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화 〈버닝〉과 〈기생충〉을 통해서 본 갑질 문화
[사설] 영화 〈버닝〉과 〈기생충〉을 통해서 본 갑질 문화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승인 2019.09.0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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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K-pop으로 대표되는 한국 문화의 열풍은 이제 그 대세를 거를 수 없는 세계적인 문화 트렌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리듬은 물론이고 가사에 숨어 있는 코드는 한국 사회를 알리고 이해하는 중요한 도구가 됐다. 사실, 노래를 통해 한국사회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다소 제한적이고 팬덤에 의지하는 바가 크다고 볼 때, 2000년 이후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국영화는 우리 사회에 대한 보다 내밀하고 치열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다.  

특히, 계급 갈등과 한국 사회 특유의 갑질 문화를 저항과 전복의 관점에서 다룬 한국영화 두 편이 높은 작품성을 바탕으로 전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택배기사로 일하는 소설가 지망생 주인공의 계급 사회에 대한 절망과 분노를 담은 〈버닝〉(감독 이창동, 2018)은 2018년 칸 영화제에서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한 가족의 무모한 계급 상승 욕망을 재치 있게 다룬 〈기생충〉(감독 봉준호, 2019)은 2019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두 영화가 그리고 있는 대한민국은 겉보기에는 편리하고 마음먹기에 따라 의식주쯤은 쉽게 해결 가능한 세상 같아 보이지만, 현실은 아무런 희망도 찾을 수 없다는 점을 스크린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버닝〉의 '벤'과 〈기생충〉의 '박사장'은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하고 타자들을 소비와 쾌락의 대상으로 여길 뿐이다. 안타깝게도 두 영화 모두 상류층에 대한 복수의 칼부림으로 막을 내린다. 그들에게 꽂힌 분노의 칼은 계급 갈등이 결국 살인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당연한 귀결만을 상징하고 있지는 않다. 이를 통해서 두 감독은 부와 권력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에게 각성을 촉구하고 타자에 대한 올바른 윤리를 확립하길 요구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타자에 대한 무감각과 모욕은 대학을 포함한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갑질 문화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아랫사람들을 그저 이용하고 소모품으로 여길 뿐 동등한 인간으로 보지 않는 교묘하고 은밀한 가학적 태도가 우리 사회에 여전히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올해 7월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까지 시행됐다.  

그렇다면 두 영화가 보여주는 계급 갈등과 갑질 문화를 단순히 스크린을 통해 소비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들을 짚어 보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기폭제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 대학에서 권력에 대한 견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잘못된 갑질 문화가 내면화돼 있지 않은지에 대해 점검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시급한 문제로 대두된 강사 고용, 대학 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차별, 일부 교수들과 직원들의 갑질 문제 등이 학교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갑의 지위에 있는 자들이 견제 받지 않고 힘을 휘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방적이고 비민주적인 문화 속에서는 누군가 문제 제기를 하더라도 공론화는커녕 수면 아래로 쉽게 사라지고 오히려 피해를 입기 일쑤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이 부패한다는 지극히 평범한 논리조차도 수용할 수 없는 망가진 시스템을 갖고 있다면, 학교는 물론 사회 어느 조직도 온전히 작동할 수 없을 것이다. 

학생들, 직원들, 그리고 교수들을 명령과 개조의 대상으로 여기는 관리자들이 캠퍼스에 존재한다면, 대학은 민주주의 병폐인 비효율성보다 더 무서운 획일주의의 분노와 무기력함으로 마비되고 말 것이다. 민주주의의 가치들을 배우고 실천해야 할 대학이라는 곳에서 일부 교수들과 직원들이 힘의 논리로 갑질을 한다면 발전은커녕 도태하고 말 것임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영화를 계기로 권력의 지위에 있는 자들이 자신의 언행과 행동에 각별히 조심하고 견제 시스템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예술이 사회를 단순히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변화시킬 수 있다는 긍정적 성과를 거두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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