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누구나 장래희망란에 한 번쯤 화가, 배우 등의 예술계열 직업을 적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음악·미술·연기 등 예술계열의 학원비가 주요과목 학원비보다 배로 비싸,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으면 쉽사리 시작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우리의 뇌리엔 '예술은 돈'이라는 공식이 자연스레 성립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일까, 예술가라 하면 보통 탄탄한 재력을 기반으로 돈에 굴하지 않고 예술만을 위해 살아가는 화려한 이미지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살펴본 예술가는 기자가 생각했던 이미지와 너무 달랐다. 예술 분야에는 회사의 승진 매뉴얼처럼 체계적인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아 자신의 승패를 쉽사리 장담할 수 없다. 예술가로서 명성을 얻어 성공한 사람도 있는 반면,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다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사건도 존재한다.
'청년예술가는 오늘도 배고프다'는 말이 있듯 예술계에 막 발을 디딘 청년들의 현실은 더욱 삭막했다. 대학을 갓 졸업한 그들에겐 자립할 수 있는 어떠한 여건도 마련돼있지 않다. 그들을 돕기 위한 정부의 지원은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지원을 받기 위해선 예술 활동과 그 수입이 명시된 '예술 활동 증명서'가 필요하다. 예술계에 갓 입성한 이들이 수입을 증명하긴 힘들다. 예술을 하기 위해 취업을 먼저 생각하는 현실이 '웃프다'.
정부는 막막한 현실을 마주한 청년예술가에게 이정표를 제시해야 한다. 지금보다 문턱은 낮추고 폭은 넓힌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문화예술 사업을 꾸려나갈 미래의 주역들이 생계 걱정에 시달리지 않고, 예술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금전적 지원 등의 복지사업을 늘려나가야 한다. 또한 경제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졸업 후 빠르게 사회에 적응하고 자립해 창작 활동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예술은 문화를 대변하는 또 다른 언어이며, 자산이다. 질 좋은 예술 문화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문화를 주도하는 예술가에게는 현실의 제약이 너무 많다. 예술이 존재하기 전에 예술가가 있다. 그들의 처우와 환경이 개선돼야 예술계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