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안전 사각지대에 놓이다
대학, 안전 사각지대에 놓이다
  • 박세현 기자
  • 승인 2019.09.0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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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미술관과 같은 관내 치장벽돌로 마감된 우리 대학 학생회관
▲부산대 미술관과 같은 관내 치장벽돌로 마감된 우리 대학 학생회관

 

대학의 안전이 논란의 중심에 놓였다. 학생에게 노후화된 대학의 건물들은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아니다. 지난 5월에 발생한 부산대 미술관 외벽붕괴 사고는 이러한 불안을 더욱 키웠다. 우리 대학교의 건물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처지다. 우리나라에서는 평균 30-40년 이상 된 건물을 노후 건물로 분류하는데, 우리 대학에는 40년 이상 된 노후 건물이 8개나 존재한다. 구덕캠퍼스를 포함해 공대, 생명대 건물 등 노후화된 건물을 이용하는 학생들의 불안의 목소리는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무너진 부산대 미술관, 건물 안전등급은 '양호'?

오후 2시 10분경, 부산대 미술관 외벽의 벽돌 수백 개가 별안간 무너져 내렸다. 건물 아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던 미화원은 무너지는 벽돌 더미를 미처 피하지 못해 숨지고 말았다. 참사의 원인은 건물 외벽의 부실시공이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서에 따르면 미술관 외장 벽돌을 고정하는 철 구조물이 부실하게 설치돼 벽돌의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외벽 벽돌이 무너져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러니하게도 60대 미화원의 목숨을 앗아간 미술관 건물의 안전점검 등급 결과는 B등급이다. 대학 시설 안전 정기 점검 등급 기준은 △A등급(현재는 문제점 없는 상태) △B등급(경미한 손상의 양호한 상태) △C등급(보조 부재에 손상이 있는 보통의 상태) △D등급(주요부재에 진전된 노후화 또는 구조적 결함 상태로 긴급한 보수 및 사용 제한 여부 판단이 필요한 상태) △E등급(주요부재에 진전된 노후화 또는 단면손실이 발생했거나 안전성에 위험이 있어 사용을 금지하는 상태)으로 분류한다.

 해당 미술관의 경우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진단결과에 따라 세부 점검 및 보완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건물을 방치했고 이는 결국 예상치 못한 인명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대학 정보 공시 사이트 '대학 알리미'에 공개된 '2018년 기준 시설 안전관리 현황 공시 정보'에 따르면 부산대 건물은 2017년 여름철과 겨울철, 지난해 국가안전대진단에 걸친 세 차례의 안전점검 결과 총 132개의 건물이 △A등급 81개 △B등급 35개 △C등급 16개로 평가받았다. 이 중 40년 이상 된 노후 건물은 △A등급 2개 △B등급 5개 △C등급은 10개로 나타났다. 외벽이 무너져 내린 미술관이 받은 B등급 보다 붕괴의 위험이 높은 건물이 무려 16개나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천즈자(부산대 국제학 2) 씨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나서 많이 놀랐다"며 "또 비슷한 사고가 일어날까봐 불안하다.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학교에서 안전에 신경을 많이 써줬으면 좋겠다"고 붕괴사고 이후 대학 건물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됐음을 언급했다. 이 뿐만 아니라 외벽붕괴사고 상황을 목격한 학생 대다수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이에 부산대 측은 미술관의 외벽 마감재를 내년 초까지 모두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10월까지 미술관 건물 외벽을 '금속패널'로 모두 교체하는 리모델링 설계안을 확정할 예정이며, 내년 초까지 완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권 대학 건물, 안전할까?

대학 건물에 대한 안전 우려는 비단 부산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부산권 몇몇 대학들도 건물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진현정(부경대 국어국문학 2) 씨는 "부산대 미술관 외벽 붕괴 사고 소식을 접하고 정말 놀랐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불안했다"며 "우리 학교 건물도 혹시나 안전에 취약하진 않은지, 점검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연승훈(동의대 금융보험학 2) 씨는 "우리 학교에도 상경대를 비롯한 몇몇 건물이 상당히 노후해 보인다"며 "부산대 미술관 사고와 같은 인명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학교도 안전점검을 잘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전했다.

일러스트레이션=임효원 기자 출처=대학알리미
<일러스트레이션=임효원 기자> 출처=대학알리미

 

대학 알리미에 공시된 지난해 기준 부산권 각 대학별 시설 안전관리 공시정보에 따르면, 부경대는 100㎡ 이상 건물 85개 중 △A등급 20개 △B등급 64개 △C등급 1개이며 100㎡ 미만의 건물 16개는 안전등급이 지정되지 않았다. 동의대의 경우 100㎡ 이상의 대학 건물 안전점검 결과 △A등급 1개 △B등급 44개로 총 45개 건물이 안전등급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100㎡ 미만의 건물 20개는 안전등급이 지정되지 않았다. 한국해양대는 건물 36개 중 △A등급 4개 △B등급 27개 △C등급 5개로 이 중 40년 이상 된 노후 건물은 총 4개다. 해양대 역시 안전등급 미지정 건물이 1개 존재한다. 

우리 대학의 안전관리 상황은? 

