쩌면 보상은 있지만, 보람이 적은 일일지 모른다. 학보사 기자로서 보람을 느낄 기회가 많이 없겠지만, 확실한 건 여러분의 글은 누군가에게 읽히고 있다. 그 누군가 중 한 명인 필자는 매번 참신한 아이템에 감탄하고, 다음 학보를 기대한다. 그러니 그 어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학보사가 꿋꿋하게 버텨나가길 독자로서, 선배로서 바란다. 굳세어라. 학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