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그들을 위한 교단은 없다
[데스크칼럼] 그들을 위한 교단은 없다
  • 조은아 기자
  • 승인 2019.10.02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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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아 편집국장
조은아 편집국장

 

올해 초, 페이스북을 들여다보다 한 언론사의 게시물에 시선이 꽂혔다. 부산에 위치한 어느 고등학교가 교사들의 막말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교사들이 학생에게 서슴없이 내뱉은 막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문학을 가르치는 A 교사는 "나무 아래에서 키스해봤느냐", "지금 애인과 실수로 임신을 하게 되면 어떡할 거냐" 등의 모욕적인 말을, 한국사를 가르치는 B 교사는 노인 무료 급식 봉사를 하러 가는 학생의 옷차림을 두고 "그렇게 짧은 바지를 입으면 할아버지가 반찬으로 오해해 먹을 수 있다"는 말을 뱉었다고 한다. 불쾌한 표정으로 게시물을 보다가 고등학교 시절 친구를 태그해 댓글을 달았다. 기자가 단 댓글은 'B 교사 저럴 줄 알았다'였다. 

사실 기자는 A 교사와 B 교사를 모두 안다. 논란이 된 고등학교가 기자의 모교와 같은 재단에 소속돼있어 교직원 인사를 순환체제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두 교사 모두 기자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학생들 사이에서의 평이 좋지 않았다. 그들이 장난이라며 던지는 말들에 온종일 불쾌하기도 했다. A와 B뿐만이 아니다. 모교 교사 중에는 막말로 인해 학생들 사이에서 비판받던 인원이 수두룩하다. 그들에게는 학생에게 정보를 전달할 만한 지식이 있었지만, 학생을 진정으로 가르칠 자질은 없었다. 아직 기자가 모교에 한 번도 들르지 않은 결정적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언론에서 회자되는 대학교수들의 막말 퍼레이드는 더 가관이다. 연세대 C 교수는 지난 9월, 사회학 강의에서 "지금도 매춘산업이 있다. 옛날(일제강점기)에도 그랬다"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에 빗댔다. "피해자를 매춘부로 보는 게 옳은 일이냐"라는 학생의 질문에는 "궁금하면 직접 해보라"는 성희롱 발언으로 응했다. 동의대 D 교수는 "여학생은 전쟁이 나면 제2의 위안부다"라는 말을, 순천대 E 교수는 "(위안부 피해자가)끼가 있으니 따라간 거다"라는 망언을, 중앙대 F 교수는 "세월호 희생자는 두려움에 떨다가 죽음을 맞이한 게 아니라, 핸드폰 하다 죽음을 맞이했다"라는 망발을 늘어놨다.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는 학생으로서, 더 나은 고등교육에 대해 고민하는 대학 언론인으로서, A·B·C·D·E·F를 포함한 모든 '막말 교사'에게 그들이 진정 교육자의 자질이 있는지 따져 묻고 싶다. 우리 사회가 교육을 명목으로 그들에게 투자하는 비용과 부여하는 사회적 명예는, 미래를 이끌 인재를 올바르게 가르치기 위함이다. 기운 차려서 막말하라고 주는 밥값이 아니란 말이다. 교사의 역할이 정보전달에 지나지 않는다면, 그 외의 다른 것들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면, 교사가 설 수 있는 교단은 없다. 정보전달을 위한 매개는 교사가 아니더라도 차고 넘치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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