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plus+ 라이프] 초연결 시대, 연결 없는 삶에 도전하다
[Camplus+ 라이프] 초연결 시대, 연결 없는 삶에 도전하다
  • 하명성 기자
  • 승인 2019.09.02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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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스마트폰 없이 살아봤다

 

"나 일주일 동안 연락 잘 안 된다."


머리를 쥐어짜며 주제를 고민했다. 호기롭게 제안한 첫 코너가 흐지부지 없어질까 두려웠다. 소방공무원, 집배원 체험 같은 책임지지도 못할 주제를

 

제안해봤지만 모조리 퇴짜 맞고 돌아선 지 며칠. 체념하기 직전 21세기에 스마트폰 없이 살아보는 건 어떨까하고 생각했다. 일주일 뒤 있을 친구들과의 여행 약속이 기자를 뜯어말렸지만, 기사를 통과시키고 싶은 마음이 그보다 간절했다. 스마트폰 없는 생활을 위해 몇 안 되는 친구들과 부모님께 일주일 동안의 연락 두절을 통보했다. 정기자가 되고 재미있는 첫 기사를 쓰겠다는 욕심에 세상과의 '연결'을 과감히 버렸다. 주제를 정한 후에 몇 가지 규칙을 세웠다.

1. 하루에 단 한 번, 업무 관련
카카오톡은 컴퓨터로만 확인하기
2.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기능들은 절대 사용하지 않기
(카카오톡, 지도 등)
3. 휴대전화로는 전화와 문자만 하기


카카오톡과 SNS, 유튜브를 지우고 홈 화면을 보니 휴대전화를 처음 개통한 날이 생각났다. 자신 있게 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막상 시작하니 막막하고 두려웠다.

"막차 늦지 않게 빨리 모셔다드리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기자의 본가는 마산이다. 스마트폰의 빈자리를 채워 줄 책을 사고 방학동안 못 본 친구들을 보니 시계는 어느덧 오후 10시를 향하고 있었다. 집으로 가야 할 시간, 아직 부산 지리에 어두워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지도를 확인해야 했지만 지도 앱 역시 쓸 수가 없었다. 막차까지 남은 시간은 20분. 애타는 순간, 지금 내가 스마트폰을 사용해도 아무도 모르지 않을까하는 간사한 마음까지 들었다. 그렇게 스마트폰을 꺼내려는 찰나 기획 당시의 다짐이 기자의 머리를 쳤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상기된 얼굴로 택시를 탔다. 택시기사님은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듯 걱정하지 말라며 액셀을 밟았다. 도착 후 감사의 인사와 함께 택시에서 내렸지만, 마산으로 향하는 마지막 버스는 눈앞에서 떠났다. 모든 행동이 수포가 됐다는 생각에 좌절했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듯 직원의 안내를 받고 심야버스로 표를 교환했다. 가까스로 버스에 타, 정신없었던 하루를 돌아보며 좌석에 앉았다.
 
"장학생 추천에 필요한 서류 빨리 송부해주세요."

간담이 서늘했다. 지금 확인하지 않았다면 갑작스럽게 찾아온 기회를 놓쳤을 터. 스마트폰 없이 살아보겠다고 한 말을 처음으로 후회했다. 내가 미쳤다고 이 주제를 기획했을까. 지금이라도 답장해도 될까? 아니 이미 누군가에게 기회가 돌아가지 않았을까? 여러 생각을 하며 답장을 보냈다. 답장이 오기까지 40분이 걸렸다. 마치 칸 영화제에서 40분 동안 수상 여부를 기다린 봉준호 감독이 된 것 같은 피 말리는 시간이었다. 다행히도 장학금은 기자를 떠나지 않았다. 이후 등본과 성적증명서를 제출하라는 요구에 외출했다. 오후 1시. 32도의 날씨에 밖은 잠시 걷기도 버거웠다. 등본을 뽑고 스캔을 해야 했지만 가진 거라곤 전화와 문자만 되는 스마트폰뿐이었다. 마을의 모든 동사무소와 문방구를 돌아다니며 스캔할 수 있는지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안 된다' 였다. 손안에 스마트폰이 있어도 쓰지 못하니 미칠 노릇이었다. 점점 이성의 끈을 놓아가던 중 문득 4년 전 졸업했던 중학교가 생각이 났다.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중학교로 향했다. 사정을 말하며 부탁을 드렸고, 다행히 관계자분은 흔쾌히 응해주셨다. 연신 감사 인사를 했다. 결국, 스캔 파일을 받았고 긴장이 풀어지니 스마트폰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 화가 났다.

 

▲기자의 친한 친구들이 속해있는 단체 채팅방이다.
▲기자의 친한 친구들이 속해있는 단체 채팅방이다.


"기사 하나 때문에 수강 신청을 버리냐?"

'우주 공강'(공강시간이 너무 길어 마치 우주와 같다는 말)을 떠올리니 아찔해졌다. 기사를 위해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건 딱 일상의 불편함, 거기까지였다. 지난 학기의 경험을 돌이켜봤을 때, 더 이상의 우주공강, 혼강(혼자 듣는 강의)은 절대 없어야했다. 기사 주제를 선정하고 친구들에게 의견을 물었을 때 들은 말들이 생각났다. 기획 당시 일주일 간 별 일이 없다면 어떡하지 걱정했던 기자는 기쁨도 슬픔도 아닌 오묘한 감정을 느꼈다. 마음대로 시간표를 만들었다간 큰일이 날 것 같아 난처했지만, 도움을 받을만한 커뮤니티 앱조차 없었다. 기획 전 친구들과 카카오톡으로 상의하고 서로 시간표를 공유하기로 했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자 야심찬 계획이 모두 수포가 되었다. 해결책을 찾아보려했지만 방법이 없어 혼강을 자처했다. 평소였다면 커뮤니티 앱을 통해 강의평을 보고 현명한 소비자처럼 수강 신청을 했겠지만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이 인터넷으로 강의계획표들을 하나하나 참고하며 비교했다. 기자에겐 최선의 선택이었다. 수강 신청을 마치자 첫날 모든 강의의 오리엔테이션을 교수님 대신 설명해도 될 정도였다.

"21세기에 스마트폰 없는 삶이라니 너무 잔인해요."

주제 선정 후 동료 기자가 한 말이다. 평소였다면 웃고 넘길 말이었지만, 과연 스마트폰 없는 삶이란 정말 불가능할까? 스마트폰 없이 생활한 삶은 무척이나 답답하고 힘들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완전히 바꿔버린 생활패턴을 되찾은 건 불편함을 감수할 가치가 있었다. 스마트폰이 사라지자 그 빈자리를 좀 더 의미 있는 일들로 채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기자는 지난 일주일간 세상과의 연결을 과감히 버리고 화면을 들여다보는 대신 사람들과 소통했다. 일상의 즐거움을 되찾았고, 스마트폰의 익숙함에 빠져 인식하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 있었다. 21세기에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건 분명 현명하지 못하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스마트폰으로 인해 잠식된 우리의 삶을 방관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일까? 스마트폰이 지배한 생활에 발버둥 친 덕분에 일상이 조금 더 다채로워진 일주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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