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타임, 아고라인가 콜로세움인가
에브리타임, 아고라인가 콜로세움인가
  • 박서현 기자
  • 승인 2020.10.13 0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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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타임은 학내 사건·사고, 학교 소식, 동아리 홍보 등 대학생들의 주된 관심사가 모여있는 온라인 대학 커뮤니티다. 이 서비스는 학생들 간 정보 공유와 대학의 공론장 역할 등의 긍정적인 기능을 한다. 하지만 익명으로 게시물 작성이 가능한 에브리타임에는 혐오·비방글 또한 넘쳐나 이용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우리는 에브리타임이 가진 두 얼굴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일러스트레이션=임효원 기자>
<일러스트레이션=임효원 기자>

 

 

대학생에게서 뗄 수 없는 에브리타임


대학 강의 시간표 애플리케이션으로 시작했던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은 대학별 커뮤니티를 구축해 대형 서비스로 성장했다. 에타의 주요 서비스로는 △강의 시간표 제공 △동아리 홍보 △중고 거래 △커뮤니티 등이 있다. 에타 측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 398개 대학 캠퍼스 정보가 등록됐으며, 가입자는 452만 명에 달한다. 총 누적 게시물은 8억 2,287만 건 수준이다. 지난해 9월 본지에서 우리 대학교 학생 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내 커뮤니티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현재 에브리타임을 이용하고 계시나요?'라는 질문에 '그렇다'가 94%(50명)를 차지했다(본지 1151호 8면 참고). 

많은 대학생이 사용하는 에타는 학내 구성원 간 정보를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익명을 요청한 우리 대학 A 학생은 에타의 이점으로 "동아리 홍보가 많아 선택하는 데 용이하다. 댓글과 쪽지로 다른 학생들과 소통하는 점을 비롯해 혼자 강의를 들을 때 조별 과제 구성원을 구할 수 있다"를 꼽았다.

또한 에타 익명으로 학내 불만 사항 혹은 문제에 관해 부담 없이 발언할 수 있어 대학의 공론장 역할을 수행한다. 지난 7월 우리 대학 에타에 '학생회 내부고발'이라는 제목으로 우리 대학 인문대·자연대 학생회 불법 소주 마케팅 문제를 고발하는 게시물이 올라와 장안의 화제가 됐다. 이후 해당 문제는 본지에 보도되기도 했다(본지 1161호 2면 참고). 

뿐만 아니라 에타는 여러 이용자들의 관심과 응원을 받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지난달 에타 자유게시판에 우리 대학 코로나19 확진 의심자의 무탈을 바라는 글이 작성돼 8일 기준 1,315개의 공감을 얻어 'HOT 게시판'에 오르기도 했다. 

앞서 말한 HOT 게시판은 10개 이상의 공감을 받은 인기 게시물이 게시되는 곳이다. HOT 게시판을 살펴보면 지난달 대면 수업을 진행한 우리 대학에 바라는 점과 같은 건의 게시물, 부당 사건 공론 게시물, 젠더·정치를 주제로 한 사회 이슈 게시물이 대다수다. 하지만 개중에는 무분별한 욕설과 비방으로 분란을 조장하거나 음담패설이 섞인 게시물도 있어 이용자들의 반감을 사기도 한다. 

우리 대학 홍명석(조선해양플랜트공학 1) 학생은 에타에 대해 "코로나19 사태로 학교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없어 막막한 심정을 담은 게시물을 작성한 적이 있다. 글에 공감해 주는 반응이 많아 위로됐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는 "익명성을 이용해 게시물마다 시비를 거는 댓글을 달거나 혐오 사진과 음란물을 게재한 게시물을 본 적이 있어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고 부정적인 반응도 보였다.


도용, 혐오부터 성희롱까지, 흡사 무법지대


내 사진이 다른 대학 에타에 올라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심지어 내가 그 학교 코로나19 확진 학생으로 알려졌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해당 글은 금방 삭제됐지만, 당시 에타를 사용한 모두가 내 얼굴을 알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달 20일 우리 대학 에타 자유게시판에 누군가의 얼굴 사진이 올라왔다. 당시 우리 대학 학생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에타의 여론은 확진자에 대한 정보 유추에 곤두서있었다. 게시자는 사진 속 인물이 우리 대학 코로나19 확진 학생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사진은 도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 속 인물은 우리 대학 학생이 아니며,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한 장소와 시기마저도 일치하지 않았다.

