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혼란에 난관 부딪힌 대학 … 강사법은 누구를 위했나
예견된 혼란에 난관 부딪힌 대학 … 강사법은 누구를 위했나
  • 허지민 기자
  • 승인 2019.09.02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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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이전부터 진통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던 고등교육법 개정안(이하 강사법)이 예상대로 대학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오고 있는 가운데, 우리 대학교도 그 여파를 피해 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교 시간강사들의 근로자 신분을 보장하기 위한 강사법은 지난달 1일부터 시행됐다. 해당 법안은 시행 이전부터 △강의 통폐합을 통한 대형 강의 체제의 확대 △시간강사 채용 극소화 △예산 부족 문제 등 여러 차례 난항을 겪으며 대학가를 우려의 목소리로 가득 채웠다. 우려를 안고 불안하게 시작한 강사법은 현재 불만의 직격탄을 맞았다.

대학 정보 공시 사이트 '대학 알리미'에 공시된 우리 대학의 '학생 규모별 강의 수' 평균 추이를 보면, 20명 이하의 소규모 강의가 점점 줄어드는 실정이다. 이러한 소규모 강의는 2017년 기준 978개가 개설됐지만, 이번 해에는 840개가 개설되며 그 수가 약 14.1% 줄어들었다. 수강생 30명 내외인 중형 강의도 줄어들고 있다. 이번 해 우리 대학의 중형 강의는 2017년 개설된 684개보다 91개 적어진 593개가 개설되며 약 13.3% 줄었다. 반면에 60명 이상의 학생들이 함께 배우는 대형 강의는 지난해 개설된 367개보다 34개 증가한 401개의 강의가 이번 해에 개설되며 약 9.3%가 증가했다. 우리 대학도 강의 통·폐합을 통한 대형 강의 체제가 확대되고 있음을 예측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형 강의가 늘어나게 되면 한정된 강사가 많은 학생을 교육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게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소규모 강의보다 수업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를 낳는다. 그렇다고 이전처럼 소규모 강의를 개설하기엔 한 명의 강사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여러 강의를 맡는 등의 문제가 생겨 결국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 강사법 개정으로 인해 수업의 질을 보장할 수 없는 딜레마가 현실로 드러나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우리 대학 A 강사는 "시간강사 수가 줄어든 만큼 강의수도 줄어들었다. 이는 한 강의당 수강인원이 많아졌음을 뜻한다"며 "학생들이 한 강의에 지나치게 몰릴 경우 수업의 질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문제다. 강사의 입장도 곤란하지만, 더 큰 문제는 학생들이 제대로 된 학습권을 보장받을 수 있을지에 있다"고 학습의 질 저하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우리 대학 B 강사는 해당 법안의 시행으로 지난달을 공채 지원에만 모조리 소모했다. 강사공채에는 연구논문이 필수적이지만, 공채 준비로 연구 활동에 몰두할 수 있는 방학을 의미 없게 소모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 대학은 강사 계약이 학기 기준에서 1년 기준으로 바뀐 것 외에는 별다른 체감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 "법 개정 이후 강사 공채로 인해 강사들의 빈익빈 부익부가 더욱 심해졌다"라고 전했다. B 강사는 "능력이 더 뛰어난 강사를 쓴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이 때문에 한 강사가 많으면 주 30시간씩 강의를 하는 등 강의 시수에 문제가 생겼다. 주 30시간씩 강의를 하는 강사가 과연 강의의 질까지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며 강의 시수의 제한이 필요함을 지적했다.

학생들 또한 혼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우리 대학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교육부의 강사법 개정에 따라 학교 지침으로 그동안 시간강사들에게 맡겼던 과목을 일부 폐강하는 등 조정이 생겼다"고 학과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특히 공지 대상이 된 '그래픽디자인과 애니메이션' 과목은 기존에 시간강사가 수업을 진행했지만, 개정법안의 시행으로 조정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해당 과목은 졸업학점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폐강하지 않고 명예교수가 수업을 대신하는 방향으로 조정이 이뤄졌다. 하지만 강의자가 바뀜에 따라 과목명인 그래픽디자인과 애니메이션만 그대로 유지한 채 수업의 내용은 방송 장비 소개 및 기기 운용 능력향상과 미니 다큐멘터리 작품 제작하기 등 완전히 딴판이 됐다.

이에 이서진(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3) 학생은 "강의를 준비할 시간조차 부족했는지 과목명과 전혀 다른 내용의 수업이 진행될 예정이다"라며 "강의계획서도 없고 공지된 강의 내용과 유사한 내용을 다루는 과목이 이미 존재하지만, 학점을 채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들어야 한다. 강사의 권리를 보장하자는 강사 법의 시행 취지는 알고 있지만 충분한 대안 마련의 시간을 거치지 않아 미흡한 법안이 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강사법 시행 예산을 약 2,956억 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최종 확보한 예산은 추정치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288억 원이었다. 지난달 2일 해고된 강사를 지원하는 '추가지원사업'으로 280억 원이 추경 확보됐지만, 현실은 이조차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의 어려움을 겪는 대학이 앞으로 강사 지원을 더 줄여 상황이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의 지속 가능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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