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없어 문 닫을라"… 시름 깊어진 지방대
"학생 없어 문 닫을라"… 시름 깊어진 지방대
  • 박주현 기자
  • 승인 2019.12.09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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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임효원 기자>

 

교육부는 지금까지 진행해온 인위적인 개입을 통한 대학 정원 감축 대신 2021년부터 이를 대학의 자율에 맡기는 방식의 역량 진단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를 두고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밝혔으나 사실상 시장 논리에 대학의 정원 감축을 맡긴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정책 전환이 여전히 '지방대 죽이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수도권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낮은 지방대학이 신입생에게 선택받지 못해 도태될 위험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사상 처음 모집 인원보다 적은 신입생 받게 돼

'저출생·고령화 쇼크'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가 대학의 위기로까지 자리 잡았다. 내년도 입학 예정자의 대부분인 만 18세가 태어난 2001년에 저출생이 급격히 심화했는데, 2000년까지 60만 명대였던 출생아 수가 2001년 55만 9,934명으로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어 2002년부터는 출생아 수가 40만 명대로, 2017년부터는 30만 명대로 진입해 줄곧 급감하는 추세다. 

실제로 교육부는 지난 8월, 내년 입학가능자원(고교 졸업생·N수생·기타 경로의 대학 입학자 규모 산정)이 올해 52만 6,267명에서 5만 명 가까이 줄어든 47만 9,376명으로 급격하게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기준 49만 7,218명의 대입 정원과 비교한다면 사상 처음으로 신입생이 전체 대학의 모집정원보다 적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더불어 교육부는 불과 5년 뒤 2024년에는 입학가능자원이 37만 3,470명으로 추정되며 기존의 대입 정원이 감축 없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약 12만 명의 대입 정원이 미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우리 대학교(지난해 입학정원 4,067명)와 같은 규모의 대학 30곳이 신입생을 받지 못하는 것과 같은 수준이다.

 

대학구조조정은 지방대 죽이기?

학령인구 감소로 정원이 미달될 것을 미리 예상한 정부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대응책을 마련해왔다. 정부는 2004년부터 대학 스스로 입학정원을 줄일 시 재정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정원 감축을 유도했다. 이어 2015년에는 대학구조조정 정책의 일환인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시행하며 2023년까지 대입 정원 16만 명을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워 본격적인 정원 감축 수순에 들어갔다. 

3년을 주기로 대학을 평가하는 대학구조개혁평가는 1주기인 2015년에 1·2단계에 걸쳐 대학에 등급을 매기고 이를 차등적으로 평가했다. 교육부는 1주기 평가 당시 "1단계 평가에서는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대학으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요소를 평가지표의 기준으로 삼았다. 기준에 따른 정량·정성평가를 거쳐 대학을 A-E등급으로 나눴다"고 알렸다. 2단계 평가는 등급에서 하위권을 차지한 대학(D·E등급 대학)을 대상으로 최종 평가를 진행했다. D·E등급 대학은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에서 배제되고 △국가장학금 미지급 △학자금 대출 제한 등의 조처를 받는 등 정원 감축을 꾀하는 인위적 개입 절차를 밟았다.

그러나 이러한 1주기 구조개혁평가는 정부가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재정지원을 무기로 삼아 대학을 길들이려 한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또한 평가지표에 △졸업생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이 포함돼 평가항목이 수도권대학보다 지방대학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에 정부의 구조개혁평가에 따른 정원 감축이 지방대 중심으로 이뤄질 것을 우려하며 이른바 '지방대 죽이기식 평가'라는 논란이 일어났다.
대학교육연구소는 보도자료를 통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진행한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구조조정 결과, 지방대학은 33만 4,137명에서 29만 1,782명으로 12.7%(4만 2,355명)가량 정원이 줄어든 반면, 수도권대학은 20만 6,806명에서 19만 2,326명으로 지방대보다 훨씬 적은 7.0%(1만 4,480명)가량의 정원이 감축됐다고 밝혔다. 지방대학이 수도권대학보다 정원 감축의 규모가 큰 것으로 드러나면서 기존에 제기됐던 수도권 집중화에 대한 우려가 가시적으로 나타난 셈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전체 대학 대입정원 중 수도권대 비중이 2013년 대비 39.7%로 1.5%p 상승했다. 

2주기 진단을 시행한 지난해, 교육부는 앞서 언급한 부작용을 낳은 '대학구조개혁평가'를 '대학기본역량진단'으로 개편했다. 우선 대학 간 세세하게 등급을 매겨 대학 서열화 문제를 야기했던 기존의 평가 방식을 △자율개선대학 △역량강화대학 △재정지원제학대학 3등급으로 단순화했다. 교육부는 대학의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상위권인 자율개선대학에는 정원 감축 권고를 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대학의 자발적인 정원 감축을 기대한 것이다. 당시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내후년까지 정원 감축 규모를 1만 명으로 예상했지만, 대학교육연구소는 2021년 입학정원 분석을 통해 3년간 4,305명 정도 인원이 감소하며 예상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규모로 정원 감축이 이뤄질 것이라 전망했다. 연구소 측은 1주기와 달리 시장에 상당 부분을 맡긴 2주기 구조조정은 정원 감축에 대한 정책적 장려책이 없어 대학이 스스로 신입생 모집을 줄이지 않은 것으로 해석했다.