익명의 게시물 때문에 피해를 본 윤태경(영남이공대 자동차학 1) 씨는 "동아대 학생도 아닌 제가 사진 도용의 피해를 봤다"며 "사진을 무단 게재한 당사자에게 연락이 오지 않았다. 이 사건에 대해 법적 절차를 밟으려 했으나 과정이 까다롭기도 했고 또래 학생의 실수라고 생각해 포기했다. 그에게 사과라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에타 게시판 내 특정 대상을 향한 혐오는 심각한 수준이다. 에타 비방 게시물을 살펴보면 욕설은 물론 혐오 표현이 빠지지 않는다. 대학 페미니스트 공동체 '유니브페미'의 모니터링팀은 지난 2월부터 지난달까지 전국 25개 대학의 에타 내 혐오 표현을 조사했다. 그 결과 총 596개의 혐오 표현 게시물이 발견됐다. 혐오대상의 비율은 △페미니스트 284개 △여성 230개 △인종 92개 △성 소수자 75개 △학벌주의 43개 △장애(질병) 38개로 다양했다. 이외의 대상으로는 사회경제계급·노인·채식주의자 혐오가 도합 60개를 차지했다(중복 포함).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혐오 표현을 사용할까. 기자는 지난달 8일부터 22일까지 2주간 우리 대학 에타 자유게시판 게시물의 혐오 표현을 분석했다. 2주간 자유게시판 게시물 내 사용된 혐오 표현은 '니기×', '돼지×', '×라이', '짱×', '×통대', '×아대', '지잡대', '틀딱', '정공', '성괴', '선택 장애' 등으로 나타났다. 또한, 장애인을 비하하는 '×신'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글도 수두룩했다.

유니브페미 사업위원장 노서영 씨는 "다른 커뮤니티와 달리 에타는 같은 학교 구성원끼리 교류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진다"며 "하지만 여론에 휩쓸려 비난이 쇄도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한 만큼 에타 이용자 간에 최소한의 존중과 예의는 지켜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중앙대 최유숙(다빈치교양대학) 교수는 "현재 에타는 수많은 비방과 혐오로 뒤덮였다"며 "에타에서 드러나는 맹목적 비난과 혐오 표현을 막을 수단은 '차별금지법'과 같은 제도적 장치의 도입이 최선이다. 그러나 국회에서 이러한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에타에서 혐오 표현 문제가 완전히 사라지는 건 어려울 것"이라며 "에타 사용자가 해당 표현을 사용했다면 스스로 혐오 표현에 대해 인식하고 반성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에타 내 성희롱 문제도 만연하다. 우리 대학 에타는 성 관련 고민·경험을 털어놓을 수 있는 '뽕나무숲' 게시판이 있다. 해당 게시판은 자체적으로 개인적인 쪽지 전송·만남·구인 금지 규정이 있지만 이를 무시한 채 뽕나무숲 사용자에게 쪽지를 보내며 성희롱을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에 불쾌감을 토로하는 게시물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익명을 요청한 우리 대학 B 학생은 "신체와 관련한 고민이 있어 동성에게 문의하기 위해 뽕나무숲에 글을 올렸다가 성희롱 피해를 봤다"고 회상했다. 그는 "11명으로부터 쪽지를 20통 넘게 받았다. 성희롱 내용이 대다수였고, 답장을 보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욕설을 남발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쪽지를 보자마자 가해자를 신고했지만 어떻게 처리됐는지 알지 못해 답답했다"고 전했다. 


관리 체계 개선과 모두의 인식 변화 필요해


B 학생의 말처럼 일각에서는 에타 측의 게시물 관리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현재 에타는 신고 누적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게시물이나 댓글을 신고해도 바로 처리되지 않고 여러 명의 신고가 쌓여야 삭제되는 방식이다. 해당 방식은 에타 내 팽배한 혐오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많다. 비방·혐오가 담기지 않는 게시물일지라도 신고가 누적된다면 해당 글 삭제 및 일부 기능의 제재를 받는 부작용도 존재한다. 

A 학생은 "신고 누적 처리 방식은 단순히 누가 더 신고를 많이 했느냐의 무의미한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학교 커뮤니티마다 중간 관리자를 두고 관리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라며 "에타 측의 직접적인 관리도 필요하지만, 사용자들도 익명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 무분별하게 비방을 쏟아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노서영 씨는 "기본적으로 이러한 문제는 에타 사측의 책임이 존재하지만 최대 대학 커뮤니티인 만큼 대학 당국에서도 이를 인식하고 혐오 표현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유숙 교수는 "서비스 제공자는 자극적인 혐오 글을 방치하면서 조회 수로 이익을 창출한다. 앞서 말했듯 이를 막을 방법은 법·제도적인 장치 외에 에타 사용자의 혐오 표현에 대한 자성밖에 없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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