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녀, 그들이 사라지기 전에
부산 해녀, 그들이 사라지기 전에
  • 허지민 기자
  • 승인 2020.09.15 2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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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해가 떠오르면 오늘도 물질이 시작된다.

어제는 여름이었을 텐데 매일매일은 겨울이어라…(중략)…호오이 호오이 어떤 울부짖음 같기도' 

 

가수 안녕하신가영의 <숨비소리>(2016)

 

다른 사람에게 피서 휴양지인 바다가 해녀, 그들에게는 일터다. 물질을 위해 매일 나가는 바다지만 세월의 흐름에 해녀의 발걸음도 점점 무거워진다. 해마다 줄어드는 이들의 명맥이 이어질 수 있도록 우리들의 관심이 필요한 순간이다.

남촌 어촌계 해녀 탈의실

 

제주도가 아닌 '부산'에도 해녀가 있다

 

매년 9월 셋째 주 토요일은 해녀의 날이다. 하지만 이날은 부산 해녀에게 해당하지 않는다. 해녀의 날은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 해녀들의 위상과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지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난 2016년, 제주 해녀 문화에 한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등재됐다. 이처럼 제주 해녀에 한정된 문화 홍보가 이뤄지면서 부산 해녀에 대한 인지도는 낮은 현실이다. 

이재혁(부산대 경제학부 2) 씨는 "대중매체에서 등장하는 해녀는 주로 제주 사투리를 사용했다. 그래서 해녀 문화는 제주도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을 강해 부산에는 해녀가 존재하지 않는 줄 알았다"고 전했다. 이지윤 (서울과학기술대 기계·자동차공학과 1) 씨 역시 "부산에 계속 거주했지만, 부산 해녀가 실제로 있는지 생소하다"고 말했다. 

제주 해녀 문화의 후광에 가려져 있지만, 부산도 물론 뿌리 깊은 해녀 역사가 있다. 이들의 역사는 신석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의대 한·일 해녀연구소 유형숙 소장은 "영도에 위치한 신석기 시대 유적 '동삼동 패총'에서 빗창(해녀가 전복을 따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을 든 해남의 유골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뿐만 아니라 구한말 갑오개혁 당시 제주 해녀 상당수가 제주 내 해산물의 낮은 경제적 수요와 식민지 수산경제확장을 이유로 제주도를 벗어나 부산 영도를 거점으로 작업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현재 부산 해녀 문화의 시초다. 그는 "부산 해녀역사는 특별히 연구되지 않았다"며 "과거 사진 자료 또한 한국전쟁 때 미군이 찍은 몇 장밖에 남지 않았다. 그렇기에 지금부터라도 부산 해녀 역사 보존을 위해 기록 작업이 필요하다"고 관심을 촉구했다.

 

노후한 해녀 탈의실

 

해녀들의 고령화로 명맥 유지 ' 미지수'


부산 해녀는 지난 2월 기준 847명(△기장군 552명 △영도구 124명 △해운대구 81명 △사하구 29명 △서구 20명 △남구 14명 △강서구 14명 △수영구 13명)으로 제주 해녀(지난해 기준 3,820명) 다음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숫자이다. 그러나 부산 해녀 문화 그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비관적인 상황이다. 부산시에 등록된 해녀 700명 가운데 60세 이상의 해녀가 671명으로 전체 중 약 96%를 차지했다. △50-59세 26명 △40-49세 2명 △30-39세 1명이었고 △30세 미만의 해녀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는 젊은 해녀 유입이 없을 뿐더러 해녀들의 고령화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산광역시 수산정책과 박창수 주무관은 "부산 해녀 대부분이 60세 이상으로 고령화돼 이들이 나잠어업(물질)을 지속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하물며 젊은 해녀 유입이 전혀 없어 해를 거듭할수록 해녀의 수가 감소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그에 반해 제주도의 상황은 비교적 낙관적이다. 제주 해녀 3,820명 중 60세 이상의 비율은 89.3%(3,409명)를 차지했으며 △50-59세 322명 △40-49세 56명 △30-39세 27명 △30세 미만 6명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제주 해녀는 2016년 40세 미만의 젊은 해녀가 4,005명 중 58명을 기록한 후 3년이 흐른 지난해 89명으로 31명 증가했다. 그러나 부산 해녀는 2016년 0명에서 지난해 1명으로 미미하게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제주도는 해녀 문화 보존을 위해 자치도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입어권(공동어업권자의 어장에서 공동어업을 할 수 있는 권리) 부여 △고령 해녀 보호 및 신규 해녀 육성 △해녀 진료비 지원 △해녀 학교 운영 등 다양한 복지정책을 전개함과 동시에 제주 해녀에 대한 후계자 양성에 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부산은 그에 반해 해녀 관련 정책과 후계양성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부산광역시 수산정책과 곽일병 수산자원팀장은 "부산시에서도 해녀들이 안전하게 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잠수복과 테왁(부력을 이용해 가슴에 안고 헤엄치는 도구) 구매비를 지원하는 등 해녀 복지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매년 해녀 제주도 견학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부산 해녀 복지관을 설립할 예정"이라 밝혔다.

한편 유형숙 소장은 "제주도를 제외하면 해녀 양성에 적극적인 지자체는 거의 없다"며 "해녀 후계자 양성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부산시가 능동적인 대응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우리의 전통인 해녀 문화가 지속돼야 한다. '해녀의 물질 방법, 그들의 여성공동체 문화 등이 젊은 층에 전달될 수 있도록 사람들의 관심과 지자체들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피력했다. 

성계를 까는 해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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