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곡소리에도 정부·법인은 모르쇠
등록금 곡소리에도 정부·법인은 모르쇠
  • 박주현 기자
  • 승인 2020.03.1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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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에 진행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의 등록금 부담 완화 요구 기자회견
▲지난 1월에 진행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의 등록금 부담 완화 요구 기자회견
개나리가 피는 봄, 개강 시즌만 되면 학생들은 대학의 등록금 인상을 저지하고자 투쟁을 벌이곤 했다. 이를 '개나리 투쟁'이라고 부른다. 이 때문에 매년 대학가가 떠들썩했지만 2009년 등록금 동결 정책이 시행되면서 개나리 투쟁은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올해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 결의를 하며 잊힌 개나리 투쟁이 재현될 뻔했다. 결과적으로는 등록금 인상이 무산됐으나,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을 감행할 시 또다시 학생들은 인상에 반발하며 개나리 투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이하 사총협) 정기총회가 열렸다. 이날 사총협은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대학재정이 황폐해졌다"며 올해부터 법정 인상률 범위 내에서 등록금 자율 책정권을 행사한다는 결의를 했다. 등록금을 1.95%(올해 등록금 법정 인상률 상한선) 인상해 지난해보다 14만 원가량(4년제 사립대 평균 등록금 745만 원 기준)을 더 내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교육부는 "학생과 학부모가 체감하는 등록금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등록금 동결 정책이 필요하다"고 등록금 인상을 반대했다. 또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이하 전대넷)은 "등록금 납부를 위해 생계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대학생의 현실을 철저히 외면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사총협의 예고와는 다르게 대부분 대학이 지난해처럼 등록금 동결 혹은 인하 결정을 내렸다. 이는 대학이 등록금 인상을 감행하면 국가장학금Ⅱ유형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불이익을 얻기에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우리 대학교 역시 지난 1월, 세 차례의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에서의 논의 끝에 올해도 등록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우리 대학뿐만 아니라 △경성대 △부경대 △부산대 등 부산의 모든 4년제 대학이 등록금 동결 및 인하로 가닥을 잡았다. 반면 대학원 등록금은 지난해보다 1.5% 인상했다. 우리 대학 등심위의 학생위원으로 참여한 고현성(국제무역학 4) 부총학생회장은 "처음에는 학생들의 부담을 덜고자 등록금 인하를 주장했지만 학교 측이 재정적으로 어렵다는 상황을 알고 난 뒤 등록금 동결에 동의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에 열린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정기총회
▲지난해 11월에 열린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정기총회

 

매년 동결에도 학생에게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등록금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이하 교육개발원)에서 19세 이상 75세 미만의 전국 성인남녀 4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현 정부가 고등교육 정책 분야에서 중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1순위 정책'으로 '등록금 부담 경감'이 33%로 가장 높았다. 그 말인즉슨 등록금이 동결된 지 10년이 넘었음에도 등록금 부담은 여전히 크다는 뜻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우리나라 사립대 등록금은 비싼 편에 속한다. 지난해 발표된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2018학년도 우리나라 사립대의 연평균 등록금은 8,760달러(약 1,034만 원)로 14개국 중 우리나라는 △미국 △호주 △일본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압도적으로 등록금이 높은 미국(2만 9,478달러)을 제외한 나머지 13개 국가의 평균 등록금은 6,472달러(764만 원가량)로, 우리나라의 등록금은 평균보다 약 270만 원 정도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

학자금 대출을 통해 등록금을 해결하고 있는 조수빈(중국어학 3) 학생은 "취업 후에 등록금을 갚아야 해 육백만 원이 넘는 등록금이 부담될 수밖에 없다. 학생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등록금을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등록금에 대한 부담을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A(동의대 신문방송학 2) 씨도 "과거에 학자금 대출로 등록금을 납부했다"며 "추후에 대출금을 상환해야 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학생이 등록금을 내기 위해 치열하게 살고 있다"며 등록금 인하의 필요성을 밝혔다. 

정부는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줄이고자 국가장학금을 도입했음에도 절반 이상의 학생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학교육연구소(이하 대교연)의 자료에 의하면 2018년 1학기 기준, 전체 대학생 중 국가장학금 수혜자는 42.6%(190만 명 중 81만 명)로 나타났다. 국가장학금 신청자(132만 명) 중에서는 61.2%(81만 명)가 장학금을 받았다. 4년제 사립대의 경우 사립대 112만 명의 재학생 중에서 73만 명이 국가장학금에 신청했고 그중 43만 명이 혜택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사립대 학생의 38.3%만이 국가장학금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조수빈 학생은 "소득분위가 높아 국가장학금에 탈락했지만 그만큼 소득이 높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더 많은 학생이 국가장학금 혜택을 얻도록 수혜대상을 확대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A 씨는 국가장학금의 성적 제한(B학점 이상)에 대해 "등록금을 벌기 위해 일을 병행하는 학생이 성적 기준에 미달해 장학금을 얻지 못하면 또 등록금 때문에 일에 치중해야 하는 악순환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마른 수건 쥐어짜기' 대학 재정위기

등록금에서 비롯된 부담은 비단 학생만의 몫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이 비싼 등록금으로 골머리를 앓는다면, 대학은 등록금 동결로 인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사총협 황인성 사무처장에 따르면 "현재 대학들의 재정 상태는 교직원의 임금을 삭감할 정도로 열악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는 "물가는 매년 상승했음에도 등록금은 10년 넘도록 그대로라서, 대학들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재정회복에 힘썼지만 여전히 형편이 어렵다"고 밝혔다. 

