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작을 만나다│노인 혐오 사회 속 청년들을 향한 재치 있는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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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효정 기자
  • 승인 2020.10.13 0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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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포스터
<출처=네이버무비>

 

영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감독 플렉스 할그렌, 2013)은 양로원을 탈출하며 생기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과거 회상을 통해 알란(로버트 구스타브손 분)의 100세 인생을 액자형 구조로 전개한다. 작품은 노인의 삶을 통해 굵직한 세계사 현장을 넘나들어 스웨덴의 '포레스트 검프'라고 불리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선 전국 관객 24만 명을 동원하는 등 영화 규모 상 준수한 흥행 성적을 거뒀다.

원작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요나스 요나손, 열린책들, 2013)은 주인공 알란 칼손의 100세 인생을 일대기 형식으로 풀어냈다. 영화와 달리 소설은 현재 이야기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으며 노인의 과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서술돼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섬세히 서술한 점도 눈에 띈다. 해당 책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8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우리나라에서도 2014년 교보문고 '올해 가장 많이 팔린 도서' 1위로 선정되는 등 큰 인기를 얻었다.


"죽일 테면 빨리 죽여, 난 이미 백 살이야"


원작과 소설 모두 100번째 생일에 양로원을 도망쳐 나온 알란의 이야기와 함께 과거 회상을 통해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보여준다. 그의 이야기는 유쾌한 우연의 연속이다. 요양원 창문을 넘어 탈출한 노인은 우연히 만난 갱단 조직원 불텐의 5천만 크로네(한화 약 64억 원)가 든 짐을 맡게 된다. 그러나 알란은 본의 아니게 그의 짐을 훔친다. 갱단 보스 핌은 그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죽이겠다 협박한다. 하지만 노인은 전혀 겁먹지 않고 '자신은 이미 백 살이니 죽이고 싶으면 빨리 죽여'라며 재치있게 받아친다.

알란은 짐을 훔친 뒤 본인보다 조금 어린 노인, 율리어스의 집을 우연히 찾아간다. 율리어스는 불쑥 찾아온 낯선 노인에게 식사와 술을 대접하는 따스한 모습을 보여 준다. 그는 원작에서 일행 간 다툼을 중재하고 연륜 있는 모습으로 상황을 정리한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이와 사뭇 다르다. 그는 돈에 관해서는 예민하고 날카로운 태도를 보인다.

원작에서의 율리어스는 불량배가 죽고 갱단이 노인 일행을 쫓아오자 해결 방안을 찾고자 노력하고 일행을 진정시킨다. 그러나 영화 속 그는 같은 상황에서 일행들에게 윽박지르며 째려본다. 훔친 돈을 갱단에게 빼앗길까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이렇듯 영화는 착하고 순박한 인물을 구두쇠 노인으로 비췄다.


"미래에 대해 생각해봤자 소용없다. 일어날 일은 어차피 일어난다"

책『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출처=열린책들>


알란은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다. 그의 어머니는 "일어날 일은 어차피 일어나기 때문에 걱정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는 이 말을 가슴에 새긴 채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미래를 굳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긍정적인 다짐을 하며 살아왔다.

영화에서도 알란은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를 생각 없는 인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불량배가 죽었지만, 뜬금없이 수영하러 가겠다고 말한다. 원작은 이와 달리 알란은 조직원의 죽음을 수습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을 일행과 함께 진지하게 고민하는 상식적인 태도를 보인다.

100세 노인의 실종을 수사하는 또 다른 노인, 아론손 경감은 원작에서 체계적으로 사건을 수사한다. 그는 항상 진지하고 섬세한 태도로 사건을 다룬다. 알란의 생각을 추측하고 행방을 파악하며 사건의 해결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한다. 영화는 아론손을 어떻게 그려낼까. 그는 긴박해야 할 실종 사건 수사를 느리게 진행한다. 상황이 다 끝난 뒤에야 사건 장소를 방문하는 수준이다. 또한, 그는 직장 상사의 훈계를 멍한 표정으로 듣는다. 자신의 의자가 고장 났을 때는 판매원에게 불평하며 화내기도 한다. 영화는 경감을 느리고 고집불통인 스트레오 타입의 노인으로 묘사한다.

 

우리는 노인을 편견으로 바라보는 게 아닐까


스크린은 노인을 우리가 통념적으로 생각하는 이미지로 그리고 있다. 고집불통에 상황 파악 못하고 화만 내는 노인의 행동을 비추며 극적인 재미를 위해 그들의 연로함을 희화한다. 현재 우리는 노인을 영화처럼 편견을 가진 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원작은 쾌활하고 도전적인 모습을 가진 주인공을 통해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깨부순다. 노인의 지난 인생은 젊은 세대의 경험들이 켜켜이 쌓인 결과다. 지금의 우리가 쌓여 그들이 되는 것이다.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우리의 미래인 그들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태도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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