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생을 물속에서 보냈어"
"내 일생을 물속에서 보냈어"
  • 허지민 기자
  • 승인 2020.09.1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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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 강인공 씨

 

한 할머니가 "물질하러 바다에 딱 들어가면 기분이 좋아. 몸이 아파도 물속에 만 들어가면 하나도 안 아파. 나는 할 수 있을 때까지 물질하면서 살고 싶어"라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평생을 물속에서 보낸, 여전히 물이 좋다는 그들은 바로 해녀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에서 물질하는 해녀를 만나봤다.

기자는 부산에도 해녀가 존재하는지 꿈에도 몰랐다. 부산 토박이지만, 해녀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기자에게 '부산 해녀를 직접 만나보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들 무렵, 좋은 기회로 현직 해녀들과의 만남이 성사됐다. 

그들을 만나려 남천 마리나 아래 위치한 해녀 탈의실로 향했다. 그곳은 탁 트인 바다와 함께 웅장한 광안대교와 마천루들이 자리했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어촌에서나 볼 법한 해녀들이 활동하고 있다니 이질적이기도 했지만, 신선한 느낌이 역력했다. 

그들에게 가까워질 즈음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해녀들은 바다에 등장한 해파리를 잡는 데에 열중이었다. 해녀들에게 다가서자 그들은 처음 만난 기자들에게 "힘세고 젊으니까 해파리 잡는 것 좀 도와달라"며 다짜고짜 뜰채를 내밀었다. 얼떨결에 뜰채를 받아 해파리 잔해를 건져 올렸다. "역시 젊은이는 다르네"라며 빙그레 웃는 해녀들이 정겨웠다. 기자들이 마치 손주인 양 살갑게 맞아주는 모습은 순박하기 그지없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문득 이들이 살아온 세월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남천동에서 꼬박 66년 동안 물질하고 있는 강인공 해녀에게 이야기를 청해봤다.

강인공 해녀는 어린 시절부터 해녀인 어머니를 따라 바닷속에 들어갔다. "열다섯 살부터 수영 삼아 바다를 다니다 스무 살이 돼서 본격적으로 물질을 시작했지. 여기 남천항에서 계속했어. 내 나이 지금 여든한 살이니깐 60년도 더 됐지"라며 "워낙 어릴 적부터 물질을 시작해서 다른 일은 생각해보지 못했어. 그땐 해녀 일을 하는 게 자연스러웠고, 지금도 이 생활이 일상이 돼서 딴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들지"라고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그가 젊었을 때는 매일 물질을 하러 바다로 나섰다고 말했다. "남천항 여기부터 시작해서 광안대교 밑까지 다했지. 지금도 다른 사람들은 저기(광안대교)까지 나가. 나는 몸이 아파서 깊은 곳까진 들어가지 못하고 얕은 곳에서 고동이나 해삼, 담치, 성게, 멍게 이런 거 보이면 잡고 있지"라며 성치 않은 몸에 물질이 힘든 것이 속상한 듯 보였다.

"물질하면서 가장 행복한 것은 무엇인가요?"라는 물음에 그는 "물속에 들어가면 기분이 좋아. 아파도 물에만 들어가면 다 괜찮아지더라. 물에 딱 들어가서는 (잡을) 해산물이 보이면 기분이 더 좋지"라며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반대로 해녀를 하며 힘들었던 일에 대해 질문을 하자 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남편과 일찍 사별해서 딸, 아들을 혼자 키우는 게 제일 힘들었지. 그땐 밤새 눈물을 흘렸어. 돈이 없어 딸아이를 대학에 보내지 못한 게 무척 속상했었지"라며 한탄했다. 

그는 "몸이 따라줄 때까지 물질하고 싶어"라며 "최근까지는 (남천 어촌계 해녀) 모두 7명이었는데 2명이 아파서 그만뒀어"라며 담담하게 얘기했다. 그들 중 가장 젊은 해녀는 76세, 최고령자는 83세였다. 기자는 해녀의 고령화로 훗날 그들이 이어온 전통이 사라지지 않을까 노파심이 생겼다. 

'부산 해녀가 미래에도 존재할까'라는 질문에 강인공 해녀는 "제주도에서는 젊은 사람들도 해녀를 한다고 들었다. 부산은 할 사람이 없으니 (해녀가) 사라지 않겠나. 여기(남천동)도 우리가 마지막일걸"이라며 비관했다. 더불어 그는 지자체의 관심을 요청했다. "부산시가 도와주는 것은 고무 옷밖에 없어. 또 해녀 탈의실이 낡아서 시에서 건물을 고쳐줬으면 싶어"라고 호소하듯 말했다. 실제로 탈의실 내부를 살펴보니 열악한 환경에 보수가 시급해 보였다. 고령의 몸으로 매일 바다를 나서는, 의미 깊은 역사를 지닌, 부산 해녀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지자체의 아낌없는 도움이 필요할 시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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