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기생충과 밥벌이의 정치학
[옴부즈맨 칼럼] 기생충과 밥벌이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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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0.0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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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기생충>(감독 봉준호, 2019)은 4명의 저택 가족과 4명의 반지하 가족이 상승과 하강의 블랙코미디를 경유하다 '지하실 장면'이 등장한 이후 급격히 삼각구도를 이루며 일견 서스펜스 영화로 장르를 선회한다. 격차 큰 두 빈부(貧富)의 계급론을 펼칠 것만 같던 영화는 지하 계단을 뚫고 저 어두운, 세상과 격리된 공간과 마주한다. 그 공간에서 빈자와 빈자는 살아남기 위해 서로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폭력을 일삼으며 계단을 오르내린다. 여기서 부자는 이들이 싸웠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8월 한 달 동안 숱한 논란이 있었지만 조국은 결국 법무부 장관이 됐다. 이후에도 여론은 장관을 방어하는 자와 공격하는 자가 팽팽히 맞섰다. 검찰과 언론에 대한 불신은 분노의 감정으로 번진다. 아마 임명 이후에도 조국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9월 셋째 주 갤럽의 여론조사를 보면 30대 후반부터 40대, 50대 초반이 이 집단의 다수 세대다. 그들은 자신들의 청년 시절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었고, 그가 검찰과 언론에 집중포화에 삶을 등진 것을 목격했다. 그들은 현대사에서 부채의식을 가진 시민연대다. 그 분노가 이해 가능한 부분이다. 하지만 노무현과 조국을 겹쳐놓는 전략을 취한 순간, '중도연대'는 급격히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은밀한 모종의 신격화. 

그들은 지지층을 결집해 검찰과 언론, 제1야당을 향해 분노의 의지를 표명한다. 언론이 무슨 기사를 쏟아내든 검찰이 어떤 수사를 진행하든 검찰개혁이라는 대업(大業)을 완수해야한다는 그 사명감.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은 분산돼야 한다고 믿지만, 이제 그 본질은 희석되고 분노의 이념싸움이 전 사회에 유령처럼 퍼지고 있다. 이쪽 어른들은 조국지지를 검색어 키워드로, 저쪽 어른들은 국회 앞에서 머리를 깎고 있다. 양측 모두 아마 밥벌이가 좀 되는 양반들일 것이다.

밥벌이, 그 지겨운 밥벌이. 이 시대, 밥벌이가 안 되는 청년들은 강물에 몸을 내던진다. 분노한 어른들이 '남궁현자가 만든 정원'에서 보이는 싸움을 진행하는 동안 열패감과 우울감에 빠진 청년들은 또 다시 '지하계단 아래' 독서실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도 알지 못하는 경쟁자와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한다. 2019년의 청년들은 경제적으로도 하층민일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 '지하 계단'에 위치해있다. 다시 한 번. <기생충>에서 부자들은 빈자들이 싸웠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눈앞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동윤 독자위원
(국제신문 디지털콘텐츠팀, 신문방송학 '19 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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