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 민주화운동의 새 이정표를 마련한 부마민주항쟁을 돌아보며
[기고] 한국 민주화운동의 새 이정표를 마련한 부마민주항쟁을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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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0.0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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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권 사학과 명예교수현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위원장
홍순권 사학과 명예교수
현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위원장

정부는 지난 9월 17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부마민주항쟁(10월 16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은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부마민주항쟁이 부산과 마산에서 일어난 지 40년만의 일로, 이제 정부가 주관하는 첫 번째 공식적인 기념행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돌이켜 보건대, 1960년 4월 혁명으로 시작된 우리 사회의 민주화로의 여정은 매우 지난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실로 군부독재정권이 무너지기까지 27년의 긴 세월 속에 민주화를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피와 땀을 흘려야 했다. 그 역정 가운데 특히 잊을 수 없는 사건으로 1979년과 1980년 역사적 격동기에 일어난 부마민주항쟁과 광주민주화운동이 있다. 이 두 사건을 포함해 앞서 언급한 네 사건을 일컬어 흔히들 '현대한국의 4대 민주화운동'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는 다른 나라의 현대사에서는 찾기 어려운 현상으로 우리 역사의 특이점이자 오늘날 우리 국민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부마민주항쟁은 유신독재의 철권통치가 절정에 달했던 시점에서 발생했다. 긴급조치로 얼어붙은 '겨울공화국'의 엄혹한 탄압 속에서 부산대 학생들의 교내 시위로 시작된 '유신 철폐'의 함성 소식은 곧 바로 우리 대학교 등 부산 시내 각 대학으로 전달됐고, 마침내 시민과 학생들이 합세해 부산 민중의 반독재 민주항쟁으로 타올랐다. 특히 10월 16일 부산대 학생 시위 소식이 전해지자 우리 대학의 일부 학생들은 이미 10월 16일 도심 시위에도 참가하기도 했다. 우리 대학 교내 시위는 이튿날인 17일 11시 30분경부터 시작돼 오후 3시까지 최대 1,000여 명의 학생들이 참가했다. 

이 날 시위는 이용수, 이동관 등 학도호국단 간부들이 주도했다. 교내 시위를 마친 학생들은 각자 학교를 빠져나와 시내에서 가두시위를 벌였다. 10월 16일에 이어 17일에도 밤늦게까지 거리로 쏟아져 나온 학생들과 시민들의 반 유신투쟁은 그칠 줄 몰랐다.

이렇게 항쟁의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르자, 유신 당국은 18일 자정을 기해 부산시 일원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군대를 동원해 시위대를 강력히 탄압했다. 그러나 부산 시민이 일으킨 항쟁의 불길은 인근 도시, 마산으로 옮겨 붙으며 더욱 거세게 타올랐다. 당시 정부는 반유신투쟁의 불길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부산의 계엄령에 이어 마산 일원에 위수령을 선포하고 군대를 동원해 시위 참여자는 물론 이를 방관하고 있던 시민들까지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체포·구금했으며, 그 와중에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무자비한 진압은 오히려 권력 내부의 균열을 초래해 유신체제는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의 유고와 함께 무너지고 말았다. 결과적으로는 부마민주항쟁으로 인해 유신권력이 붕괴됐지만 안타깝게도 온 국민이 열망했던 민주화의 꿈은 실현되지 못했다. 곧 이어 전두환을 필두로 한 신군부의 등장으로 이듬해 5월 다시 광주의 비극이 재현됐던 것이다. 이렇게 보면 부마민주항쟁과 광주민주화운동은 유신정권과 신군부의 권력 교대 과정에서 일어난 연속적 민중항쟁이라고도 볼 수 있다.

부마민주항쟁을 기억하는 것은 유신체제의 폭압과 한국 민주화의 역정을 동시에 되돌아보는 일이다. 그것은 과거사를 자각적으로 성찰함으로써 오늘날 역사의 지향점인 민주주의를 내면화하고 새롭게 해석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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