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토끼와 거북이'에는 연대가 없다
│데스크 칼럼│ '토끼와 거북이'에는 연대가 없다
  • 박주현 기자
  • 승인 2020.09.15 2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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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토끼도 잘못이지만 발소리 죽이고 몰래 지나가는 거북이도 떳떳하지 못합니다. 토끼를 깨워 함께 가야 합니다. 

박주현 학보편집국장

이는 故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가 쓴 글로 이솝우화의 '토끼와 거북이'를 다른 시각으로 해석한 것이다. 그가 쓴 이 글의 서예는 성공회대 광고로 사용되기도 했다. 기자는 몇 년 전 SNS에서 해당 광고를 접했다. 기자와 비슷한 또래들은 하나같이 '경주를 하는데 거북이가 토끼를 깨우는 것이 말이 되냐'라며 이를 비난했다. 

단편적 의견만으로 전체를 성급히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며, 우리 사회가 경쟁으로 1등을 차지해야 한다는 서사만을 용인한다고 이해했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함께 가자'라는 연대가 붕괴한 시대에서 사는 것 같아 씁쓸했다. 

공동체의 연대가 아니라 경쟁의 급류 속 각자도생 시대다. 과거 '586세대'들이 대학생이던 시절은 민주화를 쟁취해야 한다는 가치 하나만으로 그들을 연대하게 했다. 이들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기만 하면 됐다. 경쟁은 필요 없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민주화가 이 땅에 자리 잡은 이래 사회는 급속히 성장했고 복잡해졌다. 불평등한 사회구조, 비정규직 문제, 여성 인권 등 하나하나 따져야 할 문제들이 넘쳐난다. 더는 민주화 정신만큼 20대 대학생들을 하나로 묶을 의제는 등장하지 않는다. 또한, 사회는 개인을 스펙이라는 잣대로 평가한다. 우리는 취업이라는 명분 아래 강요된 경쟁에 순응해버린다. 성공을 위해서는 남이 '잠들어 있을 때 발소리를 죽이고 몰래 지나가야' 하므로 20대 대학생에게 동행은 값비싼 사치에 불과하다. 

올해는 이른바 '인국공 사태'부터 '전공의 파업'까지, 극한 경쟁을 뛰어넘어 공정이라는 미명으로 자신을 더 생각한 것이 아닐까. 비록 이들 전체를 집단이기주의의 화신으로 매도할 수는 없겠지만 그들의 주장에는 역지사지의 태도가 묻어나지 않았다. 인국공 사태의 경우 일부 20대가 분노했던 이유는 본인들은 '노량진에서 컵밥을 먹어가며' 공무원 시험에 몰두하는데, 왜 비정규직들은 아무 노력 없이 무임승차하는가였다. 이러한 생각은 비정규직자가 느끼는 주기적으로 다가오는 근로 계약연장의 공포, 동일 노동·동일 임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차별의 고통을 무시한 것이다. 전공의 파업은 왜 하필 코로나19 비상 속으로 전 국민이 불안감에 시달릴 시기에 집단행동을 했어야만 했는가. 파업이 의사 증원으로 그들의 몫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반발로 비칠 수밖에 없다. 

그들의 말처럼, 거북이가 잠든 토끼를 깨워 가는 것은 경주의 공정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결국 그들이 공존할 수 있지 않을지 생각한다. 경쟁 속에서 지리멸렬한 대학생들이 서로 연대하길 소망한다. 연대로 경쟁을 해소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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