우리 대학은 앞서 언급한 세 차례의 건물 안전점검에서 100㎡ 이상 건물 51개 중 △A등급 17개 △B등급 32개 △C등급 2개를 받았다. 이 중 40년 이상 된 노후 건물은 8개다. 100㎡ 미만인 건물 총 54개가 안전 등급이 지정되지 않은 상태로 우리 대학은 타 대학보다 안전등급 미지정 건물이 상당히 많은 편에 속한다. 익명을 요구한 A(전기공학 2)학생은 "낡고 오래된 우리 공대 건물을 볼 때마다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학교 측에서 노후한 우리 대학 건물에 많은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우리 대학 건설과 담당자는 "매년 안전점검 시 교육부로부터 안전점검 지침이 내려오며 이를 준수해야 한다. 우리 학교 100㎡ 미만 건물의 안전등급 미지정은 교육부 지침에 따른 것이며, 점검등급은 미지정이나 실제 점검은 건물 및 분야별로 똑같이 진행하고 있다. 100㎡ 미만 건물 총 54개 중 42개소는 직원 사택으로 사용됐던 맨션 및 아파트다. 나머지 12개소는 경비실, 위험물 저장소, 퇴래농장실습실 등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C등급을 받은 건물에 대해서는 "(구)보관창고 및 공대5호관 배면 옹벽이 안전점검 결과 C등급으로 나왔다. (구)보관창고는 현재 폐쇄 조치를 취했으며 공대5호관 배면 옹벽은 이후 정기점검보다 상위점검인 정밀 안전점검을 진행했고 점검 결과 안전등급이 B등급으로 상향됐다"고 말했다.

더불어 "우리 대학의 안전점검은 교육부 지침에 따라 매년 3회 시행하고 있을 뿐 아니라, 2종 건축물 2개소(종합강의동 및 국제관) 및 시설물 1개소에 대해 정밀 안전점검을 주기별로 별도 시행하는 등 관련 법령을 따르고 있다"며 "안전공사비를 매년 예산에 포함시켜 점검 시 지적사항에 대해 유지·관리 및 보수를 진행하고 매년 순차적으로 노후 건물 리모델링을 진행해 안전에 힘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은 지난 겨울방학에 노후한 인문대 로비 공간 환경개선을 통해 학생들의 휴게 및 편의 공간인 '비욘드 라운지'를 조성한 바 있다. 올해는 노후한 건물 중심으로 리모델링뿐만 아니라 교육동 및 미래교육관(가칭) 신축공사를 위해 별도 계획 수립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 대학 건물 중에는 부산대 미술관과 같은 관내 치장벽돌로 마감된 건물이 무려 3개나 있다. 이에 대해 건설과 담당자는 "우리 대학 교수회관, 학생회관, 한림생활관 승학1관이 치장벽돌로 마감돼있으며 해당 건물도 1년 중 3회 안전점검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허술한 정기 안전점검에 실효성 지적도 많아 

대학에서는 정기적으로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지만 안전점검의 문제점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매년 여름철, 겨울철, 해빙기에 안전점검을 실시한다. 육안을 통해 시설의 위험 여부를 파악한 뒤 문제가 있을 경우 기관을 통해 정밀 안전점검을 진행한다"며 "하지만 안전점검 결과가 D, E 등급이 나와도 교육부에서 대학 측에 보수 공사를 강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무너진 대학 건물.. 당신의 학교는 안녕하십니까?(파이낸셜뉴스, 2019.05.25) 참고). 대학에서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안전점검이 허술하고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문제점을 제시하는 대목이다. 

대학의 안전 불감증 또한 문제다. 40년 이상 된 노후 건물은 정기 안전점검뿐만 아니라 정밀 안전진단을 받도록 돼있지만 이를 실시하지 않는 대학이 다수다. 실제 부산권 대학 중 동의대는 40년 이상 된 정밀 안전진단 대상 건물이 2개지만 지난해 기준 4년 이내로 정밀 점검을 실시하지 않았다. 부경대는 40년 이상 된 정밀 안전진단 대상 건물이 2개지만 4년 이내의 정밀 점검 건물 수는 1개다. 부산대의 경우 정밀 안전진단 대상 건물 17개 중 4년간 13개 건물만 정밀 점검을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우리 대학은 정밀 안전진단 대상 건물 8개 모두 최근 4년 이내 정밀점검을 받았다.

현행 시설물 안전법에 따르면 건물의 면적과 층수에 따라 제1·2·3종 시설물로 분류한다. 공동주택, 16층 이상의 건물에 해당하는 제1·2종 시설물은 정기 안전점검과 정밀 안전점검을 주기적으로 실시해야 하지만, 제3종시설물은 '정기 안전점검'만 실시하면 된다. 해당 진단은 건물 외관을 훑는 정도다. 대부분 대학 건물은 제3종 시설물로 판단돼 육안과 간단한 측정기기를 이용해 시설물의 결함을 관찰하는 정도로만 점검이 이뤄진다. 부산대 미술관의 경우도 제3종 시설물로 분류돼 정기 안전점검만 이뤄진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해당 법이 정기 점검이나 정밀 안전진단 때 건물 외관을 조사하도록 규정하고는 있지만 외장재, 비구조재에 대한 구체적인 점검 규정이 없는 것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지 않고 건물을 방치하거나 건물 외장재를 구체적으로 점검하지 않아 큰 사고가 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행법안 개정이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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