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곡률 속의 마라톤
[옴부즈맨 칼럼] 곡률 속의 마라톤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승인 2019.09.0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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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 올해는 반드시 멋진 몸매의 연예인처럼 되고자 열심히 운동한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런닝머신을 뛰고 바벨을 들 때는 1초가 1분 같이 느껴진다. 좋은 몸매를 위해 겪는 시간은 왜 그렇게도 외롭고 힘든지. 시간이 본인한테만 느리게 가는 기분이었을 테다. 하지만 과연 기분 탓일까?

보통 생각하기에 시간은 절대적이라서 모두에게 동일한 것 같겠지만, 사실 시간은 아인슈타인에 의해 상대적인 것임이 증명됐다. 요약하자면 질량을 가진 우주의 모든 물체는 시·공간의 곡률을 만들어낸다. 곡률의 크기는 물체의 질량의 크기와 비례하는데, 이 곡률에 의해 직선으로 나아가는 빛과 시간은 굴절현상을 겪게 된다는 뜻이다.

이러한 현상은 다른 의미에서 미래로의 시간여행이라고 볼 수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2014)에서 주인공 쿠퍼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뒤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왔지만 결국 딸이 늙어 임종을 맞이하는 장면이 그 예다. 블랙홀은 엄청난 질량을 가졌기 때문에 그 속에서는 일반 행성에서보다 시간이 느리게 갈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쿠퍼는 딸보다 노화가 더 느리게 진행된 것이다. 이 장면은 질량이 만들어내는 곡률 속에서 우리가 미래로 가는 열쇠를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대인들은 시간 속의 곡률에 자신을 내던지려는 경향이 짙게 드러난다. 어떻게든 더 큰 질량(외모, 학벌, 재력 등)을 가진 사람이 돼, 다른 사람보다 1초라도 더 많은 시간을 벌어 더 빨리 미래로 나아가려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라면 설령 외롭고 힘든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감수하고자 한다. 지구 정도 규모의 질량은 이제 평범한 정도로 여겨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질량은 고유한 것이다. 즉 장소나 상태가 바뀐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 억지로 질량을 늘리려한다면 한계질량을 돌파할 것이고, 결국 초신성을 일으켜 블랙홀이 되고 말 것이다. 현대인이 자주 걸리는 번아웃(burn- out) 증후군은 모든 것을 다 쏟아 붓고 탈진 상태에 빠진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달려가는 것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다만 천체들도 각자의 질량에 따른 시간흐름대로 살아가듯 사람도 각자의 시간흐름이 있을 것이다.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타인의 시간흐름에 자신을 맞추려는 순간 감당할 수 없는 질량이 자신을 짓누를 것이다.

지구가 태양계에서 그리 큰 질량을 가진 축에 속하는 행성은 아니지만, 46억 년 동안 살아왔다. 다른 것과의 비교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질량에 따른 시간흐름대로의 길을 나아가는 지구의 우직함을 본받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장민석 독자위원
(철학생명의료윤리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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