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길 잃은 열정은 죄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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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승인 2020.03.1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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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사회에서 소는 가축 그 이상이었다. 선조들은 멍에를 쓰고도 묵묵하게 걷는 소에 감사했다. 그렇게 우리는 소의 우직함을 본받아야 한다고 배웠다. 이 진리는 오늘날 취업 시장에서도 통한다. 성공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근성을 강조하고, 청년들은 이를 따른다. 선택과 집중, 소위 한 우물 파기가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자리 잡은 배경이다.

그러나 꿈이 고꾸라졌을 때, 앞만 보고 달리던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책 『미운 청년 새끼』(최서윤 외 2명, 미래의 창, 2017)의 저자들은 사례를 통해 현실을 보여준다. A 씨는 기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 꿈을 접게 됐다. 일반 기업에 입사하려는 그에게 따가운 시선이 쏟아졌다. 누군가는 정말 기자를 안 해도 되냐며 비아냥댔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근성이 없다고 타박했다. 꿈을 포기한 A 씨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쓸모없어진 경력과 나약한 사람이라는 낙인 말고는, 아무것도.

모든 고용주는 직무에 특화된 인재를 원한다. 그러나 우리는 앞선 사례를 통해 한 우물 파기의 위험성을 배웠다. 결국, 취업 시장에서 생존하려면 플랜 A에 이어 B와 C까지 준비해야 한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자본과 체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힘차게 달리다 넘어진 청년은 그렇게 영영 일어나지 못한다.

일부는 실패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좀비가 되기도 한다. 매체에는 십여 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이들에게는 꿈을 향한 순수한 열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기계적으로 일정을 수행할 뿐이다. 여태껏 투자한 시간을 훌훌 털고 벗어날 자신도 없다. 그렇게 희망과 미련을 저울질하며 하루를 근근이 보낸다.

이 모든 것은 노력 만능주의의 폐해다. 노력하면 성공할 것이고, 성공하지 못했다면 노력하지 않은 것이라는 단정적인 가르침. 이런 사고는 실패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점에서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동시에 성공을 바라는 이들이 자책하며 골방에 틀어박히게 한다.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큰 손해다.

이 상황에 가해자는 없지만, 피해자는 분명히 존재한다. 열정을 쏟은 죄밖에 없는 청년들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누가 구원해야 하나. 

답답한 상황에서도 한 우물을 파는 이들을 생각한다. 그들은 늘 그랬듯이 우직하게 나아갈 것이다. 마치 우물의 깊이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처럼. 또 우물을 파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둔다는 것처럼 말이다. 그 끝이 바라던 맑은 물은 아니더라도, 너무 상심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들을 위로하고 싶다. 당신들의 노고는 그 어떤 것보다 값진 것이었다. 결과는 맨 나중의 일이다.

이진영 독자위원
(사회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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