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도시재생 위한 꿈 키우다
부산, 도시재생 위한 꿈 키우다
  • 노병재 기자
  • 승인 2019.10.02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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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가득한 그런 동네를 원하십니까? 서울 사대문 안에 얼마 남지 않은 고풍스러운 이 동네가 보존된다면 그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가 없습니다!" 

이는 SBS 드라마 <흑기사>(2017)에서 도시재생 전문 사업가 문수호(김래원 분)가 가상의 배경인 금성동의 재개발 여부를 두고 주민 공청회에서 한 발언이다. 문수호가 금성동의 역사적, 문화적 보존 가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일어나는 일과 그 과정은 드라마의 주요 흐름 중 하나다.

최근 몇 년 사이 '도시재생'이라는 말이 회자되며 이제는 대부분 사람들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말이 됐다. 이러한 경향은 현 정부가 도시재생을 국책사업으로 선정하며 더 두드러졌다. 드라마 속 등장인물의 직업이 도시재생 전문가로 설정되거나, '부산 유라시아 플랫폼'과 같은 관련 시설이 속속 신설되는 등 우리 사회는 도시재생과 한 층 더 가까워지고 있다. 

 

도시재생, 이목을 끌기 시작하다 

21세기 첨단산업구조의 변화와 신도시·신시가지 위주의 도시 확장으로 인해 도심의 환경은 빠르게 변화했다. 이에 반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기존 구도시에 새로운 기능을 도입해 경제·사회·물리적으로 부흥시키는 것이 바로 도시재생이다.

조금 더 넓은 시각으로는 도시(지역)의 비전을 파악해 스토리를 개발·콘텐츠화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한다는 의미도 내포돼 있다. 위의 조건에 모두 부합하는 부산의 대표적인 도시재생 성공사례가 바로 '감천문화마을'이다.

일제강점기, 부산은 항만도시라는 특성 때문에 비교적 일찍 개발이 진행됐고, 개발된 도시공간을 일본 자본이 차지해 토착민들의 거주공간이 지극히 한정적이었다. 이에 당시 지역민들은 점차 산비탈 같은 경사지까지 움막을 짓고 살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만들어진 감천동의 고유한 주택구획과 독특한 색채 구성에서 가능성을 엿본 부산시가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 등 재생사업을 시작하면서 감천동의 풍경은 크게 탈바꿈했다. 2009년에 진행된 '꿈을 꾸는 부산의 마추픽추 프로젝트'와 2010년 '미로미로(美路迷路) 골목길 프로젝트', 2012년 '마을미술프로젝트' 등 공공적 차원의 개발로 감천문화마을은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감천문화마을의 도시재생은 지역의 기존 재산을 최대한 이용해 자연발생적으로 발달됐다. 이에 도시재생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손꼽힌다. 

2000년대 후반부터 도시재생 관련 소규모 재생사업이 진행됐고, 2010년에 들어서는 본격적으로 도시재생이라는 용어가 사용되며 기존의 재개발과는 다른 틀을 갖추기 시작했다. 거주민의 요구사항이나 사정을 모두 수용하기 어려운 재개발과 달리 도시재생은 기존의 건물 등 시설을 유지하면서 개발을 진행하기 때문에 지역주민의 의견 수렴에 초점을 맞춘다는 차이가 있다. 도시재생은 2013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지정되면서 구체적인 틀을 갖췄으며 2017년에는 문재인 정부 주요 국정 과제 중 하나로 선정됐다. 이는 전국의 낙후 지역 500곳에 매년 재정 2조 원, 주택도시기금 5조 원, 공기업 사업비 3조 원 등 5년간 총 50조 원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소규모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다. 최근 공공기관에서도 이러한 경향과 정책을 반영해 도시재생 관련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공공기관, 지역대학, 시민단체 등 다양한 조직 간 협력 사례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달 개관한 '부산 유라시아 플랫폼'의 전경 부산광역시 제공
▲지난달 개관한 '부산 유라시아 플랫폼'의 전경 <부산광역시 제공>