한편, 우리 대학도 이러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정원 감축 흐름을 피해갈 수 없었다. 올해 독어독문학과와 프랑스문화학과가 신입생 모집중단으로 폐과 수순을 밟은 것에 이어 다가오는 2020학년도의 입학 정원도 조정된다. 이와 더불어 정치외교학과와 사회학과는 학과 통폐합을 실시한다. 정치외교학과는 50명→40명으로, 사회학과는 40명→35명으로 정원 감축이 이뤄지며 각각 '정치·사회학부'의 △정치외교학전공 △사회학전공으로 기존 커리큘럼 그대로 통합된다. 우리 대학 기획처는 이를 두고 "학생 수 감소에 의해 사회적 수요가 없거나 경쟁력이 없는 학과를 대상으로 대학 본부가 개입해 대학의 생존을 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획처 관계자는 "두 학과가 학과 경쟁력과 관련한 지표인 △재학생 충원율 △중도탈락 비율 △취업률 등이 인문사회계열 하위권"이라고 두 학과의 통폐합 이유를 설명했다. 유기재료고분자공학과 또한 유사한 사유로 10명의 정원을 줄일 계획이며, 아동학과는 학생 간 교직 선발 경쟁률을 낮추기 위해 5명의 정원을 줄인다. 반면, 컴퓨터공학과와 기계공학과는 각각 25명, 5명가량 정원이 늘었다. 이에 기획처는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으로 해당 분야의 사회적 수요가 늘어 이에 대응하고자 해당 학과의 정원을 증원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청한 A(사회학 2) 학생은 정치·사회학부 통폐합에 대해 "학문 간 유사성이 있어 학부로 변경되기보다는 비인기 학과끼리 통폐합된다는 느낌이 강해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는  "사회학이라는 학문을 선호해서 해당 학과에 입학했지만, 막상 통폐합되니 다른 학문에 비해 부족한 것 같고 잘못된 선택을 한 건 아닐까라는 후회감 마저 든다"고 정원 감축에 따른 학과 통폐합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박창언(정치외교학 1) 학생도 "두 학문이 약간의 연관성은 있지만 엄연히 다른 학문이기에 정원 조정을 위해 이뤄지는 통폐합이 달갑지는 않다"고 A 학생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3주기 역량 진단, 지방대 상황 더 악화시킬까 우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5일 교육부는 2021년에 있을 3주기 대학 기본역량 진단 계획안을 확정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자연적인 인구감소가 정부가 주도하는 정책적 정원 감축보다 훨씬 빠르다"며 "앞으로의 정원 감축은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이 아니라 대학의 자율적인 감축으로 이뤄진다"라고 정책의 전환을 설명했다. 더불어 3주기 진단은 대학을 혁신의 주체로서 자율성을 강화하도록 하고 교육부의 평가에 의한 대학 부담을 완화하고자 한다는 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수험생에게 선택받지 못한 대학이 시장 논리에 따라 문을 닫아야 한다는 말로 풀이될 수 있다. 3주기 역량진단 역시 '지방대 죽이기'라는 꼬리표를 피하지 못한 셈이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이를 두고 "학벌주의와 대학 서열화가 극심한 환경에서 수도권대 대입 정원 감축의 대부분이 지방대의 몫이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에 교육부 측은 학생 충원율·취업률 등 진단 지표의 만점 기준을 권역별로 분리해 평가를 진행하고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을 신설을 추진하는 등 3주기 진단의 지방대 배려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해당 정책 또한 비판의 목소리를 피해가기는 힘들어 보인다.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배려방안이 없었던 이전 평가보단 나은 상황이 됐지만, 해당 정책이 지방대를 살릴 본질적인 대책은 아니다"라며 "정부가 지방대를 책임질만한 확실한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교육부는 지난해 실시한 진단에서 10점으로 책정됐던 학생 충원율(신입생·재학생) 점수를 20점으로 상승시켰다. 이에 학생 충원율이 저조한 학과가 통폐합 절차를 밟는 경우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임은희 연구원은 "정부가 평가에 학생 충원율·취업률을 반영하니, 이러한 지표가 저조한 학과는 계속해서 구조조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른 학문의 다양성 저하 우려에 교육부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과 같은 사회변화로 대학이 기존 '백화점식' 학사 구조에서 벗어나 특성화된 학사 구조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교육부의 입장을 밝혔다.

 

지방대 경쟁력 강화, 공영형 사립대가 답일까?

한편,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공영형 사립대'가 꼽히고 있다. 공영형 사립대 전환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사립대의 재정을 정부가 절반가량 지원하는 대신, 대학의 공공성과 투명성·책임성을 높이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에 공영형 사립대는 기존 사립대보다 시장에서의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임은희 연구원은 "모든 사립대가 공영형 사립대로의 전환을 기대할 수 없는 만큼, 해당 정책이 적용된 몇몇 사립대만 경쟁력이 오를 것"이라며 "지방대 전체의 육성 방안은 아니다"라고 공영형 사립대 제도를 평가했다.

앞서 전국대학노동조합 등 여러 교육단체에서 공영형 사립대로의 전환 추진을 촉구했지만, 당장의 정책 시행은 불투명한 상태다. 지난해 교육부가 공영형 사립대를 위한 예산을 812억 원가량 편성한 바 있지만, 이를 기획재정부가 전액 삭감해 해당 정책은 좀처럼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해당 정책의 예산 삭감에 대해 "교육부가 공영형 사립대 예산의 선행절차를 미비하게 진행해 예산을 정부예산에 미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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