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자의 변] 기자를 바꾼 빨간 글씨
[정기자의 변] 기자를 바꾼 빨간 글씨
  • 하명성 기자
  • 승인 2019.09.0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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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명성 기자
하명성 기자

 

기자는 평소 친구들에게 시사 소식 알려주기를 좋아했다. 모르는 사실을 알게 된 친구들이 보이는 반응은 일상의 큰 낙이었다. 이런 즐거움을 가능하다면 장래 희망과 연관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막연히 기자의 꿈을 가졌다.

그러나 기자는 안 좋은 글쓰기 습관을 지니고 있었다. 글 전체를 어려운 말로 채우기만 하면 좋은 글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글은 읽기가 어려웠지만, 당시에는 그게 잘 쓴 글이라며 자부심을 가졌다. 다우미디어센터 학보편집국 인턴기자가 되기 전까지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학생기자가 도움이 될 거라는 선배의 추천에 고민 없이 학보편집국에 지원해 인턴기자가 됐다. 인턴 신분이지만 기자라는 타이틀을 달자 꿈에 한 발 다가선 것 같아 자만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기자의 자만심은 오래가지 못했다.

인턴교육을 시작하고 글쓰기 과제를 받았다. 평소 글을 잘 쓴다 생각했기에 막힘없이 글을 쓰고 퇴고도 없이 제출했다. 하지만 제출한 과제가 데스크의 피드백을 거치자 기자의 자존감은 바닥을 쳤다. 기자가 쓴 글보다 데스크의 피드백이 더 많았다. 후배의 안 좋은 글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였을까. 빨갛게 적힌 피드백은 날카로웠고, 충고는 모두 총알처럼 뇌리에 박혔다.

일생을 함께해온 습관을 한 번에 고치긴 힘들었다. 그러나 변화는 분명히 필요했고 처음부터 다시 글쓰기를 배운다는 자세로 교육에 임했다. 

인턴교육이 중반을 지나고 모의 기사 작성 과제를 받았을 땐 데스크의 충고가 제법 많이 쌓여 있었다. 그저 전보다는 나아졌단 한마디를 들으면 족하다는 생각으로 과제를 제출했다.  과제에 대한 불안이 희미해질 즈음 데스크에게 문자가 왔다. 내가 잘못한 게 있나 무슨 이유일까 긴장하며 문자를 확인했다. 그러나 문자의 내용은 예상 밖이었다. 교육의 효과가 있는 것 같다며 잘하고 있다는 말에 입가의 미소를 가릴 수 없었다. 미생의 장그래가 오 과장에게 "더할 나위 없었다"는 말을 들은 감정이 이랬을까.

곤두박질치던 기자의 자존감은 그 격려로 다시 싹을 틔웠다. 인턴이 되기 전 넘쳤던 자만심과는 분명 달랐다. 피드백에는 여전히 빨간 글씨가 많았지만 처음 피드백을 받았을 때의 충격은 없었다. 예전이었으면 다시 생겼을 자만심이 이제는 "그래도 아직 갈 길이 멀었구나 더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이 됐다. 

고단했던 인턴교육을 지나 학생기자가 된지 이제 두 달이다. 그 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변한 건 단연 글 쓰는 습관이다. 자만심 가득한 글을 반겼던 빨간색 피드백은 생활의 길잡이이자 훗날 초심 또한 찾아줄 회초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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