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발언대│ 다수라는 이름 뒤에 숨는 사람이 없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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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승인 2020.04.1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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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해외 SNS 서비스인 '텔레그램'에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불법 성착취 영상을 유포하던 조모씨(이하 박사)가 체포됐다. 그가 체포되면서 해당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하지만 포털사이트에서는 '텔레그램 박사 영상', '텔레그램 n번방 주소'가 검색어 순위에 올랐고, 관련자의 처벌 기준과 처벌을 피하는 방법에 대한 질문이 올라오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는 타인의 고통보다 자신의 신변보호나 욕구 충족을 우선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우리 사회의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텔레그램에서는 2018년 2월부터 성착취 영상이 공유된 이후 박사가 개설한 박사방이 등장하면서 더욱 잔혹하고 자극적인 영상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박사는 여성들을 협박해 몸에 애벌레를 집어넣고 강간을 하며 영상을 촬영하는 등 반인륜적인 행위를 서슴없이 자행했다. 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신체에 칼로 '노예' 혹은 '박사' 등의 글자를 새기면서 그들의 인권을 무참하게 짓밟았다. 심지어 현재까지 경찰에 의해 확인된 피해자들의 일부는 미성년자다. 아직 완전히 성장하지 않은 아이들까지 성적인 만족감을 채우기 위한 대상으로 이용한 행위는 윤리를 벗어난 행위이며 용서받을 수 없는 명백한 범죄다. 

명백한 범죄를 저지른 주동자들과 채팅방을 운영한 n번방 사태의 주범들이 법적인 처벌을 받는 것은 마땅하다. 하지만 오히려 우리는 그들의 범행을 방관하고 되려 열광한 사람들에 더욱 집중해야할 필요가 있다. 박사가 체포됐음에도 불구하고 해당영상에 관심을 가지며 영상을 찾고 주소를 알려달라고 요구하는 이들을 말이다. 여전히 다수의 사람들은 우리의 눈길 밖에서 당시 텔레그램 상에 유포되던 영상들을 공유하고 퍼뜨리고 있다. 박사를 비롯한 n번방 운영자들에게 모두의 관심이 모인 사이, 인터넷 상에서 '다수'라는 이름 뒤에 숨어 자신의 욕구만을 충족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이는 피해자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격려하지는 못할망정 그들의 상처를 다시 드러낸 격이다.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돌을 던진 다수의 행동이 그들보다 조금 앞서 돌을 던지던 소수의 행동에 묻혀 잘못이 가려지는 것은 옳지 않다. 모든 국민들이 n번방 사건 피해자들을 격려하고 가해자들에게 분노하자는 것이 아니다. 단지 더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사태에 관심을 가져 비슷한 범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고, 가해자들 뒤에 숨어있는 다수의 방관자들이 스스로 반성하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연대해서 '다수'라는 이름 뒤에 숨어 자신의 욕구를 추구하는 이들이 부끄러움을 아는 세상이 하루빨리 오기를 희망한다.   

정건후 (한국어문학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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