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수호자, 학생운동의 어제와 오늘
민주주의의 수호자, 학생운동의 어제와 오늘
  • 홍성환 기자
  • 승인 2019.11.11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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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올해로 90주년을 맞이하는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을 기리기 위해 열린 '113초 영화제'에서 대상 수상작은 학생 독립운동을 이렇게 평가했다.

매년 11월 3일인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은 1929년 10월 30일 나주역에서 일어난 '조선 여학생 희롱사건'이 바탕이 돼 발생한 항일시위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학생독립운동의 정신을 계승해 학생들의 애국심과 자율성을 함양시키고, 더 나아가 독립운동, 반독재운동, 민주화운동에 앞장서 투쟁했던 학생들의 얼을 기리고자 제정된 것이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이다.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은 채택과 폐지를 반복하다 지난해부터 국가 차원의 기념행사로 격상돼 매년 관련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온 90년의 학생운동역사는 오늘날 어떤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을까.

 

과거부터 현재까지, 학생운동이 걸어온 길

과거 학생들의 민족 항쟁과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은 오늘날 민주 사회를 일구는 출발점이 됐다. 민주화를 열망하며 그들이 주도한 투쟁은 때로는 독립이라는 결과를, 때로는 독재 정권의 타도라는 결과를 가져오며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 역할을 했다.

이처럼 우리의 학생운동은 정치·사회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민중운동의 주도적 위치에 서 있었다. 서양에서는 대개 학생운동이 정치적 성향이 짙지만, 우리나라 학생운동의 경우 1980년-1990년 초반까지 민족적 사명감에서 출발한 대승적 성격을 띠고 있어 민족주의적인 성향이 짙다. 특히 초창기 학생운동은 일제에 대항하는 적극적인 저항운동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투쟁적 성격을 지니게 됐다. 해방 이후에는 △4.19 혁명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 △부마항쟁 등을 거치며, 단순 투쟁을 넘어 사회변화를 이끄는 고차원적인 발전을 이뤘다. 이는 이념과 변혁을 위한 투쟁으로 정치적 올바름과 민중의 권리를 추구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민주화운동이었다.

그 당시 우리 대학도 민주화 투쟁에 선봉으로 나셨다. 우리 대학 부총학생회장으로서 '87항쟁'에 참여했던 윤준호(정치외교학 '92 졸) 동문은 "1987년 6월 항쟁에서 우리 대학 학생들은 현대사에 큰 역할을 했다. 당시 우리 대학 학생들은 자주 의식과 독재 타도에 대한 의식이 투철했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규모와 내용 면에서 시위를 주도했으며 박종철 고문 사건 때도 학내 민주화운동을 통해 거의 매일 만 명씩 독재 타도를 외쳤다"고 당시 민주화 학생운동 상황을 설명했다(본지 1144호 7면 참고).

하지만 1980년대 말 이후, 민주화를 부르짖게 만들었던 독재 세력이 물러나고 반독재 민주세력이 집권하자 학생운동은 점차 쇠약의 길을 걸었다. 민주적인 저항권을 가지며 의견 표출이 자유로워 시위나 집회에 대한 강한 탄압이 사라진 사회에서 더 이상 급진적인 투쟁이 필요없게 된 것이다. 오늘날에는 개개인의 사상에 따라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집회·시위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변화했으며, 사회 전반적인 이슈를 논하는 전국적 학생운동보다는 반값등록금, 학생회 등 학내 공정 및 부정의에 대한 소규모 운동이 주를 이룬다. 시위 방법 또한 크게 변했다. 시위나 집회의 자유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자 강압과 통제에 저항하는 물리적 투쟁이 아닌 진정한 평화적 투쟁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특유의 집회 문화인 촛불집회는 이러한 변화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현재 학생운동, 어떻게 생각하나요?

세월호 추모집회, 민중총궐기 등 다양한 집회에 참여해온 김철희(영어영문학 3) 학생은 "대학생들은 사회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주체다. 현실의 이슈에 목소리를 내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며 집회를 통한 대학생의 사회적 의견피력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대다수의 대학생은 학생의 사회적 의견피력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통계청에서 실시한 '정치·사회 현안에 대한 의견피력 경험 여부'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이 속한 연령구간인 19세-29세 연령대의 사회적 의견피력 경험이 상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시된 5가지 사회 참여 항목에 지난 1년간 활동한 적이 있다는 답변은 △온라인상 의견피력(13.8%) △정부에 의견 제시(4.0%) △서명운동 참여(13.7%) △탄원서 제출(3.4%) △시위 참여(5.4%)의 수치를 보였다. 반면 활동한 적이 전혀 없으며 향후에도 활동 의향이 없다는 응답은 전체 응답의 과반을 차지했다. (기사 하단 그래프 참조)

