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取)중진담│ 교육은 '일년대계' 아닌 '백년대계'
│취(取)중진담│ 교육은 '일년대계' 아닌 '백년대계'
  • 박주현 기자
  • 승인 2019.12.0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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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현 기자
박주현 기자

사람에게 미래를 정확히 알 수 있는 '예지력'은 없다. 하지만 미래를 헤아려 볼 수 있는 '혜안'은 있다. 이러한 능력은 현재 문제만이 아닌 미래도 바라봐야할 정책을 세울 때 필요하다. 교육정책에는 이러한 혜안이 더욱 절실하다. 국가 기반이 될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1년마다 혹은 정권에 따라 이리저리 변하는 교육 정책은 늘 학생과 교육 관계자를 혼란에 빠트린다. 대학 정원 역시 예외는 아니다. 

23년 전인 1996년, 정부는 대학설립 계획과 진척사항을 판단한 뒤 설립을 인가하던 기존과 달리,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면 대학을 자유롭게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대학설립 준칙주의' 제도를 시행했다. 쉽게 말해 누구든지 돈만 있다면 대학을 세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정책을 시행한 해부터 2011년까지 15년간 63곳이 개교했다. 우후죽순으로 사립대가 생겨난 것이다. 그 결과 대학 설립이 쉬워진 만큼 부실대학도 많아진 탓에 63곳 중 8곳이 폐교 신세에 처했다. 결국 대학의 질 저하를 초래하는 등 문제가 많았던 이 제도는 2013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제도 시행 당시에도 저출생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정원충원에 어려움이 있을 거란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대학에 대한 간섭을 배제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조성한다며 정책 추진을 고수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부실대학이 양산되면서 역효과를 불러옴은 물론 이제는 대학의 존재마저 위태로운 판이다. 이도 모자라 이제는 인위적인 정원 감축으로는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며, 대학 스스로 정원감축을 하고 선택을 받지 못하면 문을 닫으라 한다. 대입정원 감축에 손쓸 수 없어 이를 대학에 맡기겠다는 정부 방침은, 23년 전 한 번의 정책 결정이 얼마나 큰 후폭풍을 낳았는지 알려준다.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는 말이 있다. 백 년 앞을 내다보고 계획을 세운다는 뜻으로, 교육은 국가발전을 위한 인재를 기르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먼 미래까지 생각하며 그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앞서 말한 사례와 3주기 기본역량진단의 행태를 보자면 정부는 교육 정책의 '백년대계'를 잊어버린 것 같다.

'서울 공화국' 현상이 과열된 우리나라에서 수험생은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 중 어떤 곳을 선호할까? 대다수가 전자일 것이다. 정부의 3주기 진단으로 인해 대입 시장 경쟁에서 밀려난 지방대는 문을 닫을 것이고, 그로 인해 수도권 집중화가 더욱 심화돼 현재의 문제는 악순환에 빠질 것이다. 

3주기 진단 시행까지 3년 남짓 남았다. 그전까지 정부는 '교육은 백년대계'를 기억하며 근시안적인 결정을 다시 한 번 되돌아봐야 할 대목이 아닐까. 또 한 번의 결정으로 후폭풍을 낳기 전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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