지난해 교육개발원이 발표한 '고등교육 정부재정 확보 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전국 사립대학의 평균 재정적자 규모는 14억 원가량이다. 지역별로 4년제 사립대 평균 재정적자 규모를 살펴보면 부산은 43억 원으로 △대구 △충북 △인천에 이어 네 번째로 많았다. 연구진은 "등록금 동결, 학생 수 감소 및 정원 감축 등으로 대학의 재정난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우리 대학 기획처장은 "재정 상태가 좋지 않아 등록금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교직원 채용도 하지 못하고 시설의 노후화를 대비해 적립금을 마련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수입이 줄어드는 만큼 교육환경 같은 교육의 질 또한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교육개발원이 발간한 'KEDI 브리프 2019년 15호'에 따르면 2012년 사립대의 △도서구입비 △실험실습비 △기계기구매입비 △집기비품매입비 합계가 9,835억 원인 반면, 2015년에는 8,241억 원으로 1,594억 원 감소했다고 알렸다. 연구진은 "이러한 비용이 대학의 교육여건을 평가하는 데 활용되지만 사립대의 재정난으로 감소하는 추세"라며 "결과적으로는 교육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우리 대학은 2015년 예산 기준으로 4개 비용의 합계가 77억 원이었지만 지난해는 32억 원에 그쳤다. 이는 4년 사이에 우리 대학의 교육여건 관련 예산이 45억 원가량 삭감된 것이다. 

 

재정난 해결에 등록금 인상은 '미봉책'

대학이 등록금 인상을 시도하려는 이유는 등록금 의존율에서 찾을 수 있다. 대학재정알리미가 공개한 지난해 전국 사립대의 '등록금 의존율'(대학 자금수입 중 등록금 수입의 비율)은 59.6%다. 사립대마다 재정의 절반 이상을 등록금에 의존한다는 의미다. 우리 대학은 등록금 의존율이 57.9%(2,407억 원 중 1,394억 원)로 나타나 평균보다 약간 낮았다. 대교연 김효은 연구원은 "대학재정이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어 대학이 손쉽게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 등록금 인상"이라며 인상 추진의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전대넷 관계자는 "학생들의 부담이 큰 만큼 등록금 인상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대학 재정난을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대학 운영 주체 '학교법인'도 대학 재정난 해결에 몫이 있다고 말한다. 대학재정알리미에 의하면 2018년 기준 전국 사립대 '법인전입금' 비율(대학 운영수입 중 법인전입금의 비율)은 4.0%를 기록했다. 법인전입금 비율은 학교법인이 대학에 얼마나 재정적으로 기여하는지 알 수 있는 척도다. 우리 대학은 지난해 재정 중 법인전입금 비율이 0.9%(2,238억 원 중 19억 6천만 원)에 그쳐 평균보다 현저히 낮았다. 

김효은 연구원은 "학교법인은 대학이 안정적인 운영을 하도록 충분한 재정 확보의 법적 책임이 있다"며 "이러한 지표를 통해 법인이 대학에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학교법인의 책임을 촉구했다. 이에 사총협 황인성 사무처장은 "일반적으로 학교법인은 수익이 적어 대학에 재정적으로 크게 기여를 할 수 있는 법인은 흔치 않다"고 반박했다. 우리 대학 기획처장 역시 이와 비슷한 답변을 내놨다. 더불어 "대학기본역량진단의 평가 지표 중 '법인의 책무성' 항목에서 우리 대학은 만점을 받았다"며 "동아학숙 측도 우리 대학에 재정적인 기여를 하고자 최대한으로 노력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대학 재정위기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며 고등교육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OECD 교육지표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공교육비 비율'을 발표하는데, 201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GDP 대비 정부재원 대학 공교육비'는 0.7%를 기록해 OECD 평균(0.9%)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 'GDP 대비 민간재원 대학 공교육비'는 OECD 평균(0.5%)보다 0.6%p 높은 1.1%로 나타났다. 이는 대학재정이 정부의 투자보다 등록금에 더 의존하는 구조라고 풀이된다. 지표를 통해 알 수 있듯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이 미약하다는 것이 문제다. 김효은 연구원은 "정부가 대학 재정지원 규모를 확대해야 대학의 재정위기를 해결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교육부 관계자 또한 "고등교육 예산 증액으로 대학에 재정지원을 늘리는 것이 대학 재정 악화의 해결방안"이라며 "정부도 그러한 방향으로 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교육부의 고등교육 예산은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고등교육 예산은 10조 8,330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7천억 원가량 증가했다. 지난해도 역시 2018년에 비해 6천억 원가량 증액됐다. 그러나 김효은 연구원은 "상황에 따라 재정 규모가 흔들릴 수 있기에 고등교육 예산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서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민석 국회의원의 안건에 따르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이란 내국세 총액의 일정 비율을 대학재정으로 교부해 고등교육 재정 규모를 OECD 평균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다. 쉽게 말해 세금의 일부를 대학재정지원에 사용해야 한다고 법으로 명시하는 것이다. 현재 대학과 달리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통해 재정을 지원받고 있다. 

한편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이 시기상조라는 입장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부금법에 대해 예산 당국과 협의해야 하며 사회적 합의를 거칠 필요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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