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버티며 살아낸다는 것
[옴부즈맨 칼럼] 버티며 살아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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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2.0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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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윤 독자위원
(국제신문 디지털콘텐츠팀,
 신문방송학 '19 졸)

이 글은 원래 도착하지 못할 운명이었다. 동아대학보는 한 학기 독자위원을 네 명을 뽑는데 이번 학기의 경우 독자위원이 세 명이었고, 감사하게도 한 번 더 기회를 가지게 됐다. 글의 운명이라는 건 예측하기 어려워 그 행적이 사람의 그것과 닮아있다. 산책자의 여정을 누군가 예측하기 어렵듯이 글도 내 컴퓨터에서 메일과 블로그, SNS와 누군가에게 보내지면 그 때부턴 내 권한을 벗어나 공적영역으로 발돋움한다. 문장에 힘을 주어(각 잡는다는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사력을 다해 썼음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어 실망하기도 하고, 의식의 흐름대로 큰 틀과 규정을 세우지 않고 썼던 글에 대한 언급들에 부끄러움이 들기도 한다. 

그렇게 글도 자신의 삶을 어딘가에서 살아가듯 혹여나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오늘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이 글에선 어디선가 삶을 버티며 살아가던 한 영화에 대한 이야길 해보고 싶다. 김보라 감독의 <벌새>(2018)다. 이 영화는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돼 평단과 대중들에게 많은 찬사를 받았다. 이후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40관왕에 가까운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몇몇 평자들은 이 영화가 종종 자의식이 지나치다는 비평을 내놓기도 했다. 나 역시 일정 부분 그런 입장에 동의하지만 이 영화가 좋은 만듦새를 지니고 있으며 몇 가지 복기하고픈 장면이 있다는 것 역시 부인하긴 힘들다. 

이 영화는 1994년 봄에서 가을까지, 한 중학생 소녀에게 발생하는 일들을 담아낸다. 그 사태들은 남자친구와의 이별과 만남, 절친한 친구와의 다툼, 목덜미에 작은 혹을 떼어내는 일 등 다소 사소해보이지만, 영화는 거대한 세계가 소녀와 정면충돌하고 있는 것처럼 그려낸다. 소녀의 사적 세계로 침투하는 공적 영역들은 한 아이의 마음을 뒤흔든다. 이 영화는 사회적 사건들과 마주하지만 정파적이지 않고, 비교적 긴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지만 쉽사리 흥분하지 않는다. 

고요하지만 불안으로 가득한 소녀의 세계가 천천히 요동친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엔딩에도 등장하지만 소녀가 땅을 딛고 서있으며 그간의 파열과 균열을 기어이 버텨낸다. 영화 대사에서도 언급됐지만 여기서 숨을 쉬는 행위가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향해가고, 그것이 우리가 지닌 고정된 숙명이라면 나는 이 시간들이 하루하루를 버텨낸다는 의미로도 얘기해보고 싶다. 당신도 그러하길,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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