도시재생 바람에 앞장서는 부산시

원도심 활성화라는 과업을 가진 부산시는 도시재생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며 주요 협력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도시재생 전문기업'의 등장이다. 지난 7월 29일부터 8월 13일까지 부산시는 지역 기업의 도시재생사업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도시재생 전문기업 지정 공모'를 진행했다. 이는 부산형 도시재생 전문기업을 육성하고 부산지역의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정 대상이 된 기업은 시의 5대 도시재생 특성화 전략에 따라 △재생기획(건축사 사무소·엔지니어링 사무소·대학 산학협력단 등) △물리적 재생(종합건설 업체·전문건설 업체 등) △사회·경제적 재생(지역 마을공동체·사회적 협동조합 등) △스마트 재생(부산 스마트솔루션 업체·스타트업 기업) △문화예술 재생(제품·시각·환경·패션·공예·콘텐츠 개발 등) 등 총 5개로 나뉜다. 부산시는 분야별로 경쟁력이 높은 기업을 50개사 내외로 선정해 도시재생 사업에 지역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고 도시재생 전문기업을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지역대학이 시와 연계해 진행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6월 25일, 부산시는 '청년도시재생사' 양성을 위해 지역대학 및 부산광역시도시재생지원센터(이하 도시재생지원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청년도시재생사 양성사업은 지역대학에 도시재생 전문 과정(3학점 과목)을 개설하고 교육을 통해 체계적으로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과정이다. 이는 젊고 새로운 도시를 목표로 지역대학과 함께 도시재생에 특화된 인재를 양성하자는 취지다. 시는 이를 통해 앞으로 4년간 청년도시재생사 1,000여 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청년도시재생사 과정은 청년 스스로 지역의 특성과 수요에 맞는 도시재생 과제를 기획하고 실천하는 실전형 교육이 주를 이룬다. 시는 대학에서 해당 과목을 이수하고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심화 과정을 마친 학생을 도시재생사로 인증해 부산 도시재생 전문가로 활동하게 할 예정이다. 협약에는 우리 대학교를 포함해 △부산대 △한국해양대 △경성대 △동의대 △동서대 △동명대 등 부산지역 7개 대학이 참여한다.

또한 지난달에는 부산에서 진행되는 도시재생의 면모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지난달 19일과 20일, 부산역 광장에서 진행된 '2019 도시재생박람회'는 최근 부산에서 진행되는 도시재생의 현황을 알렸다. 이번 도시재생박람회에서는 △지역구 운영 부스(17개) △마을 및 지역공동체 운영 부스(29개) △시민단체 및 관련 기관 운영 부스(23개)를 통해 단체별로 진행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의 모습을 총망라했다. 부스 운영 외에도 전국도시재생지원센터 워크숍을 비롯해 ICT 기반 공동작업 공간인 '메이커스페이스'를 위한 청년 포럼, 도시재생지원센터 협의회 발대식, 마을공동체 우수사례 발표대회 및 다양한 행사 또한 마련됐다.

도시재생지원센터 변강훈 원장은 "도시재생박람회는 3년째 진행되고 있는 부산만의 독자적인 행사"라며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하는 지역 공동체와 마을주민 등 다양한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상호 학습하고 성장할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행사가 대외적으로는 도시재생을 위한 부산의 노력을 알리는 동시에, 대내적으로는 도시재생을 위한 결속을 다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청년도시재생사 협약식 체결 현장 부산광역시 제공
▲청년도시재생사 협약식 체결 현장 <부산광역시 제공>

청년에게 초점 맞추는 도시재생, 우리 대학의 움직임은? 

한편, 우리 대학도 부산시가 운영하는 청년도시재생사 양성 과정에 함께하고 있다. 우리 대학의 청년도시재생사 양성 과정을 담당한 이성호(건축학) 교수는 "우리 대학의 청년도시재생사 과정은 해당 과정에 대한 수업이 건축학과에만 개설되는 타 대학과 달리, 디환대의 모든 학과에 관련 수업이 개설됐다는 점에서 더 전문적이고 차별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도시재생사 과목으로 지정된 수업을 수강하면 관련 과정을 자동으로 수료하게 된다"며 우리 대학이 채택하고 있는 청년도시재생사 양성 방식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현재 도시재생 전문가로 활동하는 인원은 중·장년층이 많아 청년층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청년이 도시재생을 위한 전문 능력을 함양함은 물론 본인의 이력으로도 삼아 취업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본 과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로컬영화제작단, '포춘쿠키' 조의 활동 모습 김동섭 학생 제공
▲로컬영화제작단, '포춘쿠키' 조의 활동 모습 <김동섭 학생 제공>

우리 대학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도시재생 관련 활동도 두드러진다. 우리 대학 LINC+사업단은 앞서 언급한 도시재생박람회에서 부스를 운영했다. 해당 부스에서는 사업단에 참여하는 우리 대학 학생들이 각 학과의 특성을 살려 도시재생을 위한 비전을 담은 프로젝트 도면을 전시했다. 윤수란(건축학 3) 학생은 "요즘처럼 도시재생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때, LINC+사업단을 통해 관련 활동을 체험한 것은 좋은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과 교수가 협업해 도시재생에 대한 공모전이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었다"며 해당 활동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도시재생지원센터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주관하고, 부산영화체험박물관에서 후원하는 '2019 마을재생 영상홍보단 - 로컬 영화제작단'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김동섭(신문방송학 3) 학생은 "도시재생이라는 소재에 대해 영화제작단 활동을 하기 전까진 잘 알지 못했다"며 도시 재생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부족함을 먼저 상기시켰다. 그는 "도시재생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기 위해 지역 곳곳을 방문하고 마을주민들과 소통하며 올바른 도시재생이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를 많이 고민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도시이기 때문에, 청년층이 도시재생을 위한 주역이 돼 주체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도시재생의 모습을 영화에 잘 녹여 재밌게 보여드리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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