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발언대] 한국 영화의 병폐, 소모되는 여성 캐릭터
[독자 발언대] 한국 영화의 병폐, 소모되는 여성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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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0.0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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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추석 특선 영화로 <궁합>(2018, 감독 홍창표)을 봤다. 주인공 송화옹주(심은경 분)가 자신의 부마로 간택된 네 명의 후보를 염탐한다는 것이 영화의 스토리다. 영화는 하이틴 로맨스의 밝은 분위기를 내세우지만, 실상은 이승기(서도윤 역)와 심은경이 펼치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이야기일 뿐이었다. 구원자인 남자를 기다리는 여자의 시대착오 로맨스가 궁합의 실체였다. 어떻게 이런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가 아직까지 주연으로 등장할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한국 장르 영화에서의 여성 캐릭터 활용은 답답하기만 하다. 스릴러 영화에서는 극의 전개를 위해 살해되는 피해자로, 액션 영화에서는 주인공 각성의 계기를 위한 소모품으로 사용된다. 아무 맥락 없이 속옷과 신체 부위를 적극적으로 노출하기도 한다. 캐릭터가 캐릭터 취급을 받지 못하고 사건 전개를 위한 물건 혹은 관객몰이를 위한 상술로 사용된다. 캐릭터 취급을 받더라도 궁합처럼 '남성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여성'이라는 시대착오적 관념을 드러낸다. 이것이 현재 한국 영화의 여성 캐릭터 활용 실태다.

지난해 상반기 한국 영화 최고 히트작인 <독전>(2018, 감독 이해영)을 살펴보자. 영화에 등장하는 세 여성 캐릭터 모두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한다. 수정(금새록 분)은 원호(조진웅 분)의 각성을 위한 피해자로, 오연옥(김성령 분)은 '이 선생은 악마야'라는 떡밥 던지기용으로 끝이다. 제일 문제는 보령(진서연 분)이다. 개연성 없는 흉부 노출을 한번 하고 골방에서 마약 하며 침 흘리다 퇴장한다. 하나같이 캐릭터가 소모품 취급을 받을 뿐이다.

여성 캐릭터가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도 다르지 않다. 티켓파워 혹은 눈요깃거리 정도로 소모되기만 한다. 올해 초 개봉했던 <언니>(2018, 감독 임경택)가 바로 그것이다. 포스터와 예고편에서는 <아저씨>(2010, 감독 이정범) 같은 액션 영화 면모를 풍기지만 주인공 박인애(이시영 분)에게서 화끈한 액션은 찾아볼 수가 없다. 배우 이시영의 속옷 노출과 허벅지 노출을 통한 섹스어필, 그리고 여고생이 성폭행 당하는 것을 전시할 뿐이다. 그렇다고 제대로 된 여성 캐릭터를 만드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당장 <불한당>(2017, 감독 변성현)의 천 팀장(전혜진 분)과 <에일리언>(1987, 감독 리들리 스콧)의 리플리(시고니 위버 분)를 보면 알 수 있다. 두 캐릭터 모두 들러리나 노출용 소모품이 아닌, 정확한 판단으로 위기를 헤쳐나가며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하지만 그 반도 하지 못하는 게 지금의 한국 영화다.

지금은 2019년이다. '여성 캐릭터는 수동적인 인물이나 피해자, 소모품이 적당하다'라는 전제가 통하는 시대가 아니란 말이다. 하지만 한국 영화가 계속 여성 캐릭터를 남성 보조를 위해, 관객몰이를 위해 성적 노출과 소모품으로만 쓴다면 관객들은 더 이상 한국 영화를 찾지 않을 것이다.

 김정웅(문예창작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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