 

홍지우(경성대 사회복지학 3) 씨는 "현재 대학생이 사회적 의견 표출에 무관심한 이유에는 정치 싸움이 잦고 신념 차이로 인한 불화가 빈번한 사회 분위기도 한몫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취업과 같은 개인의 삶과 관련한 문제가 시급할 뿐 아니라 이를 해결하지는 않고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정치 싸움을 벌이는 기성 정치권을 보고 있으면 답답하기만 하다"며 "이런 사회 분위기에 염증을 느껴 사회적 문제마저 회피하게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 최근에는 법의 범위를 벗어난 의견 표출이 문제가 된 바도 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하 대진연)이 일으킨 방위금 인상 반대 시위가 그 대표적인 예다. 지난달 18일, 대진연 소속 대학생과 회원 17명은 서울 중구 주한 미국 대사관저의 담을 넘어 마당으로 진입해 방위금 인상 반대 농성을 기습적으로 벌였다. 대진연은 '미군 지원금 5배 증액을 요구하는 해리스 주한 미 대사는 이 땅을 떠나라'는 내용의 플랜카드를 들고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반대하는 시위를 무단으로 진행했다. 시위는 경찰과 내부 경비원이 이들을 진압 및 연행하면서 종료됐다. 이 사건에 누리꾼들은 집회 및 시위법을 어기고 대사관이 거주하는 대사관저까지 무단 침입한 것은 잘못됐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전국대학생연합 또한 대진연의 극단적인 범법 행위들을 강력하게 규탄하며, 이들이 '자유 대한민국의 헌법적 기본질서를 훼손하는 활동들을 즉시 중단하고 인류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는 것에 앞장서길 바란다'는 성명서를 쓰기도 했다.

이기현(조선해양플랜트공학 2) 학생은 "사회 운동은 사회를 바꾸기 위해 개인이 사상으로 다수를 이끌고자 하는 시도에서 출발한 것이라 생각한다. 확고한 개인의 신념을 알리고 이를 실현시키고자 하는 마음은 알겠으나, 이러한 운동은 보편적인 사회 통념에 반하지 않는 선에서만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껏 학생운동은 공정과 정의를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개인이나 특정 공동체의 강력한 정치 신념 표출을 위한 학생운동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는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지난달 3일 전국대학생연합 주최로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열린 조국사퇴 촐불집회 사진 출처=조선일보
지난달 3일 전국대학생연합 주최로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촛불집회 사진 <출처=조선일보>

학생 운동이 나아가야할 방향은?

 

대학생의 사회적 의견 표출에 대한 무관심과 변질된 학생운동 형식, 보다 미시적인 문제로 학생들의 초점이 옮겨간 현상 등으로 인해 현재 학생운동은 그 명맥의 일부분만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철학을 연구하는 우리 대학교 박상혁(철학생명의료윤리학) 교수는 "학생운동이 미미해져 현재 대부분의 학생운동이 교육 관련, 학내 불공정 문제 등 부분적인 문제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체 사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의 반응을 보였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관련 문제에 대해 일어난 '전국 대학생 연합 촛불 집회'와 같이 좀 더 사회 전체적인 면에서의 대의와 공정에 학생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며 "개인과 소집단에 초점을 맞춘 집회보다 전체 집단에 초점을 맞춘 움직임이 필요해 보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그는 대진연의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비판하며 "집회법에 준수하는 평화적 시위를 벗어난 물리적 투쟁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혁 교수는 "우리 사회는 대체적으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며 물리적이고 강압적인 투쟁 또한 상반되는 입장을 이해하지 못해 생기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적 의견은 여러 가지로 나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상대방의 입장도 충분히 존중하는 상호 존중의 태도를 견지하며, 올바른 방식으로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를 추구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를 확실히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박 교수는 앞으로 학생운동의 방향에 대해 "학생운동을 넘어서 사회 전체가 자유, 평등, 박애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전했다. 그는 "좋은 사회, 올바른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유와 평등, 연대, 공정, 인간 존엄성과 같이 깊은 가치에 대한 확신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주의의 토대가 되는 상호 의견 존중 및 본인 의견 표출에 대한 적절한 자제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러스트레이션=장하윤 기자
<일러스트레이션=장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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